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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씨알

[김경재 제2강] 함석헌- 역사란 산(生) 전일체(全一體)로서 역사다

by anarchopists 2020. 1.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5/05 08:50]에 발행한 글입니다.


역사란
산(生) 전일체(全一體)로서 역사다

함석헌의 다재다능한 특출한 능력과 그가 살았던 풍운의 역사적 시대요청은 그로 하여금 다양한 모습으로 살게 하였다. 언론인, 시민운동가, 동양고전 연구가, 평화운동가, 종교인, 교육자 등등이다. 그러나 그의 참다운 진면목은 역사가로서, 혹은 역사철학자로서 면모이다.

그의 고등교육 수학기의 전공영역이 역사분야이며, 그의 20권으로 남겨진 ‘함석헌전집’ 중에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그를 대표하는 작품인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자매편을 이루는 또 하나의 명저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세계역사"이다. 두 책인 모두 1930~40년대에 신앙동지들과 함께한 ‘동기집회’ 때에 발표한 것이요, "성서조선"지에 연재되다가 1940년 저자가 평양경찰서에 붙들려감으로 중단되고, 해방 후 우여곡절을 거쳐 남한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운명이 같다. 저자가 말한 대로 “한국역사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그 사관에 서서 세계사를 본 것이다”.

위 두 가지 책의 본론 부분도 의미 있지만, 두 책의 「머리말」 부분과 두 책의 제1부가 매우 중요하다. 저자의 역사이해의 본질과 그의 사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나타난 함석헌의 역사개념 자체, 다시 말해서 “역사적 실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견해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i) 역사는 인간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구사를 넘어서 우주사와 관련된다. 역사의식을 갖고 역사를 서술하고 역사 의미를 해석하는 인간 자체가 우주적 산물이요, 우주를 대표하는 자요, 우주에 향하여 도전하는 자이기 때문에, 우주적 대국을 보는 큰 눈을 가지고 우주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사나 세계사를 이해해야 한다.

(ii) 역사는 언제나 정신적ㆍ해석적인 역사이며, 분석의 역사가 아니라 산 전일체로서 뜻을 파악하는 종합의 역사다. 역사학 방법론에 투철한 사실규명과 실증자료 나열의 역사가 중요하지만, 민중과 씨들은 종합의 역사와 뜻과 얼이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필요로 한다.

(iii) 역사에는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동일한 패턴의 반복적인 ‘역사적 법칙’은 없다. 역사에서 찾고자하는 것은 법칙이 아니요 생명의 뜻이다. 역사는 뜻을 이뤄가는 반복하는 듯하면서도 매번 다르고 새롭게 자라는 ‘하나’인 것이다. 역사는 ‘전일화’(全一化)하라는 인류적 동원령을 받고 있으며, 생명이나 역사나 세계는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깨닫고 각각은 그 한 몸의 지체인 것을 의식해야 한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비극적 자폐증과 자살적인 행동은 이 ‘하나’의식의 부재와 불철저성에서 온다.

(iv) 인격적ㆍ도적적ㆍ의미와 가치추구적 인간생명은 개인적 생활체험과 역사적 세계체험이라는 양면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식물에서서 씨와 숲의 상호관계성 같은 관계유비를 갖는다. 역사 없는 개인체험의 삶도 없고, 인간 개인의 내면적 삶 체험을 통과하지 않는 역사적 삶도 없다. 씨를 매기자는 것이 숲이요, 숲을 이루자는 것이 씨다. 유아독존적인 자기초월적인 주체성의 철학은 공허하고, 주체적 자의식의 지성소를 무시하는 집단적 역사주의는 우주사가 되었건 문명사가 되었건 맹목적일 뿐이다. 개인주의 문명이나 집단주의 문명은 병든 문명이다.

이상에서 잠깐 살핀 함석헌의 역사이해서 중요한 점은 역사를 단순한 인간사로서만 보지 않고, 우주사 혹은 자연사와 불가분리적인 ‘하나의 전일적 실재’의 자람으로서 보라는 것이다. 역사의 주체라고 강조해온 인간의 위상도, ‘전일화’해가고 자라가는 ‘하나의 생명적 실재’가 낳은 최첨담의 끝부분이요, 꽃봉오리이며, 씨앗맺음이라는 것이다.

지구생명은 인감생명의 어머니 자궁이 되고, 지난 지구사와 생명진화사와 인류문화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뿌리내리고 양분을 빨아먹으며 자라는 유방이며 식물의 퇴비이다. 자연사 없이 인간사 없다. 지난 역사의 정신적 양분섭취 없이 오늘의 개인생명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함석헌은 「맘」이라는 제목의 탁월한 종교시 처음과 끝 부분에서 다음같이 노래한다.

맘은 꽃/골짜기 피는 란/썩어진 흙을 먹고 자라/맑은 향을 토해
……
맘은 씨/꽃이 떨어져 여무는 씨의 여무진 /모든 자람의 끝이면서/또 온갖 형상의 어머니
(김경재, 내일 계속)

김경재 교수의 함석헌을 말한다.

▲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교수님은

-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
- 한국 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역임
- 한국문화신학회 회장역임
- 현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신학)


- 대표저서: <이름없는 하느님>, <해석학과 종교신학>, <아레오바고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김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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