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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일요시론] 백두산 폭발을 막는 길- 4대강 개발 중단뿐.

by anarchopists 2020. 1. 1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6/2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백두산, 백두산적 시각

근래 백두산 화산 폭발설이 여기저기서 (중국, 한국, 일본, 북한 등 모든 당사국과 영향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질학적인 근거가 제시된다. 이는 지구 전체의 기후 이변과 지각변동과 연계된다. 아이슬란드,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에서 일어난 지진, 화산활동이 빈번해지는 것을 닥아 올 더 큰 재앙의 전조로 본다.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돌연한 멸망도 10세기 후반 화산폭발에 연유했다는 설도 나왔다.


백두산은 역사적으로나 정신(영)적으로 민족의 고향이다.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나의 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도인에게 히말라야가 특별난 것처럼 한국인의 가슴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길래 천지에 올라보면 유별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닐까. 중국인도 그럴까 의심된다. 그래서 영산(靈山)이요 성산(聖山)이다. 그 백두산 천지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민족의 원천을 밝혀주는 신화와 역사도 사라진다. 신화적, 역사적 상상력도 고갈되고 말 것이다.

그 백두산(장백산)이 중국화하고 있다.(영산이므로 산신령이 있을 터인즉 그 신령들까지 중국산신으로 교체되었다가 지금은 재앙을 예측하고 떠났다는 설이 있다.) 역사야 어떻든 지금은 중국 땅이니 그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처음에는 한국인들이 압도적일 관심을 보여서 관광 시설이 대부분 한국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 산의 경제적 가치와 역사성을 감지한 중국정부가 한국인이 투자한 관광시설의 철수를 지시해 다들 나가고, 대우 호텔도 이미 허물어져 있었다. 관광객 수도 역전되어 중국인이 압도하는 현실이었다. 이 정책은 또한 고구려 구토를 중국 영토로 귀속시키기 위한 ‘동북공정’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이제는 만리장성까지 그 동단을 산해관에서 압록강 하구 단동까지 연장하는 역사왜곡을 하는 판이다. 국가가 얼마나 악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땅덩이만 크다고 해서 백성들이 더 행복해지는 것인가.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왜 작은 것이 아름다운가를 일깨워주고 싶다. 하지만 중국에 비하면 우리는 통일된 민족이더라도 아직도 그 덩치가 작다. 자기방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크기이다. 방어적 민족주의를 내세울 자격이 있다.

자본주의 맛을 본 중국은 백두산 입장료를 갈수록 턱없이 올려 받고 있다. 지금 천지에 올라가려면 300위안(5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2년 전에도 이미 물가에 비해 높은 가격에 놀라고 중국인 관광객의 압도에 놀라 다시는 안 가리라 결심했었다. 입장료를 낼 바에는 북한에 내고 싶었다. 중국 쪽은 어느새 비행장까지 만들어 상해, 북경에서 관광객을 무더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 (이는 한민족의 발판인 연변자치주 조선족 상권에 큰 타격이 된다,) 우리는 이제 북한 쪽으로 백두산을 가야한다. 북한 통로를 연다면, 이곳이 한국인에게 금강산 이상으로 가보고 싶은 곳임을 감안하면, 그 엄청난 관광수입은 북한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전 정권들이 닦아놓은 대북 정책을 이어 갔더라면 가능했을 일이다. 전 정권 때 이미 논의 중인 사안이었다. 참 어리석은 백성들이다.

대통령이 (그 정의를 찬성하고 싶지 않지만) 통치자라 할 때, 통치행위는 외치와 내치로 구분된다. 내치에는 강과 땅의 다스림(치산치수)이 들어간다.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과 4대강 공사에서 잘못과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외치도, 남북문제, 국제외교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다.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만일 천암함의 원인이 따로 밝혀진다거나 영구미제가 된다면 어떻게 수습할 텐가. 북한이 저렇게 강경한 자세로, “공동 조사하자”, “일방적인 소설이다”고 하면서까지 부정하는 것은 종래에 없던 일이고, 그 일을 저질러서 남쪽이 실제로 얻을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성급하게 내린 결론이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것일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그러한 정부가 백두산이니 동북공정, 만리장성이니 하는데 관심이 없을 것은 당연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하느라 전 정권 때 만들어놓은 고구려연구재단도 동북아재단으로 흡수되어 현안문제가 주변화해버린 셈이다. 강 파헤치는 데만 힘 쏟느라고 과거와 미래의 역사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역사의식도 사회의식도 없는 무뇌정권이다. 진정한 보수정권이라 할 수도 없다. 지켜내고 보수해야할 기본적 가치에도, 민족보전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뚜렷이 표출되었지만 오로지 기득권의 보존과 신장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을 거시적(마크로), 미시적(마이크로)으로 구분할 때, 자기 계층, 자기 지역만 보는 ‘고소영’, ‘강부자’식 치우친 미시적 시각만으로는 나라를 이끌 수 없다. 통합적이고 초월적 (메타) 시각이라야 한다. 히말라야적 시각이나 오산처럼’ 백두산적 시각으로 민족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히말라야적, 아니 백두산적 오산, 패착을 초래할 것이다. 백두산적 시야를 갖추고 나서 히말라야적 시야와 우주적 시야로 진행해가야 한다. 지방 호족과 상위계층을 넘어서서 민족을 아우르는 백두산적 시야, 비전을 먼저 갖추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그런 다음에 민족을 넘어서는 단계, 세계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민족은 아직 현실이다. 백두산에서 한반도와 중국대륙, 러시아의 끝자락, 동해 건너 일본까지 두루 둘러보는 비전과 지혜 없이는 통일이라는 복잡한 화두를 결코 풀 수 없다. 국토와 민족은 각각 그리고 상호간 분리될 수 없다. 분단 상태로 계속 놔두는 것은 반역이다. 분단은 무엇보다 공동체의 파괴와 역사, 전통 및 문화의 단절을 의미한다.

함석헌선생은 우리 민족의 불행은 고구려가 망하고 삼국통일의 주체가 못 된 결과로 그 땅을 잃어버린 데서 싹텄다고 한탄했다. 그가 쓴 명저인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고구려 땅 실지회복을 인물평가의 척도처럼 삼고 있다. 남북분단과 동서분열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우리는 삼국시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금만 더 사셨다면 천지 물 앞에 서서 얼마나 감동하셨을까 상상해본다. 단동 쪽에서 압록강 건너 의주 고향땅을 멀리서라도 바라보고 “압록강 2”(속편)을 써서 우리의 심금을 또 울렸을 것이다.)

백두산에 재앙이 온다면 그것은 꼭 자연재해만일까. 그렇지 않다. 엘리뇨 현상 등 기후이변이 인재 즉 끝없는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은 공해에서 오듯이 화산활동도 결국 인간의 삶과 의식에 달렸다고 한다. 인간의식의 파장이 화산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넘겨볼 일이 아니다. 백두산 폭발은 정치의 잘못으로 누적된 민중의 한으로 말미암을 수도 있다. 천재는 곧 인재이다. 자연환경을 인위로 남용, 파괴하면 재앙이 초래된다 다투어짓고 있는 초고층 건물, 아파트는 언젠가 바벨탑이 될지 모른다. 확대된 탐욕의 실현자로 대통령을 선출하여 오늘의 국정 혼란도 일어난 셈이다.

2012년 지구위기설도 인류에 대한 하늘의 경고이다. 지금이라도 삶의 양식과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예언은 실현될 것이다. 백두산 재앙도 남북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관련 국가 간의 협조로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백두산은 민족의 신화, 역사, 현실이 담지된 한반도의 히말라야이다. 민족정신의 근원, 정점을 상징한다. 단군설화가 단순한 신화만은 아니다. 우리는 ‘백두산족’(김일훈)이다. 백두대간은 이 땅의 등뼈다. 거기에 잇대있는 모든 산과 강을 함부로 파헤치지 말아야 한다. 재앙을 자초하는 일이다. 산은 민족의 젖통이요 강은 젖줄이다. 산과 강 없이 한민족의 삶을 생각할 수 없다. 그 백두산과 백두대간에 다가올 재앙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2010. 6.19, 김영호)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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