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마을은 평화요, 자연은 민주주의다!

by anarchopists 2019. 1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1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마을과 자연 민주주의



  마을이란 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집단의 이익과 상관없이, 혹은 그 이익이 상충된다 하더라도 대화하고 조율하면서 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공동체의 맹점은 어느 특정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서 갈등을 일으킬 때는 존속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더군다나 그 이익이 그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얼마든지 자체의 의사소통으로 건전한 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사심어린 마음이 외부의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면 그 마음은 이기심의 발로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여기서 외부의 조건이라 하면 국가, 정치, 경제, 전쟁, 테러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함석헌은 ‘국가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인류의 구원이 없다. 나라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세계사에 있어 가장 큰 우상은 지배주의의 권력 국가”라고 비판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의 자유를 저해하는 체제가 설령 국가라 하더라도 거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하는 일이라면, 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인간 개개인이 추구해야 하는 권리와 자유는 뒷전으로 해도 된다는 것인가. 함석헌은 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지배적이고 권력을 내세워 국가를 통해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더 이상 국가는 소용이 없다는 논리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 권리, 살 자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타자의 살 권리와 살 자유를 빼앗아 가면서까지 권리와 자유를 쟁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누구의 땅이든 그 땅을 사사로이 점유하겠다는 것에는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명분이 행여 자신의 사적 관심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삶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 데 명백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나 환경은 이익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그것들은 살아야 하고 살아줘야 하는 관계 속에 있는 것들이다. 초점을 보다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익이 되는 어떤 것이라도-전쟁, 무기 수입과 수출, 평화를 가장한 일체의 폭력과 행위와 대처 등-인간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행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미래는 현재에서 배태되는 시간의 예견과 뒤 미룸이다. 현재의 평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은 미래의 평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지금의 시간성이 서로 연대하고 화합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설득력을 상실한다.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와 평등도 필요하지만 자연을 배려하고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사고도 반드시 필요하다. 설득력을 상실한 인간의 장소성은 실존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신뢰는 설 자리를 찾아 헤맨다. 바닥을 뒹굴고 사람과 사람의 몸짓이 칼이 되고 도끼가 될 때 상처는 깊어가기만 한다. 무엇을 위한 삶-자리 다툼과 삶-자리 양보여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의 깊이를 뒤로 한 채 오직 이익이 상충되는 지점에서 칼날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경계에서 문득 살아야 할 것과 살려내야 할 것과 살아주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내가 아닌 타자가, 인간이 아닌 자연이, 서슬이 시퍼런 무기가 아닌 우주를 떠올린다면 안 되는 것일까?


  지금 강정마을의 사태는 바로 제주지역공동체라는 특정의 장소에 군사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대립과 반목으로 비춰지지만 실상은 군사시설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공동체의 평화와 제주지역 개인의 자유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보다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기지건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다른 전략과 장치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차지하더라도 시민들은 주거라는 장소의 평화를 박탈당한다는 악감정이 너무 강하게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이를 해소하고 소통, 설득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강정마을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지금 당장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