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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행사 관련

[박종강-제4강] 간디와 사기변호

by anarchopists 2020. 2.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2/28 10:06]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서거 20주기, 간디서거 61주기 추모학술마당 강연-박종강]


간디와 사기변호
-진리와 의뢰인의 현실적 이해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정당한 사건만 이간다.
간디는 새 의뢰인을 만날 때 자신은 부정사건을 맡지도 않고, 증인을 코치하지도 않는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 결과로 간디는 부정사건을 의뢰받지 않는다는 평판을 얻게 된다. 간디의 철칙은 그래서 정당한 사건만 이긴다는 것이다. 간디가 변호한 수많은 사건 중에 재판부에서 사기변호로 의심받았던 사건에 대하여 자서전에서 밝히는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분쟁 중에 계산식과 관련하여 재판부가 재판중 계리사(요즈음의 공인회계사)에게 중재(仲裁)를 회부한 건이었다. 계리사의 중재판정은 간디의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나왔지만 실상 이는 계리사가 부주의하여 계산에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借邊에 기재하여야 할 금액을 貸邊에 기입하여 계산한 것임) 당시 간디는 의뢰인의 변호사 중 차석변호사였는데 상대방 측에서 당연히 중재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수석변호사는 위 오류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의뢰인의 이익에 역행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고 이는 통상의 변호사들은 그러하고 지금도 그러하다. 간디는 “우리 측이 그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정에서 잘못된 판정을 지지하리라는 확실성이 있느냐”고 주장하면서 위 오류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간디는 오류를 인정되지 않으면 이 사건에서 사임하겠다고 의뢰인에게 밝힌다.

의뢰인도 간디의 주장을 따라 오류를 인정하고 간디에게 수석변호사 대신 법정에서 변론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한편, 대법정에서 간디가 계산상의 오류를 주장하자 재판관 한사람이 “간디씨, 이것 사기변호 아니요?”라고 힐문한다. 간디는 보중할 자료를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서 재판관들에게 설명을 하였고, 당초 의심했던 재판장도 중재에 이의를 제기한 상대방 변호사측에게 “간디씨가 그 착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합시다. 그때에 당신은 어떻게 했겠습니까?” “법정은 당신 사건은 당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어떤 전문계리사라도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 외에 아무것도 지적해내지 못한다면 법정은 명백한 착오 때문에 구태여 쌍방으로 하여금 새로운 소송을 열고 새로운 비용을 쓰게 할 의향이 없습니다.”하고 상대방 변호사측의 이의를 기각해버렸다.

이 사건에서 간디는 진리를 꺾지 않고서도 법률에 종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굳게 믿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이 나라의 변호사윤리규칙 1조 1항에서에도 변호사의 사명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에 있다고 밝히고 변호사윤리규칙 1조 2항에서는 양심과 용기로서 그 사명완수에 진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간디가 변론에서 했던 대로 하는 것이 이 나라 변호사윤리규칙에도 그대로 있다. 즉 간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 변호사윤리규칙대로 하면 이 땅에서 지금 바로 간디가 되는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간디는 요하네스버어그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할 때 치안관 담당사건을 담당한다. 재판 중에 간디는 의뢰인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발견한다. 간디는 증인신문을 하면서 의뢰인의 허위가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아무런 변론을 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간디가 치안관에게 소송을 기각해줄 것을 신청하자 상대방변호사도 깜작 놀라고 치안관은 간디의 솔직함을 알기에 쾌히 승낙한다.

그리고 간디는 부정사건을 가져온 의뢰인을 호되게 꾸짖는다. 부정사건을 맡지 않는 사실을 알고도 간디에게 사건을 의뢰한 그 사람은 간디에게 잘못을 인정하였다. 이런 사건을 통해서 간디는 동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솔직함으로 명성을 높였고, 오히려 변호사업이 번창하였다고 자서전에서 밝힌다.

이 나라의 현행 변호사법 24조 2항에 의하면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윤리규칙에 2조에 기본윤리를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사는 사건을 만날 때 수많은 사실과 접한다. 그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역할이자 의무, 도덕적 의무라 할 것이다. 변호사법 27조 1항에도 변호사는 연간 일정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변호사업무가 실상 공공성을 지닌 것임을 확인하여 주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윤리규칙 14조에 의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때에는 즉시 그 협조를 중단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가 범법자가 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실정에 위 규정을 생각하여야 한다. 특히,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탈법의 논리를 제공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과연 변호사의 윤리에 타당 하는가에 대해서 이 나라 변호사들은 숙고하여야 한다.

그리고 간디는 법률가로서 자신의 무지를 의뢰인이나 동료변호사들에게 감추지 아니하였다. 간디는 “자신이 없어 어떻게 할 수 없을 때에는 의뢰인에게 다른 변호사를 알아보라”고 권하였고, 의뢰인이 꼭 간디에게 의뢰하겠다면 “수석변호사를 초빙하여 함께 일을 해달라고 의뢰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라고 밝힌다.


간디는 솔직성으로 의뢰인의 한없는 애호와 신뢰를 받았고, 이는 간디가 공공사업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기초가 된다. 이 나라 사법 불신 중에 하나가 사건 수임시 가망이 없는 사건을 마치 되는 것처럼 해서 무리하게 사건 수임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을 때 수임료를 반환해 달라는 분쟁이 참으로 많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고, 이길 것만 이기는 것이 진리 아닌가? 이것에 충실하면 된다. (박종강 월요일 계속)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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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포럼운영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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