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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법의 정신을 말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19 05:00]에 발행한 글입니다.

                          변호사(辯護士)는 변호사(便好士)이다!

  이 나라도 이젠 변호사가 늘어간다. 현재 전국에 개업 중인 변호사가 10,000명을 넘었다. 로스쿨시대에 접어들면 더욱 더 변호사는 늘어갈 것이다. 도대체 이 시대에도 변호사가 필요한가? 변호사법 2조에 의하면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변호사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글쎄다.

  사람이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변호사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모여 살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변호사의 역할은 있어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조력자가 되어 그 일을 풀어가는 사람이 자격증 유무를 떠나서 변호사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가 있는 한 변호사는 존재하였던 것이다. 지금과 같이 어떤 자격증을 지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실상 어떤 현상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하던 사람은 시대에 있어서 다 있었던 것이다. 사실 어떤 사람의 실질적 변호사는 그래서 그 사람의 어머니이고, 친구요, 아내가 담당한 것이다. 단지 세상이 더욱 더 분화하고 복잡화 되면 될수록 이런 분화된 역할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생길 뿐이다.

물이 흘러가는데 순리대로 흐르지 않는 장해물이 있을 시 변호사는 그 장해물을 제거하여 물이 본래대로 흘러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옳은 것은 옳게 틀린 것은 틀리게 하는 것이 사실상 변호사의 역할이고 이러면 최고의 변호사이다. 그런데, 세상은 변호사에게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것을 요구한다. 그런 변호사가 유능하고 실력이 있다고 한다. 그럴까? 사실 그런 변호사가 유능하다면 변호사는 동물의 세계에 필요한 것이지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장해물이 되는 것이다.

  이 나라에 왜 전관예우라는 것이 아직도 돌아다니는가? 이것은 다들 나만 우선 살고보자는 식의 현실적 요구 때문이다. 길게 보고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이 나라의 의식수준이 아주 약하다. 옳은 것은 옳게 밝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점을 인정하면 된다. 법도 사실 진리의 틀 안에 있어야지 편의에 의하여 왔다 갔다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리, 자연법에 반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어떤 사안의 상황을 감안하여 말과 글로 변호(辯護)를 하지만 실상은 진리에 터잡 아서 변호를 하여야 한다. 그래서 실상 변호사는 변(便)을 좋아하는(好) 사람(士)인 것이다. 여기서 변(便)은 세상의 똥오줌을 넘어 그늘, 소외, 아픔, 뒷자리, 소망 등의 자리다. 민중(民衆)이 세상의 변(便)이다. 예수님, 부처님도 민중이요 세상의 변(便)이었다. 좋아한다는(好)의미는 무엇일까?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털어내지 않는다는 것이고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便)을 극도로 찬미하고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흘러가는 물을 보는 것처럼 보고 느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호사(辯護士)는 변호사(便好士)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법은 너무 가볍다. 이익을 위하여 법을 쉽게 제정하고 쉽게 법을 폐기하는 이 시대에 변호사들이 그냥 조용히 살아간다. 왜 그럴까? 로펌 같은 다들 조직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유, 독립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변호사(便好士)답게 살다간 사람이 누구일까? 지금은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는 조영래 변호사가 아닐까 한다. 전태일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고, 망원동수재사건, 부천성고문사건등 수많은 이 나라의 사안에 대하여 자신의 피와 땀을 새겨 변론을 한 조영래 변호사. 사실 그의 길이 바로 진리의 길이다. 간디가 말한 진리실험의 길이 사실 변호사의 길이다. 조영래 변호사가 살았다면 아마 간디의 길에 접근한 삶이었을 것이다.

  변호사들여! 시간을 내어 조영래 변호사가 잠들어 있는 마석의 모란공원에 한 번 가보아라. 가서 변호사(辯護士)에서 변호사(便好士)로 진화하라.
새봄에 새로운 변호사(便好士)들의 향기가 온 산하에 진동하기를 고대해본다(박종강 변호사, 2011/01/18).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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