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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전미혜작가 단상

똥구멍만도 못한 세상

by anarchopists 2019. 10.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5/12/11 05:41]에 발행한 글입니다.

똥구멍만도 못한 세상

지난밤 저녁식사에서 마신 소주 반병의 후유증인지 조갈증에 이른 새벽잠을 깨어 하늘을 본다.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 방금 떠오른 새벽달이 혼자 놀다가 반긴다. 알싸한 바람에 서녘을 가르는 말간 별 서너 개. 모처럼 청량한 새벽바람이 좋아서 폭풍 재채기에도 한참을 서성였다. 블로그를 열었다. 몇몇 이웃들이 어제 쓴 ‘무제’ 포스팅에 댓글을 달았다. 이웃님들의 댓글이 요즈음 세상을 대변해 준다. 글을 올려본다.

1. 000님께서 달아주신 댓글

'국민행복 시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던 건 정치인들의 그럴싸한 구호에 믿음보다는 불신이 컸던 탓 때문에서 이었지만 실망이 날로 커집니다. 기초연금과 농민들에게 약속했던 쌀값 보장에 대한 공약의 외면함에는 관대하였던 것에 비해 쌀값 보장 시위에 나선 농부에게 야멸차게 물대포로 응수한 정권하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과격 시위만이 문제가 될 뿐, 땅이나 파먹던 농부가 상경한 근본적 이유에 대해선 알 필요를 느끼지 않는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 인상 하겠다'던 구차한 명분은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아닐 수 없었지요. 아님 만담이었던지~ '건강을 위해'서라면 전매청을 문 닫도록 하겠다는 게 설득력 있고 옳았지만, 젯밥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모든 국민을 병신 만들면서 거둬들인 세수(稅收)를 오저하고 있으려나요.

이런저런 민의에 소리는 애써 외면한 채 반기(反旗)를 드는 아우성에 대한 시위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강경 대응 틀어막겠노라는 엄포는 눈먼 소경으로 귀먹은 벙어리로 입 꼭 다물고 살라는 거겠죠. 서민에 삶을 한 번도 안 살아본 고귀한 양반들이 어찌 서민들에 삶을 개미 똥구멍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는가요?

그런 위인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함께 고통받도록 한 분별없는 유권자들에 잘못이 무엇보다 큽니다. 신명 나지는 않더라도 국가와 정치인들로부터 우롱당하지 않고, 이 땅에 국민으로서 그럭저럭 깨알만큼만 한 자부심이라도 갖고 살았으면 좋을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숨 막히던 가슴을 위로해주던 서민에 술, 소주 값도 납득이 가지 않은 이유로 오른다면 무엇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는지요.

[그 말씀에 올린 나의 답글]
'권력 행복 시대' 마치 정부가 국가인 줄 아는 족속들이 있지요.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좌빨'이나 '종북'으로 편 가르고 그 편에서 벗어나면 천애 난간으로 밀쳐내는 잔인한 자본주의 셈법으로 달려드는 부류들. 현 정권이 들어서던 날부터 기대할 것이라고는 터럭만큼도 없을 줄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으려니 여겼더니 민의에는 무관심하고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권력의 노예들이 벌리는 짓거리는 차마 바로 볼 수 없는 작태입니다.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는 나라. 눈 떼고, 귀 떼고, 입 떼고, 배알이라고는 없는 하등생물로 여기는 이 나라 권력집단의 헤게모니가 기막힙니다. 국민을 등신으로 취급하는 나라. 내 주머니에서 직접 뺏어가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고 계산하는 얄팍한 심보를 악용하여 서민들한테 삥땅한 돈은 어디로 가는지 갈수록 복지정책은 허술해지고 빈부 차이만 커지는 이 땅에서 백성 노릇해 먹자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물대포 쏘고, 온갖 법 개악해도 이 땅은 권력자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우리가 온몸으로 살아내야 할 우리나라지요. 후세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이상 정치인들 농간에 일희일비하는 우민으로 살지 말아야 합니다.

2. 000님께서 달아주신 댓글

그리도 발끈하기 잘하던 이 나라 흡연 인구
담뱃값 곱절로 둔갑하면 생난리는 고사하고
필터까지 쪽쪽 당겨 빠는 더욱 애지중지
그 독한 애연가들로 굴뚝으로 병들고만 있지

그 무엇
이보다 더한 인상들 오른들
누구 하나 끈질기게 오래도록
목숨 걸고 버티며
남산 꼭대기까지 들릴 정도로 큰소리칠 놈
과연 있을까 싶은 요즘입니다.


그처럼 이성을 잃은 지배 논리
여태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맛 들린 문화에 빠져 외면하고 있어
어느 시절이 와야 마음 환하게
과연 상쾌 유쾌 될런지...

어쩌면
권좌에 앉아
원시적 살포제 투하한들
단지 숨 쉬는 통로만 막고 견딜 심사

기똥찬 문화에만 목숨 건 사람들
생기로웠던 이성은 어딜 가고
활기 의기 모두 상실한
하나같이 날개 접은 현실 같아요.

[그 말씀에 올린 나의 답글]
그래요. 우리는 우민(愚民)입니다. 권력의 윽박에 금세 눈깔아 내리고 주눅 들어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구석자리로 숨어드는 우리는 무지렁이 백성입니다. 어쩌다가 앞장서서 몇 마디 외쳤다가는 물대포에 사경을 헤매야 하고 권력의 하수인들로부터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들 보다 더한 지탄을 받지요. 담뱃값을 올리면 배알도 없는 백성이 되어 그 담배 사서 태워야 하고, 소주 값을 올리면 하늘같은 권력자님들의 주머니 채워주는 기쁨이려니 여기고 열심히 마셔야지요.

이성이나 의식이나 주권이라든지 인권이라든지 하는 단어를 남발하는 일은 자자손손 종북 낙인을 받지요. 전제주의 국가도 아니건만 왕 노릇하려 드는 대통령과 딸랑거리는 하수인들의 하수인 노릇이라도 해야 먹고살지 싶습니다.

날개도 없고
희망도 없고
의욕 또한 없으니
굼벵이 겨울나듯 죽은 듯이 엎드려 봄날을 기다립니다. (2015. 12.7, 전미혜)

전미혜 시인은
전미혜 선생님은
광주에서 '종이사랑'이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과 문화센타 등지에서 종이공예를 강의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편 시인이다. 탁월한 시상과 글맛으로 시를 쓰고 있으며, 빛고을에서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평등사회만들기' 운동가로 학연, 지연, 학력 등을 통한 연줄 사회를 배척한다. 하여 일체 그런 이력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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