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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부 논단

김대식의 "안병욱 철학평전"에 붙여

by anarchopists 2021. 3. 2.

안병욱 선생님이 타계하신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의 철학과 사상을 바탈로 하는 평전이 나온다는 것은, 철학의 퇴락(頹落)과 사상의 쇠락(衰落)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자요, 이 나라 석학이셨던 이당 안병욱 선생님에 대한 평전을 쓴 저자 김대식박사는, 이 나라 젊은 철학자로, 아나키즘 연구(함석헌과 관련하여)의 일인자로 반가움을 금치 못합니다.

당시 숭실대 철학과에는, 이승만 독재권력 때, 언론 탄압에 굽히지 않고 한국의 지성인 잡지 사상계(思想界)를 지켜낸 사상과 실천의 선구자 안병욱(安秉煜, 1920.6.26.~2013.10. 7.) 교수, 서양철학을 전공하였음에도 유독 한국의 미에 대한 조명으로 한국의 미를 파헤쳐 나간 예술철학자 조요한(趙要翰, 1926. 3. 6.~2002. 3. 4.) 교수, 한국에서 데카르트 철학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최명관(崔明官, 1926~ )교수, 그리고 기독교사회윤리학자로 숭실대 총장과 한림대 석좌교수를 지낸 바 있는 고범서(高範瑞, 1926. 7.13 ~2008.1.28.)교수 등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안병욱 선생님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유명한 글을 남긴 철학에세이 작가이기도 합니다.

안병욱선생님은 매년 신입생 입학식 때마다, 신입생들에게 특별강연을 도맡아 했습니다. 특별강연에서 주된 내용은 숭실(崇實), 성실(誠實), 진실(眞實) 등 삼실(三實)의 사상과 대학생의 각오, 그리고 당시대에 걸맞는 대학생들의 자세,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안병욱선생님은 당시 숭실대학의 얼굴이자, 간판이었습니다.

당시 연세대에 고독이라는 병”, “국민에게 고함의 작가로써 에세이 작가 및 철학자로 “100세일기를 펴낸 김형석(金亨錫, 1920.4.23.~) 교수, 서울대의 아름다운 마음씨강연으로 유명한 윤리학의 대가 友松 김태길(金泰吉, 1920.11.15.~2009. 5. 27)교수가 있었다면 숭실대는 당대 독재권력이 인간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독재와 맞서 싸웠던 정신적 지주 怡堂 안병욱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안병욱선생님은 늘 독재권력을 조롱하듯, 젊은이들에게 살아있는 정신을 가르쳤습니다.

정신이 살아 쌓이고 쌓이면 언제인가는 독재권력을 물리치는 힘이 될거라는 말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비폭력 평화사상’을 학생들에게 일깨어 주었다고 봅니다. 우리 세대가 학교를 다닐 때는 데모로 시작하여 데모로 끝나는 시대였습니다. 학생데모는 독재권력에 대한 항거였습니다. 박정희권력이 반통일적/반공적 군사문화를 고등학교 및 대학교까지 확대해 나가는 데에 대한 항거가 교련반대 데모였습니다. 그러자 박정희 독재군력은 대학에 압력을 넣어 학생데모대가 학교정문 밖으로 나가면 학교를 문책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학교당국의 부탁으로 교수들이 학생데모대 앞에 나와 정문 밖으로 못 나가도록 설득하느냐고 분주하였습니다. 특히 대학당국은 안병욱선생님께 학생설득을 부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안병욱선생님은 학생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여쭈어보니, “독재 반대, 교련 반대 주장은 학생들의 당연한 욕구인데. 그 욕구를 막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학교 측에서 제발 학생들 앞에 나가 설득을 해달라는 요구를 그러마하고는 연구실에서 책만 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당국이 선생님한테 원망을 하면, “책을 읽다가 그만 깜빡했다고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의 때마다 늘 책을 당신의 키 만큼 출간하겠다고 공언하고 본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엄청나게 꾸준히 철학 에세이집을 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글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글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늘 정결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씀을 하곤 했습니다. 추천자도 그 말씀에 전이(轉移)가 되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전에는 늘 손을 먼저 씻고 눈을 찬물로 행군 다음에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안병욱 선생님은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은 눈이 보배이기 때문에 눈을 잘 보전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번 안병욱평전을 김대식박사가 썼다는데에 기쁨이 넘쳐옵니다. 평소 성실/진실/숭실의 삼실(三實)을 신념으로 여기고, 이를 자신의 평생 삶의 지표로 삼으며 살아가신 안병욱 선생님의 평전을 다른 이도 아닌, 안병욱선생님과 똑같이 삼실(三實)을 신념으로 삼고 있는 김대식 박사가 필자가 되어 썼다는 데 그 의미가 더해집니다.

게다가 안병욱선생님의 박학다식한 학문의 깊이를, 이해하며 평전을 쓸 수 있는 필자는 이 나라에 김대식 박사밖에 없다고 봅니다.

본문 내용을 읽다보면 그러한 사실을 바로 발견하게 됩니다. 남들은 김대식 박사의 글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자의 글을 2, 3번만 읽다 보면, 너무나 놀라운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안병욱평전 역시 깊이 있게 써졌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안병욱평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학평전이라고 해도 자니친 말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깊이 있는 안병욱철학평전은 평전에 그치지 않고, 안병욱의 사상을 연구하는 안내서 역할도 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철학을 하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들도 꼭 읽을 필요가 있는 최초의 철학평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제현(讀者諸賢)의 일독/이독/삼독을 권합니다.

2020. 10.3 취래원 풍사당에서  함석헌평화연구소 소장 황보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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