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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말씀

[말씀과 명상] 함석헌의 말씀과 오늘의 명상 4

by anarchopists 2020. 1. 1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5/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함석헌의 말씀과 오늘의 명상

함석헌의 말씀을 새김

저번에 산업선교 공청회 한다고 들으러 갔더니, 교회 장로님, 목사님 나와서 말마다 “성경에 산업선교라는 말이 어디 있어? 백주에 이런 소리가 나. ”영혼 구원은 개인의 영혼 구원 얻는 거지 무슨 사회 복음이 뭐냐?“ 미국에서 사회 복음 소리가 난 게 언젠지 아세요? 내가 스물다섯 살 때부터 나온 거예요. 지금도 개인 영혼이라 그러지만, 개인 영혼이란 게 어디 있어요? 바다에 물방울이 들어가면 알 수가 없는 모양으로, 네 물방을 내 물방울이 없 어.... 더더구나 이 안에 소위 정신이 있어서 그게 뒤섞인 다음엔 네 정신, 내 정신을 따로 가를 수가 어디 있어요? 역사라는 건 그렇게 되는 거....

그렇지만 아직도 바른 역사의식이 별로 없어. 그러니까 목사님, 장로님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산업선교란 그런 말 성경에 어디 있냐, 개인 영혼의 구원 얻는 게 목적이지 무슨 그런 걸 하냐”, 그런 말을 할 만큼 무식하다 그 말이에요.

그랬는데 재미있어요. 어느 학생이 그 말 듣더니, “어이, 그 장로 정말 사회가 어둡다면 거기 와서 말은 왜 하지?” 얼마나 들어맞는 말이오? 나는 미처 그 생각을 못했어. 정말 개인 구원 같으면 산업 선교 해라 말아라 말 것 없잖아? 제 집 골방에서 하나님 믿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그러나 왜 못 그러는 거요? 이제는 혼자서 다 할 수가 없잖아. 쌀값 하나가 오르고 내리는 것도 뉴욕 시장에서 달러 시세가 올랐다 내렸다 그걸로 따라 잡는 거야. 세계적으로 그렇게 된거요. 한 데 벌써 얽혀 들어간 건데, 사회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거기 가서 그러니 그걸 믿는다 그럴 수가 어디 있어요?
(『끝나지 않은 강연』 145-7쪽)

오늘의 명상

이 글은 1983년 3월 대전 민중교회에서 한 함석헌 선생의 강론에서 나온 글이다. 여기에 그의 구원관, 사회관, 종교관, 철학적 존재론이 배어있다. 오늘의 한국사회의 종교인, 특히 기독교인의 의식수준이 1983년 당시의 의식수준과 크게 다를까 의심스럽다. 개인구원에 더 매달려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아마 더 퇴보했을 런지도 모른다. 종교조직이 더 자본주의화한 만큼이나. 함석헌이 예측했듯이 세계는 개인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 세계주의, 지구화로 진행, 진화하고 있다. 진보, 발전, 진화의 단위는 더 이상 개인이나 집단, 국가가 아니다. 인류사회 전체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석헌은 사회진화론자이다. 개인진화론자나 사회퇴화론자가 아니다. 개인구원은 없다, 사회구원이라야 한다고 외쳤다. 그 근거로, 사후에 개인은 없어지고 영은 하늘나라에서 하나가 된다. 물방울이 바다와 하나가 되듯이. 설득력 있는 비유이다. 동서에 없었던 이 획기적인 선언이 메아리도 없이 무시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의 종교가 이 모양이다. 새 종교개혁이 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학자와 지식인들 가운데 사회진화론을 아직도 19세기 버전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자칭 함석헌 추종자들은 물론 박노자, 김상봉 같은 소위 진보학자도 19세기 영국 버전과 개화파 논객의 이해를 화석화시켜 써먹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 개혁, 진화를 막고 있는 세력이다.

이 개념 하나를 두고 함석헌을 사유화, 집단화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함석헌은 “개인보다는 사회/전체가 단위가 되어 인류가 진화해가야 한다”는 이상을 일찍이 천명했다. 이러한 철학이 없는 지도자,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바람에 분단된 남북은 더욱 멀어지고 사회계층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 퇴행적인 정치, 종교, 언론, 교육의 노예가 되어있다. 우리가 탄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치 앞을 알 수없이 불안하다. (김영호)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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