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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김상태의 함석헌읽기] 함석헌의 새교육철학 3

by anarchopists 2020. 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2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는 교육 현실

1.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다

‘…전략… 원래 말하면 교육을 위해 학교가 있는 것이요, 학교를 위해 교사나 학생이 있는 것이 아닌데 지금은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것을 조금도 이상한 것으로 알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면서 교육의 효과를 기다리니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지금의 대학 모습을 보면 돈이 되는 과(科)는 존재하고 그렇지 못한 과는 통폐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지고 있다. 교육의 목적이 본말전도(本末顚倒)되어 대학이 무슨 회사인 듯 대학의 총장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전임보다는 강사로 채우려 든다. 강의실에 최소 60명 이상씩 몰아넣고 교육을 하란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교실당 평균 학생수를 계산하면 아마도 대학이 가장 높을 것이다. 수업시설 역시 대학이 가장 낙후할 것이다. 반면에 등록금은 제일 비싸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무도 이런 모습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불만도 없어 보인다. 왜일까? 스승도 제자도 없는 곳에서 투자비만 건지겠다는 계산때문인가.

2. 영달주의·출세주의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 교사에게는 참 애국심이 없고, 실사회를 이해하려 힘쓰는 것이 없다. 여기는 물론 정부의 잘못이 크다. 나라 다르고 정부 다르건만, 그리하여 정부는 잘못하여도 나라는 사랑해야 하건만, 나라를 사랑하기 위해 현 정치세력에서는 초연하는 것이 교육자여야 하건만, 교육에 종사한다는 사람들이 대개 기백이 없어서 정부에서 위력으로 누적이 되어버려 공적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사실은 교육에 참 사명감이 있다면 권력을 쥔 정치가 같은 것은 안하에 두고 보아도 좋다. 교만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품는 이상에 충실하기 위해서이다.

학교장이 되기위해 상급자에게 뇌물을 주는 고발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 ‘교장되는데 뇌물은 할부로 안되나요. 일시에 목돈을 내기 어려우니 사정 좀 봐주지요’. 패러디 된 모습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에게는 참을 수 없는, 그러나 모두는 아닐지라도 현실로 드러난 사실이기에 외면하고 싶은 글이다. 그런 학교장이 일선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비를 건지는 일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참 선생과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전통시대 조선후기 관리들도 돈으로 관직을 샀기에 투자비를 건지고자 했고 그 결과는 삼정의 문란이라고 하는 고약한 결과를 초래하여 고스란히 피해를 백성들이 입었던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3. 자본주의의 폐해

‘…전략… 자본주의는 형식적으로는 자유나 인격주의와 일치되는 것이므로, 제도상으로는 계급도 없고 인격의 차별도 없다. 이 돈이라는 중간 마녀를 씀으로써 사실상 도덕은 상층계급에만 있지, 하층계급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의 권위가 없다는 것은 지배자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하여 정의를 매수 혹은 독점했기 때문이다. 민중이 지키지 않는 것은 자기네들에게 불리하게 때문이다. 정의란 것이 정의될 수 없는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혼란은 민중의 반항의 첫걸음이다. 모든 시대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같이 혁명을 겪고야 고치는 것은 불행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혁명을 부정하고 자본주의의 여러 모순을 시정하기에 최선을 다하는 미국이나 영국의 사회는 지극히 현명하다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왜 같은 자본주의시대를 만나면서도 완전한 통일민족이 못됐나. 그것은 중류사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를 든다면, 그들이 메이지유신에 성공하고 자본주의 국가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도쿠가와 바쿠후 300년 시대에 서민이 어느 정도 발달했기 때문이다’

4. 생각은 생명을 피어나게 한다

‘…전략… 이 나라는 국민정신·국민도덕이 없는 나라다. 목표 없는 민중이다. 그렇게 때문에 교육은 형식뿐이지, 이념이 없다. 국민정신이 부족한 것은 또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서로 떨어진 것이 하나가 될 수 있고, 생각하면 실패한 것이 이익으로 변할 수 있다. 인도를 인도로 만든 것도 생각이요. 히브리를 히브리로 만든 것도 생각이다. 철학하지 않는 인종은 살 수없다.’

‘생각은 생명의 자발(自發)이다. 피어나는 것이다. …중략… 우리나라 정신사를 보라. 불교가 들어와 한때 성하더니, 대륙에서 오는 영향이 끊어지면 그것도 시들 뿐 아니라 도리어 썩어서 신라 쇠망, 고려 패망의 원인이 됐고, 유교가 들어와 또 한때 송학(宋學)이 성하더니, 그 역시 중국이 쇠하면 여기서도 스스로 발달을 못하고 쇠해버려 이조 멸망의 원인이 됐을 뿐이다. 이제 기독교는 어떻고 과학은 어떨까. 오늘 세계는 옛날과 달라 세계가 하나가 되니 남의 덕에 그러기를 면할지 모르나, 면해도 그것은 실작용(實作用)은 못하는 맹장 같은 것일 것이다. 살려거든 생각해야 한다. 제 철학을 가지고, 제 종교를 가지고, 제 역사를 가지고, 제 세계를 가져야 한다. 이 어려움을 당하고 간절히 느끼는 것은 위대한 인격인데, 인격은 생각하는 민중 없이는 나지 않는다.’

로마의 역사를 흔히 ‘빵과 서커스의 역사’라고 한다. 위정자는 피지배계층이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빵을 내놓는다. 마치 선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대부분을 차지하고 창고에서 썩어나가는 것을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검투경기를 열어준다. 콜롯세움과 같은 원형경기장을 짓고 대중을 그리로 몰아간 것이다. 하루를 지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양식, 하루를 지내는데 지루하지 않은 살인경기 얼마나 행복한 일상인가! 우리도 5공화국이 등장했을 때 똑같이 로마시민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소위 ‘3S’정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2010. 9.11, 제3차 함석헌읽기,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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