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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법의 실태를 말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18 05:00]에 발행한 글입니다.

                              고위공직자는 로펌에서 뽑지 말자

  요즘 이 나라 장관 정도 하려면 청문회 통과가 문제다. 그런데 막상 후보자로 지명되는 순간만 기쁠 뿐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청문회에서 걸리는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투기나 탈세나 논문 표절 등 이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더욱 더 도덕성을 요구한다.
  최근의 감사원장 지명자의 낙마사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검찰 고위직에서 퇴직 후 로펌에서의 월 1억원의 급여 문제였다. 현재는 헌법 재판관 지명자도 로펌에서의 월 1억원의 급여가 청문회를 앞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젠 로펌에서 과다한 월급수령은 고위 공직자로 가는 길에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라고 하면 성급한 것일까? 왜 최근에 이렇게 법률가들의 로펌 취업에 태클을 거는 것일까? 이전에 로펌에 있다가 다들 고위 공직자로 옮겨 다녔는데 왜 지금에 와서 이러는가?

최근 이 나라에 부는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불고 있다.
그냥 미국의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들 교수의 강의다. 그런데 왜 정의에 대한 관심인가?
이 나라가 정의롭지 못하기에 정의를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의여야 할 법조계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예전에는 양해되는 부분이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로펌은 고위 검찰직과 고위 법원직 이외에도 공정거래위, 국세청, 금융감독원, 경찰청등 다수의 권력기관출신들을 영입한다. 왜 영입할까? 로펌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없다.
  그런데 요즘 추세는 정부기관에서의 퇴직자들이 로펌을 선호한다. 왜 그럴까? 일단 편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개소할 필요도 없고 직원을 관리할 필요도 없다. 그냥 로펌에 나가면 차량, 사무실, 고액의 급여 등 모든 것을 준비해 주고 편하게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다가 다시 고위 공직의 기회가 있으면 그냥 그대로 몸만 빼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로펌도 고위직 모셔다가 다시 고위직으로 가면 어느 로펌 출신이 되니 서로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특히 법률가들은 곰곰이 생각하여야 할 문제다.
법원장이나 대법관출신들이 로펌행을 하고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출신들이 로펌행을 한다. 그리고 그 로펌을 대리하여 버젓이 변호사 배지를 달고서 변호를 한다. 오히려 퇴직 시 로펌에서 불러주면 괜찮은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털인 꼴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것은 아니지 않는가? 법률가는 기본적으로 자유, 독립이다. 자신들이 법원의 법관이나 검사로 있을 때에 소리쳐 외친 것이 무엇인가? 다들 자유, 독립한 독립기관이라고 외쳤다. 그것이 법관과 검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호만 외치다가 고위 법관이나 고위 검찰간부가 되고 난 이후 로펌행에서 하는 일이 과연 자유, 독립의 길인가? 일단 로펌은 변호사만 200명이고 보좌하는 직원까지 하면 500명 정도 되는 하나의 기업이다. 그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최우선으로 움직이지 다른 것을 위하여 움직일까? 그런데 실상 변호사도 자유, 독립의 길이다. 로펌에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고위법관이나 고위 검찰간부들도 퇴직하고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자유, 독립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  법률가들이 그러한 의식이 있다면 적어도 고등법원부장출신이나 검사장이상급들은 로펌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의식이 세련된다면 5년 이상의 법원, 검찰경력자들은 아예 로펌행을 자제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시대는 멀었는가?

  그래서 고위 공직자들의 로펌취업금지법이라도 다시 구체적으로 제정하여야 할 형편이 아닌가? 최근의 사태에서 현실적으로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젠 고위공직자들을 선출시 로펌출신을 뽑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고위공직을 더 꿈꾸는 사람들은 그렇게 로펌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위반의 소지도 있지만 이 땅의 법률가들을 법률가답게 살아가게 하려면 다른 고위공직자들도 예전의 국가에 대한 헌신을 소중히 유지시키려면 현재의 형편에서는 할 수 없는 방책이라고 본다.

로펌행을 고대하는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현재의 민심은 헌법위반이라고 해도 고위공직자로펌취업금지법, 고위공직자지명 시 로펌출신을 제외한다는 취지의 법을 제정해 달라고 하고 있다. 법률가들이 자유, 독립이 되지 않으면 세상에 누구에게서 자유, 독립을 볼 것인가!(2011/01/18, 박종강 변호사)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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