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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박근혜님, 우리는 당신 때문에 창피합니다.

by anarchopists 2019. 10.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7/01/05 06:05]에 발행한 글입니다.

박근혜님,
우리는 당신 때문에 창피합니다.
-이제 함께 갈 수 없습니다 -

박근혜님, 당신은 탄핵(彈劾)을 당했습니다. 이제 그만 자진퇴진을 하지요. 노무현 때와는 당신의 입장은 다릅니다. 노무현의 탄핵은 의회쿠데타 음모가 탄로가 난 것이고, 당신의 경우는 나라사람으로부터 탄핵을 받은 것으로 상황이 다릅니다. 헌재의 탄핵부결을 바라고 있는 것은 파렴치한 기대입니다. 이 나라의 주권은 당신이 아닌 나라사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 헌법은 당시 아버지, 박정희 때 강제된 유신헌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제왕적 대통령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날 당신 같은 수치스런 사람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헌은 바로 이 점을 개헌해야 합니다. 하여 이 나라사람들은 연일 늘어나는 촛불(연 1,000만 명 돌파)을 들고 당신의 양심에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연이은 창피한 변명을 거듭하면서 끝내는 당신 자신의 “잘못은 없다. 모두 나라를 위해 했다”고 창피한 말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죄다 최순실 년(撚) 탓으로 뒤집어씌우고 있군요. 그래서 더욱 창피합니다. 당신은 염치를 모르는 사람 같습니다. 그리고 분수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여 옛 성인으로써 정치의 달인이었던 공자님 말씀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그의 논어(論語)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좋은 정치와 네 가지 나쁜 정치(尊五美, 屛四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말의 뜻을 아실런지 모르겠으나 혹여 하여 주제넘게 한 말씀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그의 스승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했다(종사從事)고 할 수 있습니까(何如斯可以從政矣) 이에 공자가 대답을 합니다. “정치를 말한다면, 다섯 가지 ‘선한정치’와 네 가지 ‘패악정치’가 있다”(尊五美, 屛四惡) 그러자 자장이 다섯 가지 선한정치(존오미)는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공자가 다음과 같이 말해줍니다. 존오미는, “첫째 복지정책을 쓰되 지나치게 낭비가 되어서는 안 되고, 둘째 노동자에게 원망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되고, 셋째 제 하고 싶다고 해서 욕심대로 다 해서는 안 되고, 넷째 옥좌에 있다고 해서 교만해서는 안 되고, 다섯째 위에 있다고 해서 사납게 군림해서는 안 된다. 이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미덕이다”(君子惠而不費, 勞而不怨, 欲而不貪, 泰而不驕, 威而不猛. 현재적으로 해석하였음) 자장이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네 가지 패악정치(병사악)는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합니다. 병사악은 “첫째 나라사람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이고(학정虐政)이고 둘째, 나라를 제 하고 싶은 욕심대로 다하는 것이고(폭정暴政), 셋째는 나라 일을 나라사람 뜻에 어긋나게 농단하는 일이고(적정賊政) 넷째 나라 돈을 제 입에만 처넣고 나라경제 엉망으로 만드는 일(인정吝政)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해서는 안 된다.(不敎而殺謂之虐; 不戒視成謂之暴; 慢令致期謂之賊; 猶之與人也, 出納之吝, 謂之有司, 《論語注疏, 堯曰篇》 第20, 《四庫全書薈要》,吉林人民出版社, 1997, 252쪽)

이로 비추어 볼 때, 당신은 ‘존오미’는 하나도 없고 ‘병사악’만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다 드러난 이야기를 가지고 말해 보면, 첫째 기업재산을 탐했으니 학정(虐政)을 했고, 검정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했으니 폭정(暴政)이고, 싸드배치로 나라경제를 악화시켰으니 인정(吝政)을 했으며, 최순실을 통하여 국정을 농단케 했으니 적정(賊政)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새해 첫날부터 되지 않는 말, 곧 비어(費語: 쓸데없는 말), 원언(怨言: 남을 탓하는 말), 탐화(貪話: 자기 욕심대로만 하는 말), 교언(驕言: 반성이 없는 나라발전 운운 하는 말), 맹언(猛言: 여왕으로 착각하는 자세로 하는 말)으로 ‘존오미’의 정치미덕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중하고 물러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그와 같은 언행에 우리는 창피합니다. 제발 우리 심정을 알기나 한 건지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박근혜님, 당신은 오늘날 당신이 하는 행동의 수준으로 볼 때, 초등학교 학생 수준으로도 안 보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손주 하나를 데리고 삽니다. 그리하여 매일 같이 등하교를 시키면서 초등학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초등학교 학생들의 언어사용과 행동을 보면 우리 때(박근혜님과 비숫한 연령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준 높은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놀이(아마도 도망자놀이인 듯)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술래를 정하고 나머지 아이들이 술래의 손길을 피하여 도망을 다니면서 술래에게 안 잡히려고 뛰어 다닙니다. 그런데 도망 다니던 한 애가 술래에게 안 잡히려고 그만 반칙을 합니다. 술래가 그 애의 반칙을 지적하면서 “아니다, 기다” 하면서 서로 옥신각신합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가 판단을 해줍니다. “네가 반칙을 하였기에 술래가 그만 잡지 못하였다”라고 말해 줍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더 이상 우기지를 않고 이에 순응하여 바로 자신이 술래가 되어 그 놀이의 흥을 깨지 않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초등학생들만도 못한 지겨운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도망자입니다. 그리고 당신 주변의 인물들은 당신과 함께 도망자들입니다. 촛불을 든 나라사람들은 일체가 된 술래입니다. 당신과 나라사람들은 처음에 즐거운 도망놀이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들 도망자들이 잔꾀를 부리다가 술래에게 잡혔습니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우깁니다. 참으로 딱합니다. 자꾸 도망자가 술래가 되기 싫다고 그렇게 우기면 흥겨운 놀이는 그만 깨지고 맙니다. 아이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하던 놀이를 계속 즐기려 하는데 당신은 이 나라의 흥겨운 놀이(나라의 발전)를 깨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반칙(잘못)을 인정하고 술래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의 남은여생을 더 이상 추하게 만들지 마세요. 당신이 없어도 이 나라의 즐거운 놀이(나라의 발전적 운명)는 영원히 지속되어 나갈 겁니다. 당신 없으면 이 나라는 더 흥겨운 놀이를 계속하리라 봅니다. 더 이상 이 나라 걱정을 마시고 당신 걱정이나 하시기 바랍니다. 제발 초등학교 아이들이 오늘도 우기지 않고 흥겨운 도망놀이를 계속하듯, 당신도 그만 우기고, 우리 나라사람에게 흥겨운 삶의 놀이를 되돌려 주기 바랍니다.

끝으로, 당신의 얼굴모습은 어떤지 묻고 싶습니다. 사람은 선함을 탐한 사람과 악함을 탐한 사람의 얼굴모습이 다릅니다. ‘세월호참사’ 7시간 동안 모처에서 얼굴시술을 안 했다고 하는데 과연 당신의 본래 얼굴은 어떤 모습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과연 당신의 얼굴은 선함을 탐한 얼굴일까요. (2017. 신년원단, 취래원농사)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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