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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씨알

대통령의 말, 그리고 조삼모사

by anarchopists 2020. 1.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7/03 08:53]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통령의 말, 그리고 조삼모사

함석헌 선생님은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말의 행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말이야 무슨 말을 하
거나, 생각이야 무슨 생각을 가졌거나, 그것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 민중의 맘씨다. 말과 생각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고 죽이는 것은 학자ㆍ사상가ㆍ도덕가, 특히 정치가다. 그들은 힘써 이름을 내세우고 명분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들이야말로 염치없다. 더럽다. 타락이다. 업신여기면서도 그 손에서 얻어먹고 그 행렬에 끼어가지 않나? 말은 지도라 하지만, 사실은 따라가는 것이다. 정치가가 민중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민중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
새나라 꿈틀거림>, 함석헌 저작집 제3집《새나라 꿈틀거림 》, 66쪽)

이 말을 되새겨 본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은 민중이지 지도자가 아니다. 민중은 말과 생각에서 서로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민중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른바 지도층 인사라고 자칭하는 학자ㆍ사상가ㆍ도덕가ㆍ정치가들은 말과 생각에서 차별을 한다. 불평등한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코 나라를 이끌어 가는 자들이 아닌데도 마치 나라를 저들이 이끌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민중들과 자신의 말과 생각이 다르면 민중을 감옥에 가두고 심지어는 죽인다. 그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이 아니었던가.

함 선생님의 말을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해 보자. 요즈음 대통령의 '말'이 세상에 회자가 되어 웃음거리로 나돈다. '경부대운하' 건설에 관한 말이다. 운하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국가와 근대 이전 사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제왕적 권력이 먼 지방에까지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제 뱃속을 채우려 인민의 노동력을 강제해서 굴착했던 게 운하다. 운하의 목적은 이렇듯 백성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교통수단이었다. 그런데 각종 교통수단이 지극히 발달한 현대에서 자연의 강을 인위적으로 펴고, 잇고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었다. 그래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반대하였다. "운하는 안 되는 소리"라고.


그러자 대통령은 운하라는 말을 빼고, '4대강정비=4대강 살리기 사업'라고 고쳐 말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고 한 말이다. 정말 국민들은 조용하였다. 알마 후 조삼모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부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가 말만 바뀌었지 엄청난 비용(22조)이 들어간다. 경부대운하에 들어가는 그 돈 모두다. 그리고 4대강 정비 내용이 곧 경부대운하였다. 속았다. 국민들은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하여 다시 촛불을 들었다. '4대강정비'도 안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던 `조건부 포기' 의사를 "임기 내에는 경부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6.29) 또 조삼모사다. 이번에도 국민들을 원숭이로 보았다.

'경부대운하'를 '4대강정비'로 고쳐 말해놓고는 이번에는 '4대강정비'라는 말을 '경부대운하'라고 고쳐 말했다. 국민들은 '4대강정비'를 반대하였는데, 이번에 대통령은 왜 '경부대운하'라고 말했을까. 이 말 속에는, 경부대운하를 안한다고 했지, 4대강정비를 안한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함 선생님의 말을 빌려 말해보면, 대통령이 국민들을 업신여기는 말이다. 국민들을 원숭이로 알고 한 말로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추진한다고 하였다. 곧 환경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표명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는 자연을 자연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고치는 것은 녹색성장에도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이제 국민들을 원숭이로 보고 조삼모사식의 말 바꾸기를 안했으면 한다.(취래원농부, 2009.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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