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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상문 선생 칼럼

'레지던스' 사람 사는 예술창작 공간지원사업이여야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1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오늘부터는 전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상문 대표의 글을 싣습니다.]


레지던스’ 사람 사는 예술 창작공간지원 사업이어야.

‘레지던스’사업이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미술인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이 ‘레지던스’는 작가가 일정장소에 일정기간 상주하면서 예술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최근 이 사업에 각 지역에서 활성화 되고 있어 예술인들에 대한 창작의욕을 불어 넣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레지던스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레지던스 메뚜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서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인천시가 젊은 예술인들에게 작업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예술인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애초에는 구도심인 개항장일대의 인천아트플랫폼처럼 부지를 매입하여 예술인들에게 임대할 계획이었으나 시 재정난 등을 고려하여 예술인들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부산시의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사례를 분석중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해 3월 부산시의 문화예술 창작공간 ‘또따또가’ 개소식에 참석하여 창작공간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지역별 창작공간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창작공간의 운영방식과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국내 도시에선 처음 시도되는 ‘또따또가’ 방식의 창작공간에 대한 부산시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신선했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였다.

부산시의 ‘또따또가’는 문화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의 ‘똘레랑스’와 ‘따로 또 같이’의 의미를 담은 용어로, 부산시의 원도심 지역인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에 빈 건물 18채를 3억원에 임대하여 개인예술가 41명, 22개 문화예술단체 320여명, 운영인력 5명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의 경우 478억원의 매입비용을 들여 서교창작공간 외 5곳에 개인 86명을 입주시켜 운영하고 있고, 인천의 경우 2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아트플랫폼에 26명의 작가들을 입주시켜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또따또가’ 창작마을은 적은 비용을 투입하여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한 매우 바람직한 예술창작공간 지원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또따또가’를 모델케이스로 예술인마을을 조성함에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단순히 조성비용이 적다는 것만이 아님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예술인마을이나 창작공간을 조성한 선례는 국내외적으로 그 사례가 많다. 파주의 헤이리마을과 제주의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처럼 예술가들이 민간투자를 하여 마을 조성 전 과정에 참여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경남 거창연극마을과 같은 작은 규모의 예술인마을이 있다. 이 예술인마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공동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부산시의 ‘또따또가’가 지향하고자 했던 것으로 사람 떠난 빈 공간을 예술로 ‘사람 사는 마을’로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 떠난 빈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인마을이나 문화지구를 지정하여 성공한 이탈리아의 ‘볼로냐 2000 창의공간 프로젝트’, 미국 뉴욕의 ‘철시마켓프로그램’, 일본 요코하마시의 ‘고가네쵸 프로젝트’ 등 외국의 사례들도 사람 사는 마을을 지향했기에 성공하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처럼 예술인마을을 조성하여 구도심을 사람 사는 마을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모범적 사례 도시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술인들의 특성인 자발적 창의성에서 도움을 얻어야 한다. 시는 빈 건물을 임대하여 그 공간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마을운영위원회를 꾸려 스스로 마을을 가꾸도록 해야 한다.

예술인마을은 시민과 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번 인천시가 조성하려는 예술인마을은 패기와 열정 있는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든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예술인마을은 이들의 열정과 예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들이 낮 밤 없이 분주히 만날 때 마을은 활성화 될 것이며 구도심이 살아날 것이다.

작가의 창작의욕을 고양시키기 위해 시작된 ‘레지던스’가 이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여러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예술인과 지역이 예술로 부흥하고자 하는 상생적 프로그램이어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작가는 지역에 천착해야하고 지역은 작가를 배려해야할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술인 창작공간이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계획되고 운영되기를 바란다.(2011. 5.16, 박상문, 내일계속)

박상문 선생님은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였다(석사) 현재 명문미디어아트․팩(출판사) 대표이면서 지역사회운동으로
지역문화네트워크공동대표와 인천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 (2011.3~ ) 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인천 학교도서관살리기 시민모임 공동대표, 사단법인 해반문화사랑회 이사장(2대)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운영위원, 인천광역시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를 지낸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지역의 각 언론매체(인천일보 글로벌-i, 인터넷신문 인천인, 리뷰 인천 등)의 고정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박상문 선생님은 인천지역의 지역문화을 주도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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