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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오늘의 명상] 대학입시, 혁명적 노력이 필요하다

by anarchopists 2020. 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8/2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의 높고 낮고, 크고 작고를 구별하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배자 밑에서 시달림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나도 벼슬하는 자리에 올라서 남을 한번 휘두르면서 살아볼까 하는 관존민비의 생각이 아주 속속들이 들어있어요. 대학입
시가 그렇게 치열하고 문제가 많은 것은 다 그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입시문제를 어느 문교장관이 완전히 고친다하고 기세를 올려도 그건 그렇게는 안 됩니다. 어떤 집권자가 들어서서 어떤 문제를 아주 단시간에 고친다고 장담을 해도 그게 될 순 없습니다
.(함석헌전집 12권 95)

이 글에 함석헌의 평등관이 깔려있다. 그는 사회 전체가 누구나 평등하게 상생하면서 발전, 진화해야함을 역설했다. 평등사회를 방해하는 제도 하나가 대학입학제도이다. 입학문제만이 아니라 초중고교의 파행적 교육까지 초래 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인간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입시학원일 뿐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노예 양성 기관으로 전락했다.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일찍이(1982년) 함석헌까지 언급한 ‘대학입시’, 아직도 단연코 한국사회의 으뜸가는 화두요 과제이다. 사회전체가 매달려있는 애물단지이다.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여기에 이 사회의 문제덩어리를 푸는 열쇠가 들어있다. 우연히 대통령이 다닌 대학 출신 인사들이 정부와 정치를 지배하는 판이니까. (‘고소영’이 어떤 말인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정권초기에 등장한 이 표현이, ‘강부자’와 더불어, 아직도, 아니 더욱 더, 기막히게 잘 들어맞고 있다.)

신입생 선발방식의 한 가지일 뿐이어야 할 수학능력 시험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나라가 (특히 교육 선진국 치고) 아마 또 없을 것이다. 본문에 기술되었듯이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사회전체, 특히 어른들의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출세관의 혁명이 수반되어야할 는 문제다. “혁명이 필요하다. 잘못이 굳어지면 혁명으로만이라야 된다. 그러나 어떤 혁명도 반드시 철학이 그 뒤에 서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새 인생관, 새 세계관이 있지 않아서는. 더구나 인간미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는 아니된다.”(저작집5:207)

인간적이고 자비로운 혁명이 요구되는 문제다. 새 교육부장관이 그런 교육철학을 가진 인사일까 회의가 든다. 또 그 한 사람만으로 교육혁명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사회적, 정권적 차원의 문제이다. 기득권 보호만을 위주하는 수구적 정권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교육자치를 활용하면서 대안교육을 실험하는 운동, 학교 안보내기 운동 같은 것을 전개하는 것이다. 대학을 안 나와도, 오히려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래도 꼽을 만한 분들이 상고출신이 아니었던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대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으로 급격하게 함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상품처럼 신문과 전철에 광고까지 되고 있는 현상을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을 어느 나라에서 또 목격할 수 있는가 들어보라. 사회에 필요한 교육을 필요한 사람에게 무상으로 공급해야한다는 공공교육의 기본 원리가 파괴되고 있다. 입학시험 기술 습득을 할 만한 여유를 가진 집안의 자녀들이 점점 더 소위 상위권 대학을 점유해가고 있다. 진정한 실력 차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상 선진국처럼 대학도 평준화된다고 해서 발전이 안 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대학의 모든 비용은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 단계적으로라도 사실상 개인소유의 학교들은 공립화해야 한다. 덧붙여 대안교육을 강화해가야 한다.

국민 누구나가, 열등감이건 우월감이건, 대학 콤플렉스에 걸려있는 사회를 치유하지 않고는 건강한 사회요 선진사회라고 할 수 없다. 거듭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제 자정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선진 국가들을 따라 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게 보인다. 핀란드만이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하여) 어느 나라라도 좋다. 건전한 선진국이라면. 여론조사를 해서라도. (그 나라들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개혁 위원회를 만들어 전권을 주면 어떨까.)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아이들은 죽어간다. 당장 죽지 않더라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행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서두르지 않고는 더 많은 희생자, 낙오자를 배출할 뿐이다. (2010.8.25, 김영호)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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