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철학\함석헌, 영성

[김대식 제1강] 거짓된 종교는 참이 아니다

by anarchopists 2020. 1.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30 09:13]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이 말하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과 얼
제1강 종교는 참(찾음)이다!

참 찾아 여는 길에/ 한 참 두 참 쉬 잘 참가/ 참 참이 참아 깨 새/ 하늘 끝 함 밝힐 거니/ 참 든 맘 빈 한 아 참/ 사뭇찬 참 찾으리.“

종교라는 말마디는 이미 으뜸이 되는 혹은 거룩한(‘마루’ 宗) 가르침(敎)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종교란 무엇보다도 삶의 좌표가 되어주는 으뜸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것보다도 순수하고 거룩한 것이 되지 않으며 안 됩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의 표현대로 ‘삶은 살아감’입니다. 그런데 살아간다는 것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 ‘참’을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종교가 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오늘날 종교가 거룩하다거나 으뜸이 되어서 씨알들에게 ‘참’이 무엇인지 찾아가도록 만들어주는가라고 묻는다면,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답변할 종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토록 종교 본질의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함석헌이 말하는 참이란 무엇일까요? “참이 뭔가? 삶은 참이다. 삶보다 더도 없고, 삶보다 덜도 없다. 그에서 더 큰 밖이 있을까?” “참이 뭔가? 찾음은 참이다. 찾으면 참이다.” “참은 하나요, 하나님은 참이다.“ 함석헌에게 있어서 삶과 참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인생은 참을 찾는 거다“라고 말한 것처럼, 삶은 찾아가는 것입니다. 삶은 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가 말하는 종교 논리 가운데에는 기성종교를 통해서 복을 얻고, 성공을 하고, 지위와 명예를 얻는 기복적인 신앙 태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로지 ‘참’을 ‘찾아감’이라는 명제를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찾아감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입니다. 절대자, 초월자가 참이라는 말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성공, 재물, 명예, 권력, 자녀 등의 가시적인 획득물이 아니라 무형적인, 비가시적인 절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존재와의 만남은 나의 실존을 찾아감, 즉 절대적인 존재가 나를 살리기 때문입니다. 종교를 갖게 되고 그리고 그 종교가 신봉하고 있는 신을 믿게 되면 인간의 욕망이 실현되기 때문에 ‘참’이 아니라, ‘참’을 찾아가기 때문에 인생이 살아가게 되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의 앞뒤가 바뀌면 안 됩니다.

더욱이 함석헌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하늘 말씀이 곧 숨․목숨․생명이다”, “말씀을 새롭게 한다 함은 숨을 고쳐 쉼, 새로 마심”이라면 인생의 숨고르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하늘 말씀을 ‘참’으로 여겨야 합니다. “말씀하는 것은 하나님의 입이다.” 그렇다면 씨알은 제대로 말을 써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종교는 사람의 입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써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입니다. 그냥 말이 아니라 말-씀입니다. 신에게서 나오는 말을 반듯하게 사용할 줄 아는 씨알만이 ‘참’을 실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교는 참 마음, 찬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 꽉 찬 마음은 충만하고 온전한 마음입니다. 또한 꽉 찬 마음은 ‘꼬부라진 것을 펴지는 것, 꼿꼿하는 것, 올바로 하는 것, 한결같이 하는 것이 참 찾음이요, 수양이요, 믿음이요, 신생(新生)함이다.’ 이러한 꽉 찬 마음, 충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꿰뚫을 수가 있다. 꿰뚫는 것, 그것이 참이다. 있음(有)을, 사물(物)을 꿰뚫는 것, 무한의 저쪽을 보는 것, 그것이 참이요, 통찰이요, 달관입니다.

오늘날 종교는 ‘참’을 찾아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짓’을 좇고 있는 종교가 참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을 찾아가는 종교만이 참을 만날 수 있고, 참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씨알들이 종교를 통해서 참을 찾아간다는 것은 참을 알려고 하고, 참을 발견하려고 하고, 참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참이야말로 허영으로 빈 마음을 꽉 차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유한을 넘어서 무한을 꿰뚫는 혜안을 줄 것입니다. 그 무한을 꿰뚫는 힘은 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씀씀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피 뛰는 심장 속”에 하나님을 품는다는 것은 아마도 이를 두고 한 말이라고 봅니다.

참 종교가 되기 위해서 싸움도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 종교는 참 전쟁이요, 참 싸움은 참 종교다”라고 함석헌이 말한 것은 참이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 종교에 참여해야만 씨은 참 사람이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참을 하는 것 아니라 참이 나를 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김대식, 내일 계속됩니다)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