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누가 등록금을 미치게 만들었는가?

by anarchopists 2019. 12.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6/01 05: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학의 사유화가 문제다

  비싼 대학 등록금을 둘러싸고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여태까지는 해마다 실시되는 등록금 인상을 놓고 학생회와 대학집행부 간에 밀고 당기는 승강이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졌었는데, 학생과 학부형으로선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러 교문 밖으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빌미는 대통령이 된 사람이 후보시절 제시한 반값 등록금 공약이다. 대통령 자신이 고백했듯이 원래 선거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헛말 즉 속임수였지 진짜 약속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 당시는 모르고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은 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에게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었다. 발음은 같이 나는 개념이므로 두 가지 말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렇고 보니 그가 하고 있는 정치 행태가 ‘공사’(公私) 구분을 못하고 있는 것도 알만하다. (그야말로 ‘멸사봉공(滅私奉公)’한 노무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공사 구분을 못하고 강과 땅을 파헤치는 ‘공사’(工事)만 벌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내건 공약만 해도 ‘747’, 연구단지, 주가(株價)지수 높이기 (3천, 4천 이상) 등, 부자 되기가 소원인 국민들의 가슴을 부풀리게 한 것만 해도 여러 가지였다. 그래서 얻은 표가 아마 적어도 (차점자와의 표차인) 500만 표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관리위원회나 법원이 지금이라도 당선무효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행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공약을 남발하고 사회정의와 도덕성에서 낙제점인 범법자가 국가의 대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완전히 5년을 속고살기에는 너무 오래지 않는가. ‘미친 등록금’은 잘못된 표현이다. 등록금이 미칠 수는 없다. ‘미친 대통령’, ‘미친 나라’, ‘미친 대학’이 맞다.
  그만이 아니고 그의 수구 소속정당의 뿌리와 역사가 그랬다. 국가를 외침에서 보위하는 것(국방)을 임무로 하는 군인으로서 봉사하겠다는 서약, 일종의 공약을 깨고 무력 쿠데타로 온통 나라를 사유화한 박정희가 그런 인물이었다. 혁명공약을 깨고 군복을 벗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호소하여 재선, 재재선 되고나서, 유신 헌법을 만들어 체육관선거로 영구집권의 길을 걷다가 민중의거가 마산, 부산에서 일어나자 의분심이 남아있던 부하의 총탄으로 생을 마감했던 공약(空約)의 명수였다. (그의 후손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다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학생들이 등록금 반값 공약의 이행을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고 끝까지 주장해야 한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대통령만이 지렛대를 쥐고 있다. 사립대학이 80%이상인 한국대학의 기형적 구조는 공고한 성채와 같다. 난공불락이다. 여당과 교육부가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과거의 문제 사학들(상지대, 조선대, 영남대 등)에 범법자로 물러난 구 재단을 복귀시키고 있다. 학교까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로 편입시키고 있다. 문제 사학들이 관선이사체제로 바뀐 이후 환골탈태하여 하나같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큰 발전을 이루던 터였다.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장사가 아니다. 등록금 문제의 근본원인은 학교를 사유화시킨 데 있다. 학교는 공공재여야 한다. 그것은 국제적인 상식이요 공리(公理)이다. 학교를 사유재산처럼 인정하거나 국가나 사회가 내팽개치고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는지 찾아보라. 사립학교가 비교적 많은 미국의 대학도 한 주인이 소유하는 자산은 될 수 없다. 공공한 재단이 운영한다. 아이비 리그 일류대학들도 개인이나 족벌의 소유가 아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재정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사립대학의 운영비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많아야 20%정도이다. 그것도 돈이 없어서 공부할 수 없게는 하지 않는다. 성적에 상관 없이 필요한 만큼 (need-based) 장학금이나 대여금을 준다.
  유럽의 대학들은 (영국의 일부 대학을 빼고는) 대강 정부가 재정을 전담한다. 등록금이 없다. 학생들은 약간의 학생회비 정도만 낸다. 그리고, 특히 스웨덴 같은 북구 국가들은, 공부하는 동안 학생의 생활비까지 지급해 준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학교가 국가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나 기업체가 자비로 훈련된 인재들을 나중에 공짜로 갖다 써먹기만 하는 꼴이다. 1천만원대 등록금은 평균소득 대비 아주 비싼 것이다. (거기에다 생활비, 자료비를 더해보라.)
  캐나다 대학들은 약간의 등록금을 거두지만, 국민소득 대비 등록금은 한국의 절반이하가 된다. 그것도 각종 장학금, 대여금이 지급되어 부모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등록금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대강 17% 정도이다. 사립대학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모두 연방과 지방 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한다. 이민 간 가족의 자녀들은 거의 부모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대학까지 마친다. (성적 즉 수학능력만이 문제다.)
  한국사회의 일차적 과제는 교육을 혁명하는 것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은 없애야 한다. 그리고 소유자가 있는 사립학교를 없애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달라질 때 교육혁명이 완수되고, 그때 사회혁명이 완성될 것이다. 노무현이 희구한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은 망가지고 있다. 정보의 주입만으로 사람이 될 수 없다. 차라리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사람이 된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없다. 스스로, 개혁, 혁명을 할 용기도 능력도 없다. 교육선진국을 따라 하는 수밖에 없다. 차라리 몇몇 국가를 벤치마킹 하고 교육제도와 운영자를 수입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교수들도 기대하지 말라! 등록금 문제에 발언하는 교수가 있는가. 제 월급 깎일까만 걱정하지.)
  앞으로 지도자가 될 야심을 가진 사람은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않고는 진정한 진보정치를 이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교육문제에 모든 사회문제가 농축 되어 있다. 등록금 문제를 (서구국가들처럼) 완전히 풀면 위대한 지도자로, 진보적인 정당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돈, 재원이 문제가 아니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한강과 서해를 있는 김포 아라뱃길에는 2조4천억원 예산이 소요된다. 배(화물선, 관광선)를 운영하겠다는 회사는 두 개 뿐이라고 한다. 그것도 이용가치가 있는지 곧 판명될 것이다. 그 액수는 큰 대학을 20개쯤은 (등록금 받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다. 청소년을 자유롭고 튼튼하게 육성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 장래는 없다. 북한의 문제는 청소년들이 제대로 성장,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족이 언젠가 하나 될 때 그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은 뻔하다. 이 점에서 북한정권 뿐만 아니라, 북한을 딴 나라처럼 적대하고 있는 남쪽 정권도 민족에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울게 하지 말라. 죽게 하지 말라. (대학생의 60%가 학자금 때문에 자살을 생각했다는 사회를 공동체라고,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학교만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자유를 맛보고 낭만과 청춘을 구가할 수 있는 낙원으로, 성역으로 만들어주자, (현재의 시설로는 대학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민족의 존속을 보장하는 길이다.
  반값 등록금 공약의 책임을 느낀 여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부랴부랴 무슨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정치적인 술수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대학의 구조개혁 즉 공공화, 공립화만이 해결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몇몇 선진국의 제도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보고서를 작성하여 토의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육은 복지사회의 큰 틀 속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김영호)
김영호 교수님은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다. 선생님의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에서 영향을 받은 다원주의다.

선생님은 늘 사회변혁을 갈망하였다. 하여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979)에 간여하였으며,『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부회장 학술위원장직을 거쳐 함석헌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2011년 8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