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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뼛속까지 참 종교인이 되십시오!

by anarchopists 2019. 1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1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참 종교는 그 종교(문화)의 색깔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다!



  종교란 사람들에게 좋은 색깔을 입히는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 단지 자신의 고유한 종교적인 정보 곧 도그마라든가 구원에 이르는 독단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종교 공동체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신앙무늬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공동체 내부에 소속된 신자라는 것 하나 때문에 자신의 신앙 색깔이나 무늬로 다른 사람들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색깔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 색깔로만 칠해져야 한다고 고집을 한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라는 게 하나의 색깔만이 있던가.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조차도 완전한 색깔이 아닌 어설픈 색깔-어쩌면 혼합된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도 오만과 자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함석헌은 “종교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요 참 종교를 알아서 믿어야 하는데 참 종교는 어떤 것이냐 하면 예수를 믿음이란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은 예수를 향해 그저 주여 주여 하면 된다는 말이 아니다... 믿는다는 것은 그 예수를 나로 삼는 일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영원의 뱃길 19」』, 한길사, 1985, 294-295쪽)라고 말했다. 여기서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세상의 모든 종교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종교가 그리스도교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위의 문장에서 거듭 강조한 수식어가 “참 종교”다. 참 종교가 되고자 한다면 올바른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 참을 가진 여러 종교 중에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참을 갖지 못한 종교는 종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요, 더불어 참다운 신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군다나 종교 공동체 안에서 언어는 신앙적인 무늬를 갖고 있고 예수를 닮은 듯하나, 정작 믿는 일에 있어서는 예수를 철저하게 자신의 존재 혹은 존재지평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어디 신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종교가 인간 삶의 건전한 문화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으려면 바로 그러한 정신적 가치나 종교 공동체의 본질적 문화가 내면화 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뼛속까지 그리스도가 되어야 하고, 마음까지 부처가 되어야 하고, 몸속 깊은 데에 공자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감히 나의 종교가 참 종교라고 말할 수가 없을 것이며, 그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참 신자라고 자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종교 그 자체는 참 종교일 수 있으나 그 종교의 본질적인 가르침에 부합하여 살아가지 못하는 신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참 종교가 참되다고 평가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 종교문화가 사람들 마음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참과 진실로 자신의 신앙과 삶의 무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러한 종교문화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 공동체의 색깔을 아름답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전의 가르침이 내면화되고 자신이 믿는 신앙의 대상과 일치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종교의 무늬, 신앙의 무늬를 통해서 사회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울 수가 있다. 결단코 그 무늬가 자신의 공동체 속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무늬를 보기를 원하고 깊이를 상실해 가는 정신세계에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교 자체의 고유 무늬가 퇴색되는 날,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를 찾지 않을 것이고 종교 안에서 희망을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종교는 사회의 일부분의 문화를 감당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문화와는 달리 종교는 높은 정신과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삶의 무늬나 신앙의 무늬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책임감을 느끼고 늘 성찰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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