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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상문 선생 칼럼

5.16은 군사쿠데타다, 혁명이 아니다.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17 06:13]에 발행한 글입니다.


5.16은 군사쿠데타이다

요즈음 5.16군사정변 50주년을 맞아 ‘5.16’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중앙언론사 등의 기사로 등장하고 있다. 한때 군사정변의 주체들이 독재정치를 하는 기간 동안은 ‘5.16혁명’으로 명명되었었다. 그러다가 문민시대에 들
어와 ‘5.16군사정변’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곧, 5.16을 군사쿠데타로 개념정립을 하였다. 그런데 5.16군부쿠데타 50주년이 된 이 시점에서 5.16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박정희에 대해 뚜렷하게 갖고 있는 두 가지 상반된 기억들, 5.16은 보릿고개를 해결한 결단이었다는 주장과 경제발전의 공은 박정희 개인의 공이 아니라는 주장을 대비시켜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려는 기사내용들을 보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이해당사자들의 모략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5.16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 라는 기획기사 제목이 보여 주듯 이미 군사정변으로 규정한 쿠데타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기사들은 고액의 대학등록금에 휘둘리고, 취업의 어려움을 격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1960~70년대식 경제부흥을 열망하도록 자극하고 있으며, 조기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는 노년층에겐 어려웠던 시절의 새마을운동을 희구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5.16은 한국경제를 부흥시킨 계기를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그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5.16주체들의 쿠데타가 한국경제발전에 초석이었다고 다루고 있는 기사들의 주장은 너무도 과장된 비약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이 비약적 논리를 가지고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시키는 것은 더더욱 반역사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쿠데타를 혁명으로 위장하기 위해 5.16을 일으킨 군인들이 벌인 추악한 사건(인권의 유린, 반인륜적 폭력)과 그 때문에 아직도 이 땅에서 많은 이들이 천추의 한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놓고 빵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여(로마의 시이저처럼) “5.16은 혁명이다”, “박정희는 영웅이다”로 미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 사람을 죽인 자는, 사람을 때리고 폭력을 휘두른 자는 모든 영웅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주장하는 일부 언론사와 정치세력들의 해괴망측한 언어도단은 규탄되어야 한다.

만약에 5.16이 한국경제를 부흥시킨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이십년간 독재체제에서 받아온 쇠뇌교육의 결과 이거나, 5.16세력과 함께 호의호식한 잔당들일 거라는 생각이다.

내일이면, 5.18군부쿠데타(시민입장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다)가 32주기를 맞이한다. 한국경제의 발전으로 따지고 들 때(비교가 우습지만), 박정희 군부독재 때보다 전두환 군부독재시대가 더 나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므로 5.16에 대한 평가의 잣대로 경제부흥을 들이댄다면 오히려 5.18세력이 더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5.18은 쿠데타이고 5.16은 혁명이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다음은 5.16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함석헌 선생님께서 5.16은 혁명이 아닌 일부 군부독재자들의 탐욕적 행위였음을 밝히는 ‘5.16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글과 강연기록이다.

제 발이 5천년 아파도 아프다는 소릴 못하고, 슬퍼도 목을 놓고 울어도 못 본 이 민중을... 이제 해방이 되려는 이 민중을 또다시 입에 굴레를 씌우지 마라. 정신에 이상이 생겼거든 지랄이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둬야 할 것이다. 4.19이후 처음으로 조금 열렸던 입을 또 막아?”(함석헌,《사상계》1961.6월호,《함석헌저작집》5(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한길사, 2009, 197~211쪽 재수록, 이하 저작집)

“혁명은 민중의 것이다. 민중만이 혁명을 할 수 있다. 군인은 혁명 못한다. 어떤 혁명도 민중의 전적찬성 전적지지 전적 참가를 받지 않고는 혁명이 아니다. 그러므로 독재가 있을 수 없다. 민중의 의사를 듣지 않고 꾸미는 혁명은 아무리 선의(저작집에서는 ‘성의’로 되어 있음)로 했다 해도 참이 아니다.”(앞의 글, 206쪽)

“학생이 잎이라면 군인은 꽃이다. 5월은 꽃달 아닌가? 5.16은 꽃이 한번 핀 것이다. 잎은 영원히 남아야 하는 것이지만 꽃은 활짝 피었다가 깨끗이 뚝 떨어져야 한다.”(앞의 글, 204쪽)

“박정희 내가 당신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라고도 육군대장이라고도 부르지 않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은 아무 혁명이론이 없었습니다. 단지 손에든 칼만을 믿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민중은 무력만으로 얻지 못합니다.”(앞의 글)

5.16군사정변 50주기, 5.18군부쿠데타 32주기에 함석헌 선생님의 ‘5.16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당시 발표문을 되새겨 보면 작금에 일부 정치세력과 일부메이저급 중앙언론들이 벌이고 있는 5.16재평가 움직임은 참으로 한심한 반역사적 행위이다. 이러한 막된 행위는 중지되어야한다(2011.5.17., 박상문)
박상문 선생님은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였다(석사) 현재 명문미디어아트․팩(출판사) 대표이면서 지역사회운동으로
지역문화네트워크공동대표와 인천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 (2011.3~ ) 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인천 학교도서관살리기 시민모임 공동대표, 사단법인 해반문화사랑회 이사장(2대)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운영위원, 인천광역시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를 지낸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지역의 각 언론매체(인천일보 글로벌-i, 인터넷신문 인천인, 리뷰 인천 등)의 고정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박상문 선생님은 인천지역의 지역문화을 주도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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