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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단상

망루- 세명교회, 그리고 목사

by anarchopists 2020. 1. 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0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망루

얼마 전에 <망루>라는 세태 소설을 읽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형 교회인 세명교회 당회장 목사는 거룩이라는 가면을 쓰고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민우는 도강동 시장에서 평생 노점상을 하며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목사가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뜻을 거부할 수 없어 신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세명교회 전도사다.
그는 세명교회 담임 목사의 설교문을 대필해 줄 뿐 아니라, 그의 모든 비리를 알면서도
꺼이꺼이 그의 종처럼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오롯이 시장에 매달려 살아 온 상인들을 거리로 내쫓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은 바로 세명교회 당회장 목사와 그의 오른팔인 윤 장로다.

그들은 도강동의 재개발을 빌미로 이웃 사랑을 외치지만
결국은 교회의 확장과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다.
불의인 줄 알면서도 그 일에 동참하는 민우는 제국의 노예나
다름없이 살고 있다. 다행히 마지막에 민우는 목사 안수 받기를 포기하고
어딘가로 잠적하고 만다."

나는 도강동 철거민들이
"우리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라."며 망루 위에서 눈물로 절규할 때,
깡패를 채용해 철거민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자들을 고용한 것이 교회라는
부분이 밝혀지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떨렸다
. 소설이 너무도 현실처럼 느껴졌기에.
난 책을 덮으며 소설의 내용이 부디 작가만의 상상이길 염원했다.

이 소설의 무대인 도강동은 얼마 전 전 국민의 가슴을 서늘케 했던 신용산의 참사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우리 뇌리 속에서는 이미 신용산 참사는 잊혀진 사건이 아닌지.
지금도 어쩌면 수많은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 죽음보다 깊은 시름에 젖어 울부짖고 있는지도 모른다
.

바라건대, 이 땅에 수없이 많은 붉은 십자가를 단 교회들이 소설과는 정반대로
찬바람을 맞으며 망루 위에 선 사람들의 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2010. 10.6 저녁, 박경희)

박경희 작가님은
2006년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 라디오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에는 극동방송에서 "김혜자와 차 한잔을" 프로의 구성 작가로 18년 간 일하다 지금은 탈북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의 필진이다.

작품으로는 《분홍벽돌집》(다른, 2009), 《이대로 감사합니다》(두란노, 2008),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고려문화사, 2006), 《천국을 수놓은 작은 손수건》(평단문화사, 2004)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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