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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대통령의 연설과 역시 놀라운(?) 대통령

by anarchopists 2020. 1. 1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6/15 07:26]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대통령의 연설과 놀라운(?) 대통령

[함석헌의 말씀]
1. 아침에 모처에서 “너무 자극적인 말을 하지 말게 하라”는 애기를 전해 왔습니다. 대단히 섭섭한 말입니다. 자극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인에 있는 것입니다.
2. 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가 부패하고 무능한 것을 고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을
(<누구 믿을 때 아니다>, 《함석헌저작집》12, 한길사, 2009, 149153쪽)

[씨알들의 명상]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라디오 인터넷 연설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국정쇄신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먼저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당정-국회는 물론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언급했다.” 이렇게 서두는 ‘자기반성과 민심수용’이라는 양심적 발언으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그 내용에 들어가서는 전혀 양심적 반성의 빛이 없고 민심을 수용할 의지가 하나도 없어보인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까불고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들렸다.

대통령이 자기반성을 하려고 했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하여 눈물을 흘리고 청와대 대문 앞에 나와 국민 앞에 읍소를 해야 했다. 이명박정권 이후 밀어닥친 “토목공사 위주의 일방적 국정운영, 언론통제를 통한 국민의 소리 봉쇄, 남북화해무드에 물을 끼얹은 전쟁유발적 대북정책, 정치검찰의 조장, 독재적 방송장악 정책, 공포정치의 조장, 집회시위 통제와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하여 잘못했다고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리고 ‘천안함 사고 파문’에 대해서도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반성의 표시가 있어야 했다. 청와대 집무실에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읽는 거만(?)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구체적인 문제를 들어보자. 이명박정권의 국책사업인 세종시문제와 4대강개발문제에 대하여 전혀 반성하는 빛이 없었다. 세종시는 “국회에서 표결로 처리해 달라”, 4대강개발은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라며 "4대강 살리기는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몇 년 뒤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국책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4대강개발은 그만 둘 의지가 없다는 발언이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4대강이 흐르는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모두(김문수 빼고) 집권당에서 야당인사로 물갈이를 하였다. 이것은 4대강 지역주민들이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는 민심의 반영이다. 그런데도 대국민담화도 아니고 국회연설도 아닌,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명박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은 하나도 변경할 수 없다는 ‘자기확인’만 한 셈이다. 이것은 국민을 또다시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사고도 반성의 여지없이 “이 문제가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천암함사건이 지방선거에 먹히지 않은 것을 원망하였다. 오히려 ‘천안함사고’의 진실(=천안함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을 밝히기보다는 야당에서의 정쟁이용과 ‘반공세뇌’에 걸려들지 않은 젊은이들을 원망하는 말투로 일관하였다. 이게 ‘자기반성과 민심의 수용’인가. 참으로 딱하다. 그리고 한심하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왜곡하고 역사의 진실을 비웃었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진화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역사의 흐름을 왜곡하였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뚜렷이 높아졌다”, “세계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사례를 모범적으로 보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국민을 바보로 보고 있다. 정말 놀라운 대통령이다. 그래서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더 느껴진다.“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가 부패하고 무능한 것을 고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을”(2010.6.15, 취래원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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