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말씀과 명상] 지금 우리는 혁명 도중에 있다.

by anarchopists 2020. 1.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7/12 06:54]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지금 우리는 혁명 도중에 있다.

[함석헌 말씀]
"우리는 지금 혁명 도중에 있다. 이제는 신문ㆍ라디오에 진력이 나고 길거리 풍경에 구역이 난다. 8.15, 6.25, 4.19, 5.16 혁명을 밥 먹듯 하고 물마시듯 하는 나라. 이것은 무슨 나라요, 거기 난 우리 운명은 무슨 운명인가? 그러나 참 말을 못하고 깍대기 수작을 하는 신문ㆍ라디오에는 진력이 나도 좋고, 제각기 제 뜻을 표시하지 못하고 회오리바람에 떠돌아가는 검불같이 남의 뜻에 사는 길거리 풍경에는 구역을 해도 마땅한 일이지만, 혁명에는 진력이 나고 구역을 해서는 아니 된다. 죽어도 할 것은 해야 한다. 혁명이 뒤이어 오는 것은 참 혁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석헌, <인간혁명>, 《함석헌저작집》2, 2009, 한길사, 35쪽)

[오늘의 명상]
윗글은 함석헌선생님이 1961년 5.16쿠데타를 경험하고 우리 사회에 언론이 통제되고 4.19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4.19가 실패한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소주제로 쓰신 글이다. 그런데 1960년대 현상이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면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2010년 현실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1960년대 역사적 상황과 같다고 한다면 이것은 분명 역사의 후퇴다. 인간지성의 퇴보다. 윗글에서 나오는 역사적 상황에 대하여 알아보자.

1960년대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분명 그랬다. 언론이 통제되어 있었다. 사람의 자율적 행동이 구속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지적활동이 억압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자유의지가 속박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일체 언행이 군대식으로 획일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상의 자유가 없었다.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학문의 자유가 없었다. 그래서 언론도 획일적으로 보도하였다. 박정회만 찬양하였다. 5.16쿠데타를 찬양하였다. 권력을 찬양하였다. 힘으로 몰아붙이는 사회풍조를 진리로 생각하였다. 그 결과 5.16군사반공독재권력이 태어났다. 친미노예근성이 생겨났다. 경제발전을 인간의 행복으로 착각하게 되는 정신병이 사회에 만연되었다.

반공독재권력은 권력장악의 수단으로 반공을 국시로 삼았다. 이 탓으로 우리사회는 반공이데올로기가 사회시류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반공에 세뇌되었다. 반공신앙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종교도 반공종교가 되었다. 언론도 반공언론이 되었다. 교육도 반공교육이 되었다. 정치도 반공정치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나이든 사람들은 지금도 반공정신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

박정희 쿠데타 군부권력은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총칼로 권력을 빼앗고 4.19 시민혁명을 무위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정희 군부권력은 권력장악의 수단으로 반공이념을 앞세우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 위장한 패권주의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우리 사회는 이승만 권력의 친일세력에 이어 박정희 권력의 친미세력이 기생하게 되었다. 곧 친일세력이 친미세력으로 둔갑되었다. 이 결과 우리 사회는 ‘자발적 친미노예근성’이 길러졌다. 교육도 친미교육, 언론도 친미언론, 권력도 친미권력, 문화도 친미문화. 사고도 친미적 사고, 이리해서 한국사람들에게는 미국이 세계에서 최고의 나라로 착각하게 되었다.

박정희 친미반공독재권력은 경제부흥과 경제발전을 한국사람들에게 사탕발림(인간의 행복)으로 내놓았다. “우리도 잘살아 보세다”, “자가용 타고 고향가세다” 곧 한국적 근대화운동인 새마을운동이다. 인간이 잘 사는 것을 쌀밥 먹고, 자동차 타고, 옷 잘 입고, 신발 잘 신는 것으로 왜곡시켰다. 이 탓으로 겉만 멀쩡하고 속은 썩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인문교양이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답게 사는 인권이 시궁창에 처박혀졌다. “제각기 제 뜻을 표시하지 못하고 회오리바람에 떠돌아가는 검불같이 남의 뜻에 사는 길거리 풍경”사회적 우상이 되었다. 곧 자본가에 조종되는 상업적 스포츠와 연예가 우리 사회의 우상으로 둔갑되었다. 이 결과 우리 사회는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잘 먹고 살게만 된다면, 도덕도, 양심도, 윤리도, 법치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곧 정신적 타락이요, 영혼의 지옥행이다. 여기서 생긴 유행어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잘 먹고 살면 되지”라는 용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지금 2010년대 이명박 정권과 1960년대 박정희 권력이 다른 게 있다면 무엇일까. 함석헌 말씀을 통해 오늘 명상의 화두를 꺼내본다.(2010. 7.12, 취래원농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