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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법관은 자신의 판결로 진리를 증명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아! 죽산 조봉암은 무죄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 산행을 하다가 태릉쪽으로 내려가는 곳에 죽산 조봉암 선생의 묘소가 있다. 이제는 이승만 정권하에서 소위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바로 사형집행이 된 정치인 조봉암을 역사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해방 후 농림부장관으로 농지개혁을 주도한 사람인 줄 잘 모를 것이다.

  2011. 1. 20.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1898-1959)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조봉암 선생은 사형 집행 52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 국회의원과 농림부장관 등을 지내고 나중에 진보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 후반기인 1958년 간첩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심과 3심에서 각각 사형이 선고됐고 1959년 7월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사형이 집행됐던 것이다.

  재판부는 사형선고 당시 유죄로 인정한 세 가지 혐의 중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불법 무기소지 혐의는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변란 혐의에 대해 "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볼 수 없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결성됐다고 볼 수 없다. 진보당의 통일정책도 북한의 위장된 평화통일론에 부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간첩 혐의에 대해서도 "유일한 직접증거인 증인의 진술은 일반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 특무부대가 증인을 영장 없이 연행해 수사하는 등 불법으로 확보해 믿기 어렵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법률가들이 수없이 있었을 터인데 왜 침묵하였던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지금의 재심판결에 나오는 논리, 일반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특무부대가 불법으로 조사하여 작성한 증거라면 그때 당시에도 배척되어야 마땅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사재판의 원칙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재심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한 것은 진리의 길에 있어 타당한 것이다. 합리적 증거 없이 형사판결을 내린다는 것, 그것도 사형이라고 판결한 것은 참으로 인간의 존엄을 감안하지 않은 무자비한 것이다.

결국 이제 모든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 밝혀진다. 진리의 태양 앞에 모든 것이 드러나듯이 그간의 문제된 판결들도 역사 앞에서 바로 잡혀지고 있다. 당시 이런 판결을 한 법관들은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됨을 알았을까? 이젠 모든 판결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판결을 한 법관들의 실명도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양심에 따른 판결을 정확히 할 것 아닌가?

  그것이 사실상 사법정의를 바로 잡는 길 중의 하나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인정하고 바로 잡는 것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이 바로 나가는 길이다. 이 땅의 법률가들이여! 이젠 알 것이다. 법관은 판결로 말하는 것임을!(박종강 변호사, 2011/01/21)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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