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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독자 칼럼

그래도, 전쟁확대-흡수통일은 안 된다.

by anarchopists 2020. 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그래도, 반성대화-교류협력-평화통일의
길이 맞다고 본다.

북한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연평도의 군인 두 명, 민간인 두 명이 죽었다. 북한이 대포를 쏜 이유가 어떻든 인명을 상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잘못이고, 이에 대해 북한은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그렇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사과를 해왔음, 11.27)특히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포를 발사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 북한은 왜 대포를 발사했을까?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일련의 행동은 남북대화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포격을 하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을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난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일관된 전략의 두개의 측면일 뿐이다. 카터는 “북한이 연평도에 포사격을 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협상에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것” 이라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 북한은 지금의 현실을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 북한 ) 핵을 개발할 능력이 있고 ( 아니, 가지고 있고 ), 한반도는 지금도 단지 휴전 중일뿐 전쟁상태다.”
“미국과 남한, 특히 미국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라.”

북한의 포탄 공격으로 인해서 대북감정은 상당히 악화된 상태이다.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응징과 경제제재의 강화, 대화와 관계의 단절을 통한 북한의 고립화를 주문하고 있다. 또한 “과거 김대중 - 노무현 정권 때 북한 퍼주기로 인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 “북한 주민이 다 굶어 죽더라도 쌀 한 톨 지원하면 안 된다.”는 식의 감정적 발언이 꼬리를 물고있다.  
   
그런데 일시적 감정의 표출이면 이해가 되나, 만일 이명박 정부가 이것을 대북정책의 노선으로 가져가려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평화와 교류, 협력이 아니라, 남북대결과 북한의 고립화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상되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 있는 답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현 정부에 몇 가지를 묻고 싶다.

1.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
지금 이명박 정부가 내 놓고 있는 대책은 “추가도발시 막대한 응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전수칙 수정도 하겠단다. 교전수칙!! 상호불가침협정도, 평화협정도 없는 남과 북은 오로지 교전수칙만을 갖고 있는 여전히 전쟁 중임을 드러내는 것 밖에 안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ㆍ미간 군사적 대응의 핵심은 서해로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지 워싱턴호의 포신이 북한만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고 그 중의 핵심이 서해바다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서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천안함사태’이후에 서해에서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을 하려다 중국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하자 얼씨구나 좋다 하면서 서해바다에 미국의 항공모함을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미국의 항모가 서해를 돌아다니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서 군사적 대응을 하고, 덩달아서 동해바다에는 일본의 자위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을 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중-러-일간의 첨예한 군사적인 대결분위기가 조성이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에 대한 국제정치적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미국의 의도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미국에 그저 '감사... 감사 '만 중얼대는 것이 과연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북한에 대한 확고한 군사적 대응조처인가?

2. 남북긴장에 대해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에 한국의 주식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재기도 없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북한에서 비행기 한대만 넘어와도 전쟁이 터질 것처럼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나지 않는다.”는 대중적인 확신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세력들은 이것을 가리켜서 '안보불감증' 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전쟁불사를 소리 높여 외친다.

글쎄 “전쟁은 나지 않는다.”는 대중적 확신이 붕괴되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몇 년간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도 철수하고, 남ㆍ북간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희미한 안전판마저 없애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렇게 되면 북한은 정말 좋아하겠지. 북한의 작은 움직임만 있어도 휘청거리는 한국경제, 북한의 포탄은 여의도의 전광판을 빨갛게 불태우는 일들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그 정도가 되면 남ㆍ북간의 평화적 교류의 분위기가 남한경제발전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남ㆍ북간의 교류로 인해서 북한이 얻은 이득의 수십, 수백 배를 남한이 얻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북한은 지금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동무들, 북조선과 남조선은 지금도 여전히 전쟁 중이라요” 하고. 우리는 그것을 알고나 있나? 보수세력은 여기서 분열하고 있다. 반공안보 중심의 수구적인 보수주의와 시장중심적인 보수주의로. 경제가 흔들리고, 중산층이 이반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중심적인 보수주의는 전쟁불사를 외치는 골통반공 보수주의들을 향해서 외칠 것이다. “야 이골통들아!!” 천안함 사태 이후 전쟁불사를 외치던 이명박 정권은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 전쟁으로 가는 일은 없다 '며 무마하기에 바빴다.  

3. 북한을 굴복시키겠다고?
하나 묻자?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라도 갖고 있나? 쌀을 지원하고 있나, 금강산 관광을 하고 있나, 끊으면 북한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활발한 경제교류를 하고나 있나? 이미 다 끊어놓고 무엇을 가지고 제재를 하고 압박을 하겠다고 하나?  뭐라도 남겨놨어야 압박을 하지!! 개성공단? 북한이 잃을 것은 인건비밖에 없지만, 남한은 공장의 설비와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파산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다 알다시피 북한 뒤에는 중국이 있다. 이제 중국은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절실하게 필요로 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져버렸다.

즉 중국에게 북한은 경제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단지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싫어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단이 없다. 단지 북한과의 교류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일,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만 더욱 긴밀하게 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일 밖에 없다.


4. 혹시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나?
그래 좋다. 북한을 압박하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는 데 까지 성공했다 치자.( 현실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 그러면 그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가? 북한의 경제적 기반은 즉각 붕괴하고, 2-3천만의 북한주민은 대부분 난민화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는 중국으로 또 상당수는 남한으로.... 남한의 노동자들은 기꺼이 값싼 임금으로라도 일하려 하는 북한출신의 노동자들과 경쟁하면서 생활수준은 급속히 하락하고, 야만적인 경쟁과 대결만이 판을 치는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체제는 변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내부적 논리 속에서 변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 주는 일이다. 북미간의 평화협정과 수교, 남ㆍ북간의 교류와 평화체제의 구축 등을 이루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바로 남한의 정권에 있다. 특히 남ㆍ북간의 공식적인 약속과 협정인 6.15, 10.4합의의 이행부터 시행하라. 그런데 정말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인 흐름에 가장 역행하는 집단이 정권을 잡고 있다는 점이 비극일 따름이다.

반복하건데 북한이 인명살상에 이르는 공격을 한 것은 분명 비난받아야 하고, 또한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카터가 이야기했듯이 북한이 대화를 바라고, 교착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도 강하다는 것 또한 이해를 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응징 - 긴장의 조성 - 북한의 고립화를 답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답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면, ‘대화-교류ㆍ협력-평화-통일’의 길만이 유일한 답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 대북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2010.11.25.,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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