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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말씀

[말씀과 명상]함석헌의 말씀과 오늘의 명상 1

by anarchopists 2020. 1. 1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5/2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함석헌의 말씀
- 우리는 이 나라를 건져야 합니다. 우리밖에 없습니다. 세월 좋을 때에 나무통같이 서던 것들, 거기 붙어 잎같이 꽃같이 영화를 누리던 것들, 그 속에 새처럼 나비처럼 지저귀던 것들, 혁명의 폭풍 오면 다 그 존재가 없습니다. 물에도, 불에도, 약에도 죽지 않고 남는 것은 하늘소리를 속에 간직했던 낮고 약하던 씨알들뿐입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온 세계 인류가 다 그렇습니다. 홑으로 사람만 아닙니다. 모든 생명의 씨가 한가지로 위급한 운명에 빠졌습니다. 생각하는 이 인간의 장난 끝에 잘못하다가는 10억년 자라서 오늘에 이른 큰 진화의 생명나무가 씨 째 망해버리게 됐습니다. 이 나라의 어려움은 그래서 온 것입니다. 전신에 들어 있는 피가 썩어서 곪아 터진 것이 우리 한국이라는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세계를 구원함 없이 이 나라를 구원할 수 없고 이 나라를 살리지 않고 우주를 살려낼 길이 없습니다. 여기 우리의 거룩한 사명이 있습니다.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더 심한 환란이 올 것입니다. 일이 차차 어려워질 때 소위 강대국이라는 것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저만 살겠다 몸부림칠 것입니다. 정치란 것이 무엇입니까? 따져 들어가면 한마디로 어려움을 남에게 떠밀고 나만 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치로 문제해결 절대 되지 않습니다. 정치는 욕심의 총결산입니다. 욕심 있는 사람 문제를 바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습니다. 더구나 오늘의 정치는 점점 더 폭력주의기 때문에 인류의 멸망을 재촉할지언정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치만능주의로 줄달음을 쳐온 이 문명이 멸망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함석헌전집 5권 13쪽)



오늘의 명상
윗글은 함석헌이 1973년에 쓴 글 「서풍의 노래」에 들어있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점에서 『씨알의 소리』(11월호)에 쓴 글입니다. 37년 전에 쓴 글이라 시의성이 있는지 우선 생각하게 됩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물론 박정희 정권을 이은 군사 정권시대가 끝나고 민주화가 되어 잠시 그것을 맛보다가 이제 다시 후퇴하는 형국입니다. 세계가 함석헌이 지향하는 세계주의, 세계화로 나아가고 있지만 국가주의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과도기입니다. 소련이 붕괴되어 미, 소 양극체제에서 미국의 일극 체제로, 이제는 유럽, 중국이 (잠재적으로 러시아까지) 끼어들어 다극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라져있는 나라로서는 미국과 부상 중인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재주를 잘 부려야 할 판국입니다.

그런데 김정일 방중, 초계정(천암함) 침몰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듯이 이 정부가 재주를 그다지 잘 부리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북정책과 외교가 엉망입니다. 북한이 붕괴되면 어떻게 될지, 중국이 벌인 동북공정을 떠올리면 가슴이 떨립니다. 함석헌이 땅을 쳤듯이, 고구려 땅을 잃어버린 삼국통일의 재판이 될 것이 아닐까. 천암함처럼 나라가 갈라지고 갈아 앉고 있지나 않는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외면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시대정신이 문제입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미 반쪽짜리) 한국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세기 후반에 함석헌이 던진 예언이자 경고를 곱씹어 볼 만 합니다. 정치를 고칩시다. 정치를 비-정치화합시다. 정치에 참여 합시다! (투표합시다.) 간디와 함석헌이 말했듯이, 정치는 뱀처럼 우리 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그냥 놔둘 수 없습니다. (김영호, 내일 계속)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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