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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독자 칼럼

[만당칼럼] 이익공유제와 조선상단의 대행수들

by anarchopists 2019. 12. 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3/17 06:59]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삼별상단 대행수의 견해 유감

성균관 대사성 출신인 정운찬이 동방나라 서왕(鼠王) 전하의 얼굴 마담역인 영의정으로 입조한 것은 전왕인 봉하대왕 시절 의정부와 6조의 여러 신료들이 협의를 거쳐 이제 정기가 소진한 한양을 충청도 땅 공주, 연기 부근으로 옮겨 선대의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도읍을 세우기로 한 지엄한 어명을 무력화시키고 그 계획을 완전 백지화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야는 물론 같은 붕당(朋黨) 안의 차기 왕권을 노리고 있는 전 철권마왕의 딸그네 공주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에 서왕의 간사한 의도는 좌절되었다.

그가 서왕의 간계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낙마하자 한 때 성균관 대사성이기 전에 백성의 고충을 헤아릴 줄 아는 대선비요 학자였다는 항간에 떠돈 그의 실체가 허상이었음이 만천하에 알려졌고 이에 백성들은 입 모아 열길 물속보다 한길 인간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옛 말에 가르침에 다시금 혀를 내둘렀다. 그런던 그가 지난 해 말 <모지리 같이 묵고 살자> 회장(동반성장위원장)이란 거창한 직함으로 다시 조정 언저리로 돌아오니 허울뿐인 감투라도 둘러쓰고 서왕 눈에 띄어 권토중래하려고 또 무슨 꼭두각시놀음을 벌이는 것이려니 하며 백성들은 무심했는데 근자에 "과도하게 남는 것 갈라 먹자"(초과이익공유제)란 다소 생소한 이바구를 들고 나와 사부대중의 이목을 조금 끄는 듯도 했다.

'과도하게 남는 것 갈라 먹자" 란 기(게) 무엇인가? 조선을 좌지우지하는 대상단들이 연초 세운 장사 계획이 순조로워 목표했던 이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면 공역, 물역을 제공해 대상단 사업에 부조한 군소 장사치들에게도 그 이익을 쪼매 나눠주자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즉 떡가래는 상단의 대행수 일가들이 먹고 떡고물은 그에 일조한 아랫 것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나눠주자.. 뭐 그런 이야기렸다.. 이는 곧 입만 열면 "친백성", "모지리 같이 잘 살기"(상생)를 운운하면서도 부자와 기득권 사대부층들의 이익만을 도모해 온 서왕의 친사대부 정치를 슬쩍 분칠해 보려는 얄팍한 노림수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그 즈음 마침 조선에서 내 노라 하는 대상단 우두머리들 모임인 전행계(전조선대행수단계모임)의 계주가 새로 뽑혀 한양 모처에서 대행수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조선 최고상단인 삼별상단의 대행수 이ㅇㅇ가 과도하게 "남는 것 갈라 먹자"에 대한 사관(史官: 기자나리)들의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들어 냈다.

"과도하게 남는 것 갈라 먹자(이익공유제)가 뭔교? 나는 어릴 적부터 상단객주집서 자라 장사의 원리를 보고 배워왔는데 그런 요상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소. 또 그런 말은 사서삼경은 물론 경국대전이나 객주경전에도 나오지 않아. 그기 홍길동이 말한 율도국 제돈지 아니면 정여립이 말한 天下公物論(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이나 何事非君論(누구라도 임금으로 삼길 수 있다)과 같은 역모집단의 제도인지는 잘 모르겠소..."라고 성난 얼굴로 일갈하며 그 주장자들은 곧 역모꾼과 다르지 않게 보는 듯 했다.

삼별상단이 어떤 곳인가? 그의 부친 이ㅇㅇ이 대구부서 조그만 객점을 열어 청과와 건어물을 팔다가 왜에서 단가리(사카린)를 밀수해 꿀 대신으로 백성들 입에 발라 돈을 벌었고 선대 철권마왕 시절에 조정과 결탁하여 폭풍 지원을 받아 성장한 상단이 아니었던가? 그후 현 2대 대행수 승계 시와 장차 그의 아들에게 3대 행수직을 상속승계하려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꼼수로 국법을 어겼으며 나라에 들어갈 조세를 포탈한 혐의와 의금부 사령(검새)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사헌부의 국문을 받고 수천금의 벌금과 도형을 언도 받았으나 그동안 장사를 잘해 나라의 부를 일군 공을 인정받아 집행만은 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관동지방 평창에서 세 번째로 '동절기천하설중운동대회'(동계올림픽)를 유치하려고 하는 바, 그 일에 미력을 보태라는 이유 같잖은 사유를 들어 지난 해 유독 그 혼자만 서왕의 성은을 입어 사면 받았다. 그 때 그의 사면 일성이 "백성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란 이해하기 어려운 계송을 시부렸는데 이는 곧 아랫 것들은 상전들 언행과 상관없이 속이려 들지 말고 정직해란 말인지, 삼별행단 행수일가의 탈법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 조차 못 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비웃는 말인지는 오직 그만이 알 수 있으리라...

삼별상단 대행수의 이 같은 반발에 <모지리 같이 묵고 살자> 회장은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했다. 대상단들의 이익을 뺏자는 기 아니다. 삼별상단 내부에서 이미 '우리끼리 나눠먹기'(성과급)란 이름으로 너거들끼리 나눠 먹고 있지 않는냐 그것을 대상단에 도움 준 군소상인들과도 같이 조금만 나누자란 것이다. 등등으로 해명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도 해보기도 전에 "율도국적 제도니 정여립의 역모적 발상"이니 하는 것은 오해에서 발생한 것이라 하며 매우 섭섭해 하였다.


사실 근자에 천하 온 나라에 닥친 돈 위기(세계금융위기)로 장사하기 힘든 때를 맞아 조정에서는 대상단들에게 조세를 감해주고 '상단내 부자끼리 돈 막 꿔주기 금지제'(상호출자제한)와 같은 여러 금지책 등을 풀거나 완화해 대상들의 장사를 잘 되도록 도왔고 돈 융통 시에 붙는 이문을 아주 낮게 하거니 조선 돈과 외국 돈과의 교환비(환율)을 고의로 높게 방치해 그들이 외국과의 교역 시에 커다란 이익을 보도록 도움을 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상단들은 저들만이 잘나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하니 은혜를 몰라도 유분수가 없는 자들임에 틀림이 없다.

'과도하게 남는 것 갈라 먹자'(초과이익공유제)가 경전에 나오니 마니란 유치한 논쟁은 이제 조선 땅에서 할 논쟁이 아니다. 이는 말만 다르지 경전에 나오는 골고루 나누는 것(분배)에 관한 것임은 두말할 소지가 없다. 이제는 대상단이든 군소 상인이든 저 혼자서만 잘나 물건을 많이 만들고 팔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같은 동포끼리 함께 잘 살아보자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제 조선도 천하10대 내외의 상역국에 들어간다고 하니 있는 자들이 주머니를 풀 때도 되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저 멀리 있는 쌀나라(米國) 부자들이 앞 다투어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들의 눈귀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가 보다.

서왕의 부름에 학자의 소신을 접고 출사하여 얼굴에 똥칠하고 만 정운찬 전(前)영의정이 모처럼 백성들을 위한다고 들어 볼만한 안을 들고 나왔음에 조선의 대상단 행수들은 여러 학자, 선비들과 조정의 나라살림 담당 대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쟁을 벌여 백성들의 팍팍한 살림살이에 쥐 꼬리만한 도움이라도 줄 좋은 방안을 내었으면 한다.(2011. 3.13, 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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