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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정환 목사 칼럼

꼴값하고 삽시다.

by anarchopists 2019. 11.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0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

“잘 여문 씨가 땅에 떨어져 곧 새 나무로 태어나듯이 이 말씀은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바로 직지인심(直指人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로 뚫는 것입니다
.”(함석헌전집, 『영원의 뱃길 19』, 한길사, 1989, 375)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 이름값을 하고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먼저, 이름값은 얼굴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소월 시인은 <초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바로 얼굴값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란 '얼의 꼴'이란 말에서 파생된 말이다. 얼은 영혼, 정신, 마음을 꼴은 틀, 모습, 형상을 뜻한다. 법정 스님은 <얼굴은 얼의 꼴이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얼굴은 가려진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환한 얼굴과 싱그러운 미소로써 기쁨에 넘치는 속 뜰을 드러내고, 그늘진 표정과 쓸쓸한 눈매로써 우수에 잠긴 속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얼굴은 얼의 꼴이다. 사람의 얼굴은 사랑으로 둘러싸이지 않을 때는 굳어진다. 그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단순한 소재(素材)일 뿐이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빈 꺼풀. 사람에게 웃음과 눈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웃음과 눈물이 우리를 구원한다. 웃음과 눈물을 통해 닫힌 밀실에서 활짝 열린 광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웃는 얼굴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어 준다. 눈물 어린 얼굴에서 친구의 진실을 본다. 반대로 우거지상을 한 굳은 얼굴이나 찌푸린 얼굴은 우리들의
속 뜰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살아가는 기쁨을 앗아 간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다는 것은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었다는 것이다. "얼" 즉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면 그 꼴인 얼굴은 저절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이름값을 하고 삽시다. 좀 얼이 담긴 꼴값하고 삽시다. 꼴값하고 있다는 것은 인물값을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둘째로, 이름값은 의미다.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사람이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너에게 또는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의미 없는 삶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말이다.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이름값은 서시다.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자신의 삶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름값을 하고 산다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희구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 사람 이름값을 톡톡히 하네. 그 말은 그의 이름에 걸맞게 정결하게 살려고 하는 몸부림이 아닌가. ‘맑은 별이 맑은 바람에 스치우듯’ 그렇게 말이다. 오늘날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인들은 그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2011.12.8., 박정환)

박정환 목사님은
박정환 목사님은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영남신학대학교와 장신대 신학대학원(목회연구과)을 거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생태영성을 연구하여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강사이면서 포항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 포항바다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바다’라 함은 “바름과 다름”의 합성어다. 박목사님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정보는 cafe.daum.net/seachurch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박목사님은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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