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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말씀과 명상]전작권이 없는 독립국가가 있는가

by anarchopists 2020. 1. 1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6/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미국에 대한 자발적 노예근성 버려라.

[함석헌 말씀]
"역사상 모든 문제의 근본은 민족에 있다. 역사의 주체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모든 생물의 운명은 종족적으로 결정되어 왔고 모든 인간의 흥망성쇠는 민족적으로 결정되어왔다. 민족이 망했는데 한 개인이나 가족이 홀로 남은 예는 없다.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어떤 다른 종족에 흡수되어서다. 사람의 몸은 개체적으로 존재하나 살림은 사회적으로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몸을 낳아준 것은 부모가 아니요 종족이요, 양심과 생각과 말과 믿음을 준 것은 교사가 아니라 사회다. 그렇듯 운명을 같이하는 그 사회를 민족이라 한다. 그러므로 모든 혁명이론은 민족성의 파악에서부터 시작할 것이고 모든 혁명의 목표는 민족성의 개조에까지 미쳐야할 것이다.

근래에는 민족주의가 지나간 시대이므로 민족은 아주 값없는 것으로 알기도 쉬우나 그렇지 않다. 민족과 민족주의는 딴 문제다. 가족주의가 없어져도 가족은 있으며, 가족주의가 없어진 민족 시대야말로 가족의 참 의미를 알 수 있는 모양으로, 민족주의 없어져도 민족이라는 사실은 있고, 민족지상주의, 민족신성주의가 없어진 인가의 시대야말로 민족의 참 뜻을 알 수 있다.

물론 민족은 영원한 것은 아니고 교통 통신이 빨라질수록 민족적 특색이라던 것은 차차 엷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십 년, 백 년에 될 일이 아니고 천천히 될 것이요, 그것을 인위로 갑자기 없애려면 도리어 많은 해를 일으킬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연의 형세에 맡겨 천천히 되어지도록 할 것인데, 그렇다면 아직 상당히 오랜 동안을 민족성이 그 영향을 역사 위에 미치고 있을 것이다. 또 계급사관이란 것이 있어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계급인 것처럼 생각하려 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잘못이다. 계급제도란 본래 옛날 사회에 있어서 운명을 같이하는 단체 안에서 이질적인 분자를 없애지 않고 허락하여 받아들여 살리기 위하여 생긴 제도다"
. (함석헌저작집 2권, 44-5쪽,「인간혁명」)

[오늘의 명상]
함석헌은 민족주의를 넘어 세계주의를 지향했다. 마치 강이 바다로 흐르듯 그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그의 예언이요 이상이다. 여기서 그의 민족관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그 오해는 위 말씀에서 명쾌하게 해명돠고 있다. 한 세계에 모든 민족이 살고 있지만 참다운 의미의 세계주의는 아직 이상이요 민족주의가 현실이다. 민족은 인류공동체의 기본 단위이다. 계급도 종교도 단위가 될 수 없다. 종교도 종족과 종족문화의 산물이다. 남의 종교나 문화만 붙들고 집착할 것이 아니다. 배격해야 할 것은 배타적 민족지상주의. 민족신성주의이다. (함석헌이 또한 배격한 국가주의도 국가지상주의, 국가신성주의의 뜻에서이다. 그런 ‘국가’주의는 ‘가족’주의의 연장, 확대일 뿐이다.)

아직 우리는 민족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족주의 시대에는 민족이 제 할 일을 다 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해왔다고 함석헌은 한탄한다. 민족분단이 그 증거이다. 분단된 민족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민족분단은 민족의 정신분열증에서 왔다. 이런 상태에서는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혁명, 민족/민족성 개조를 말할 수밖에 없다.

민족통일은 민족에게 던져진 화두이다. 이것을 풀지 않고는 개인 구원도 사회구원도 있을 수 없다. 종교도 학문도 궁극적으로 무의미하다. 다른 화두는 현실성 없는 추상적인 주제이다.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하지 않고는 사랑이고 자비고 아무리 떠들어도 추상적 언어요 구두선일 뿐이다. 미국에게는 모든 것을 (독립국가라면 가지고 있어야할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다 갖다 바치면서 북한은 주적(主敵)으로 삼아, 남아도는 쌀을 창고에서 썩히면서, 등을 돌리는 것은 동족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이제 6.25 60주년이 되었다. 그때 우리 세대는 두 개의 애국가를 불렀다. 그것은 비극이요 희극이다. 뒤 세대에게 더 이상 두 개의 애국가를 부르게 하지 마라! 북한 축구 선수 정대세가 더 이상 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자.(김영호, 2010.6.28)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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