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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리영희 선생님, 당신의 가르침은 살아있습니다.

by anarchopists 2020. 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06 07:33]에 발행한 글입니다.


리영희 선생님,
감사의 글을 드립니다
.

리영희 선생님(1929년 나심)이 2010년 12월 5일 한반도의 불쌍한 사람들을 여기 세상에 두고 ‘저기 세상’으로 가셨다. 끝내 그렇게 열망하시던 ‘민족의 통일’을 보시지도 못한 채 길을 떠나셨다.

이승만 반공독재, 박정희 유신독재, 전두환 살인독재들은 지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하여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다운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 ‘사람다운 사람’들이 매우 드물다. 리영희 선생님도 이들 독재자들에게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살아남은 그 몇 중에 한 분이시다. 작년에 이어 대한민국에 살아계시던 ‘사람다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저기 세상으로 가시고 있다. 다시는 못 올 길을 떠나고 있다.

리영희 선생님은 이 시대에 ‘사람답지 못한’ 권력자에 맞서 ‘지성과 영혼’으로 싸우셨던 분이다. 그의 맑은 영혼은 1970년대부터 줄 곳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왔다. 특히 그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사,1974), 《우상과 이성》 (한길사,1977), 《8억인과의 대화》 (창비사,1977)는 암울했던 박정희 군부반공독재 때, 글 쓴 이를 비롯하여 젊은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준 책들이다. 독재권력과 민족의 분단세력들이 정치권력의 장악에만 눈이 멀어 단 하나의 정치이념을 도입하여 사상의 족쇄를 채우고 강제했다. 그리고는 외부의 권력과 지배와 보호를 받던 시대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위험한 상태로 우리 사회를 몰아가도 있었다.

이에 리영희 선생님은 젊은이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알게 해 주었다. 이후 리영희 선생님이 쓰신 책들은 젊은이 들 중 특히 운동권 학생들의 의식화에 필수서적이 되었다. 그리고 독재권력의 공안당국에서는 이 책을 보는 젊은이들을 빨갱이로 낙인찍었다. 공안당국이 반독재투쟁을 하던 젊은이들을 이른 바 “빨갱이다. 아니다.”의 판단기준은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느냐, 아니냐.”로 판단할 정도였다. 이 책과 함께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은 그 동안 우리 사회를 강제해 왔던 ‘낡은 우상들’을 깨는 ‘사고의 자유’를 심어준 책들이다. 이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두레, 1994)는 책은 한국사회가 균형 있게 가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이 결과로 우리나라에 개혁세력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리영희 선생님은 해방 이후 젊은이들에게 민족분단을 획책하던 야만적 권력자에 과감히 맞서 싸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던 분 중의 한 분이다. 리영희 선생님은 독재권력에 의해 강제된 지식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사상의 자유다. 생각의 자유다. 그리고 이 땅의 독재자들이 자본의 독점과 불평등의 법률을 ‘법 앞의 평등’으로 교활하게 위장하여 인민의 권리를 침해하던 시절, 리영희 선생님은 ‘아니다’라는 용기를 젊은이에게 심어 주었다. 다시 말하면,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를 한국 땅에 일깨워주었다.

그런 선생님이 가셨다. 아직도 ‘사람답지 못한 권력자’가 ‘낡은 우상’을 인민에게 굴레 씌워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적 활동을 구속하고, 자치의 정서를 속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시대에 선생님의 가르침은 더욱 소중해진다. 선생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을 수 없다. 다시는 어느 권력자도 우리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다. 평화적 통일운동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이 사회가 민주적인 복지사회로 나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

여기 살아서 미래를 향해가는 젊은이들은 매일같이 새 역사를 써 가려한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역사의 정의’를 우리는 믿는다. 야만적 통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반드시 정의의 사회는 온다는 것을 믿는다.

리영희 선생님, 편히 갈 떠나십시요. 그리고 ‘여기 세상’에서 살아 숨 쉬며 “평화적 통일, 민주적 자유, 인간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 젊은이들에게 당신의 성령으로 인도하여 다시는 사람답지 못한 권력자들이 반통일적, 반평화적, 반자연적, 반인간적 행동을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게 해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리영희 선생님! 생전에 ‘생각의 자유’, ‘독재와 투쟁’, ‘우상의 파괴’, ‘실천적 지식’을 가르쳐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0. 11.6, 취래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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