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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단상

박원순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임

by anarchopists 2019. 11. 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1/1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박원순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임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가 발표되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그만큼 ‘변화’를 바라는 마음, 이 땅에 진정 민주주의 정치가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말일 것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태어난 뒷 배경에는 그를 위해 헌신적으로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두 발 벗고 나선 진짜 투사들이었다.

얼마 전에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바람개비가 마치 노란 개나리꽃이 핀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세상을 바꾼 바람개비”

이 책은 박원순 시장을 돕기 위해 ‘희망 캠프’에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이 쓴 후일담이다. 자원봉사단장을 맡았던 이해숙씨 등 자원봉사자 40여명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쓴 글들을 읽으며 나는 ‘희망’을 읽었다.

자원봉사란 말 그대로 대가없이 헌신하는 것이다. 희망 캠프에 속한 사람들은 선거 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 박원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주부에서부터 대학생, 회사원, 의사, 은퇴자 등 각기 하는 일도 다양했고 사는 곳도 전국구였다. 심지어 지방에 사는 봉사자는 고시원에 머물며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생업을 뒤로 한 채 박원순 후보를 돕는 사람도 있었다. 박원순 후보의 얼굴을 가까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회원도 많다. 단지 박원순 후보가 추구하는 세계를 밀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원봉사대장을 맡았던 이해숙 씨는 선거가 끝난 한참 뒤까지도 선거 운동하는 꿈을 꿀 정도로 헌신이었다. 무엇이 평범한 주부이자 수필가인 그녀를 아파가면서까지 그 일에 앞장서게 하였을까. 한 마디로 세상을 바꿔 보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힘 있는 자, 권력을 손에 거머쥔 자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과의 결별을 꿈 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대로 박원순 후보는 서울 시장이 되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희망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그 모임을 열정적으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하여 ‘박원순을 지켜보는 모임’ 이다.

나는 지금까지 ‘xx를 사모하는 모임’ 이라든가 ‘vv를 지지하는 단체’ 등에 대해 수없이 들어 보았다. 자신의 뜻에 맞는 사람을 추종하는 모임이나 동아리다. 개인적인 만남이야 그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을 추모하는 모임이나 단체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권의 언저리에 빌붙은 모임은 곁에 가도 부패의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을 만드는데 적극 힘을 보탠 ‘희망 캠프’ 에 속한 자원 봉사자들은 지금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잠 안 자고, 하마터면 캠프 일 하느라 자식까지 잃어버릴 뻔 하기도 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들어 낸 서울 시장이, 딴 길로 가는 걸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이라는 문구를 강조한다.

참으로 좋은 발상이다. 내가 뽑았거나 지지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종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가 부패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그 점 아닌가. 추모한다면서 무조건 아부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치인들이 당선만 되고 나면 벽 속에 갇힌 밀랍인형처럼 민심을 못 읽는 것이다. 결국은 비 맞은 새처럼 초라한 몰골로 추락하고 말았던 위정자를 우린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정치인들이 못하는 걸, 순수한 시민이 나선 것이다.

나는 앞으로 ‘vv 대통령을 지켜보는 모임’ 이나 ‘xx 국회의원을 지켜 보는 모임’ 등이 많이 생겨나길 빈다. 사심없는 시민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정치인은 결코 썩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세상을 바꾸는 바람개비의 바람이 여기저기서 힘차게 불었으면 좋겠다.(2012.1.18, 박경희)

박경희 작가님은
2006년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 라디오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에는 극동방송에서 "김혜자와 차 한잔을" 프로의 구성 작가로 18년 간 일하다 지금은 탈북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의 필진이다.

작품으로는 《분홍벽돌집》(다른, 2009), 《이대로 감사합니다》(두란노, 2008),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고려문화사, 2006), 《천국을 수놓은 작은 손수건》(평단문화사, 2004)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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