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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정환 목사 칼럼

새해, 새역사를 창조하자

by anarchopists 2019. 11.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3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새해를 새해답게 맞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이 저물어 갑니다.
국내적으로는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기습 처리되고, 안철수 신드롬으로 시민운동가인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저축은행비리와 도가니의 충격, 김정일의 사망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한편 반값 등록금 논란이 일고, 2018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기쁨(?)도 있었다. 한진 중공업 분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문, 삼호주얼리호 구출, 서울에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으며, 9월 15일에는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도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대진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무고한 생명이 15,843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도 3,469명에 달했다. 1월 5일 튀니지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을 계기로 촉발된 시민혁명이 아랍의 봄을 이루었다.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도 차례로 축출되었다. 또한 그리스 발 재정위기가 전 유럽으로 번져나가면서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10년 만에 오사마 빈 라덴을 응징하였다. ‘21세기의 다빈치’라 불리는 애플 겸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죽음, 윌가 점령 사건, 노르웨이 최악의 총기사건, 이라크 미군의 8년 만의 철수도 큰 사건으로 기억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개의 헬라어,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이해했다. ‘크로노스’는 하루 24시간의 시계로 표시되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이것은 불연속적인 우연들이 지나는 시간이며, 미래를 향해 진행하는 시간 개념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때가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 사건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으며, 역사 저편에서 역류되어 현실을 꿰뚫고 이리로 들어온다.

어쩌면 크로노스적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일상을 산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크로노스를 카이로스적 시간으로 승화시켜 사용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위대한 가치를 실현하고 존재감을 얻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시간을 순간으로 받아들이느냐, 오래된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서의 무한으로 받아들일 건가의 문제이다.

함석헌은 일생동안 인간의 일반적인 크로노스의 시간을 뚫고 특별한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았다.
유한한 존재임을 알았던 그는 영원을 인식하였다. 그것은 직선의 시간과정을 벗어난 것이다. 바로 진리 자체를 명증하게 관조하였다. 그가 진리의 빛을 관통하였기에 그의 삶의 순간인 크로노스는 카이로스의 영원이 된 것이다. 이것은 크로노스가 진리를 통해서 카이로스가 되는 것이다.

그는 역사 속에서 무수한 부조리와 모순, 불의와 전쟁, 가난과 억압 등을 경험하였다. 오직 현재를 중시하고 역사의 판단에 무심하며 자본과 시류를 좇는 사람이 어찌 카이로스의 시간을 알겠는가. 역사적 사실보다 역사를 통해 살아있는 정신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선택하여 행동하는 그 분의 삶이 바로 카이로스의 삶이라 할 것이다.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약속, 첫여행, 첫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렘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날
첫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손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랑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시간들도
축복해 주십시오


-이해인 시인의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중에서

루터의 유명한 말 중에 ‘코람 데오(Coram Deo)’가 있다. 이 말은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이다. 우리는 항상 영원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한 해를 절대자 앞에 서 있을 우리! 새해를 새해답게 한 번 맞아보자. 좀 더 진리에 대한 눈을 뜨자. 좀 더 하나님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성찰이 깊어지게 하자.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사는 삶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꿔 타고 날아보자. 2012년을 맞이하며 이렇게 기도하자. “아침에 우리를 당신의 인애로 채워 주셔서 우리의 모든 날 동안 기뻐 외치며 즐거워하게 하십시오.”(시편 90편 14절) (2011.12.3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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