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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모든 독재자들은 망합니다.

by anarchopists 2020. 1. 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2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모든 독재자들은 망합니다.

"독재는 왜 망하고야 마는가? 힘은 본래 민중에게 있습니다. 민중이 자치를 할 때 나라는 가장 강합니다. 독재주의란 민중의 그 자치권을 빼앗아서 한곳에 모아 가지는 것입니다. 중앙집권입니다. 그렇게 하면 힘이 있고 일이 빠르고 능률이 있는 듯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것은 모르는 소견입니다. 한 곳에 집중했던 힘은 도둑이 들어올 때 쉽게 빼앗길 수 있습니다. 독재하는 나라에 늘 정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치할 때, 나라는 가장 강합니다. 그것이 천하를 천하에 감추는 것입니다. 민중의 가슴 속에 감춘 나라, 그것이 천하막강의 나라, 곧 하늘나라입니다. 임금도 죽일 수 있고 일당정치 하던 당원도 다 박멸을 할 수는 있어도 자주자치 하는 민중의 나라를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남한에서 독재정치를 한사코 반대하는 까닭입니다
."(이상, 함석헌, 〈양한재조 재차일념〉, 《함석헌저작집》 4, 한길사, 2009, 37쪽)

이 글은 함석헌 선생님이 1964년 《사상계》 3월호에 쓰신 글입니다. 박정희 권력이 군사독재를 굳혀나갈 때 이에 대한 경고와 함께 민중들에게 군사독재를 막자는 호소를 한 글입니다. 오늘의 이 나라도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이명박 독재라고들 합니다. 하여 오늘은 독재(獨裁; 혼자서 말아먹는다는 뜻)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독재라는 말은 어디서 생겼을까요. 우리는 늘 역사의 소중함을 압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회의 모습, 삶의 모습이 우리보다 앞서 살고 간 사람들의 발자취가 쌓여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는 일찍이 왕에 의한 중앙집권적 전제군주제가 발달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아시아의 전제군주제를 비판해 왔습니다.(K. Wittfogel, 1961) 그러나 동양적 전제주의라고도 하는 이 말은 황제는 이론상 유일한 권력자로 대립자를 인정하지 않는 최고주권자라는 뜻일 뿐입니다. 실제에 있어서는 유럽 근세의 독재군주제에 비견(比肩)됩니다. 따라서 고대 로마의 군인독재와는 구별됩니다. 독재의 개념에 대하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헌법에 의한 의회제도나 삼권분립 등 국가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두지 않은 채 개인 권력자 또는 그를 둘러싼 소수자들이 힘에 의한 자의적(恣意的) 지배를 강행하는 정치구조를 독재라고 말합니다.

독재의 기원은 유럽고대 로마의 통령정치(dictatur)에서 유래합니다. 로마는 내란, 또는 외침의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원로원(元老院)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두 명의 통령(統領, 집정관)이 6개월을 기한으로 교대로 로마법을 정지시키고 독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독재권’에서 ‘독재’라는 정치용어가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정치권력이 1인한테 또는 그를 추종하는 권력자들에게 집중될 때 이를 독재라고 합니다.

유럽의 경우는 국가의 특수상황에서 독재자들이 출현한 바 있습니다. 바로 전시독재 ·혁명독재자들이 그들입니다. 그러나 보통 전시나 혁명 등 특수상황이 끝나면 독재권력은 소멸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럽과 전혀 다릅니다. 헌법에 의한 민주주의 정치역사가 짧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치독재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을 지냈던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 이명박에 대하여도 일각에서는 독재자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
의 독재 성격을 살펴봅시다. 이승만은 친일적 반공독재자였습니다. 통치권력을 잡기 위해 영토의 분단도 불사한 인물입니다. 게다가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제시대 제 민족을 압제했거나 북에서 탈출한 친일파 군경들을 관료로 등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들 친일파 관료들은 지들 권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반공이념을 정치이념으로 삼고 장기집권을 도모합니다. 이 결과 이승만 반공독재가 탄생합니다.

이에 자유민주세력들이 분노하였습니다. 이들에 의해 곧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는 4.19민주혁명이 일어납니다. 이제 참다운 민주주의 정치에 진입하려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별의별 핑계( 그중 가장 파렴치한 구실이 사회혼란이다)를 대고 민주권력을 찬탈하는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납니다. 박정희 또한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하여 반공이념을 정치이념으로 삼습니다. 게다가 여러 차례 대한민국 헌법을 배반하는 등 헌정질서를 문난시키면서 군부독재를 강화합니다. 헌법을 유린(유신헌법)하는 것도 모자라서 독재를 반대하는 민중의 인권까지 유린합니다. 곧 반공군사독재자입니다. 박정희는 결국 권력내부의 모순이 발생하면서 죽임을 당합니다.

박정희의 죽음과 함께 이 나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 솟았습니다. 그런데 도깨비 같은 신군부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두목은 전두환입니다. 신군부는 12.12군사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이들은 다음 해 광주시민에 대한 대학살을 자행하고 대한민국의 민주권력을 찬탈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독재, 곧 살인독재가 생겨났습니다. 이들이 속한 정당은 자유당→공화당→민정당으로 진화합니다. 민정당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 한나라당에서 다시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이명박입니다. 그리고 권력을 중앙집권적으로 장악했습니다. 그 중 가장 슬픈 일은 언론의 장악입니다. 그리고는 권력층들이 온갖 거짓말을 합니다. 바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놓고는 서민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언론들은 이것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서민의 삶이 매우 고달픕니다. 그런데도 언론과 권력은 서민의 소리를 외면합니다. 독불장군이 따로 없습니다. 또 새로운 독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우민독재(국민을 어리석게 보는 독재자)입니다. 북한에도 새로운 독재가 나타났습니다. 한반도의 비극입니다. 김일성독재→김정일독재→3대세습독재입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모든 독재자는 망”한다 라고.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즈음 “천벌을 받는다.”는 말이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2010.10. 18, 저녁, 취래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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