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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행사 관련

[박종강-제3강] 사법부의 전관예우-양심을 파는 일이다.

by anarchopists 2020. 2.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2/27 09:02]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서거20주기, 간디서거 61주기 기념 학술마당 강연-박종강]


간디와 전관예우
-변호사가 연줄을 이용하여 변론하여야 하는가?-

간디가 변호사초창기에 뭄바이에서 혼나고 라지코트에서 조금씩 자리 잡아 갈려고 하였는데 연줄을 이용하려다가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결국 이것이 간디를 남아프리카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당시 간디의 형인 락스미다스는 포르반다르의 젊은 왕세자 바브싱의 비서이자 고문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왕세자가 국고에서 보석을 불법으로 반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국인 주재관 찰스 올리번트는 왕세자가 간디의 형 락스미다스의 조언을 받아 행동한 것이라고 보고를 받았다.

이 일로 간디의 형은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간디의 형은 간디에게 간디가 주재관인 찰스올리번트과 영국에서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을 알고 간디에게 위 주재관을 만나 자신의 일을 이야기 해줄 것을 요청받는다. 당시 간디는 형을 위하여 한 마디 할 수 있었지만 끼어들고 싶지는 않아서 정식통로로 청원서를 제출하여 결과를 보도록 하도록 한다. 그러나, 간디의 형 락스미다스는 간디에게 이렇게 말한다.

“ 너는 이지역 카티아와르를 몰라. 그리고 아직 세상도 몰라. 여기서는 연줄이 제일이야. 네가 아는 장교에게 나에 대하여 좋게 말해줄 수 있는데도 네 의무를 피하는 것은 형제간에 할 일이 아니다.” 이에, 간디는 주재관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찰스 올리번트를 만난다. 찰스올리번트도 간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간디는 영국에서 만났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형 이야기를 꺼낸다. 주재관은 금방 짜증을 낸다.

“당신형은 음모가요. 당신 이야기는 더 듣고 싶지 않소. 난 시간이 없소. 당신 형이 할 말이 있으면 정식경로를 통해서 하라고 하시오.” 간디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죄송하지만 제 말을 좀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올리번트를 버럭 화를 내고 문지기를 시켜 간디를 강제로 데리고 나가라고 한다. 끌려나온 간디는 엄청난 모욕을 느끼고 주재관에게 “당신은 나를 모욕하였습니다. 당신은 심부름꾼을 통하여 나를 폭행하였습니다. 만일 배상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고소하겠습니다.”라고 항의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주재관은 고소하려면 고소해보라는 취지로 답신한다. 이에, 간디는 다시는 그런 어정쩡한 입장에 자신을 두지 않고, 우정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결심을 그 후 간디는 변호사를 하면서 깨뜨린 적이 없다. 간디는 연줄을 이용하려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다. 이 충격은 간디의 일생을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전관예우는 양심을 죽이는 일이다.
간디는 이건으로 인하여 라지코트에서 법정변호사로서 출세하는 데 지장이 생기게 된 것이다. 당시 포르반다르에 있는 회사가 남아프리카에서 4만 파운드의 소송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었는데, 회사 측에서 간디의 형을 통해 간디에게 제의가 들어와 간디는 남아프리카로 향한다. 당시는 간디도 더 이상 고향에서 변호사를 할 수가 없었다.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하는 간디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후일 간디에게나 인도에게나 인류에게나 간디의 남아프리카행은 축복이 된다. 간디는 이를 하나님이 인도하였다라고 술회한다.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어느 순간 이 나라에 보통명사가 되 버렸다. 백과사전에 올라서는 안 되는 단어가 이제는 사람들이 당연한 것 인양 여긴다. 전관예우의 사전적정의가 “전직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하여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이다. 법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전관(前官)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면 이것은 사법이 죽은 것이고, 양심이 죽은 것이고, 진리가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본래, 변호사법 30조는 연고관계 등의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로펌들은 경쟁적으로 최근 퇴임한 대법관, 법원장, 검사장을 자신의 로펌의 대표변호사 내지 공동대표변호사로 모신다고 일간신문 등에 홍보한다. 최근의 고위법관, 법원장이나 대법관출신들의 로펌행이 문제되고 있지만 이제는 다른 행정기관, 즉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출신 전직 장차관 고위관료들도 마찬가지로 경쟁적으로 스카우트했다고 홍보한다.

이 나라 행정부가 로펌들의 로비스트양성소가 돼서야 되겠는가? 사법부출신들이 그런 일에 도덕적으로 무감각하니 다른 관료들도 따라 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은 고등법원부장이상 고위법관, 검사장이상 고위 검찰간부들은 로펌행을 자제하는 내부규율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가 자유, 독립,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데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들이 거대로펌에 가서 기업가들과 로펌의 고객의 이익을 위하여 법정에서, 검찰청 조사실에서 변론한다면 누가 존경을 하고 사법을 신뢰할 것인가?

그래도 법률가가 사회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지 않는가? 사회에서 사법시험 합격하면 변호사라는 면허를 준 연유가 무엇인가? 그래도 독립하여 자유롭게 공공의 일을 해나가라는 사회의 약속이지 이익집단의 이익만을 위하여 변호하라는 뜻 아니다. 간디가 지금 이 나라에 오면 벌일 사티아그라하는 무엇일까? 필자는 아마 고위직 법률가들의 로펌행을 자제하는 운동, 결국 그 법률가 스스로 양심에 우러러 하게 하는 사티아그라하(진리실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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