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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국가보안법은 당장 철폐되어야 한다.

by anarchopists 2019. 10.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8/10/10 05:35 ]에 발행한 글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당장 철폐되어야 한다.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국가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사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모순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이전에 ‘주체적/자주적 동물’이다. 이게 참 명제이다. 곧 인간은 ‘절대 자유’를 지닌 개인이다. 이 절대적 자유/천부적 자유를 지닌 개인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간섭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조직과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어떤 제도와 법치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참 명제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은 당장 철폐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글쓴이는 오래 전 《인문연구》33.34(2003.12, 인하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민족의 진로》(2007.7,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에서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법률 제13722호 줄임, 국보법)이 만들어진 목적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국보법은 역사적 사실로 보았을 때, 냉전(冷戰) 이데올로기에 의한 극단적 남북반목시기(南北反目時期)에 남쪽의 집권자들이 그들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위하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불법적 강제 또는 편법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우리 민족과 나라사람들의 삶의 질을 재고해가고 진화(평화와 통일로 가는)된 사회에서 국보법은 용도폐기될 유물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아직도 보수(保守)에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수구적 존재인 자들이 자찬(自撰)으로 보수인 채, 안보 운운하며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고 나서는 꼴이 우습다. 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국보법이 갖는 모순을 검토하면서 왜 국보법이 당장/꼭 폐지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국보법이 갖는 모순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제국주의(줄임, 일제)가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통치수단이었던 치안유지법(治安維持法, 1925, 일제법률 제46호)을 그대로 계승했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은 일본 내에서 천황제와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는 등, 반정부/반체제운동을 억압/탄압하기 위해 제정된 악법이었다. 이를 식민지조선에도 적용하여 우리 민족의 ‘해방운동’을 탄압하였다. 곧 식민지탄압법이었다. 그럼에도 해방이 되고 나서 이승만 등 권력자들이 적(敵)이 만든 악법을 그대로 제 동포를 탄압하는 지배법으로 둔갑시킨 게 국보법이다. 우리의 수치다. 가령 ‘치안유지법’ 제1조에 보면, 처벌대상을 “국체(國體) 또는 정체(政體)의 변혁 또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인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의 조직 및 가입”한 자로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체’는 일본의 입헌왕정체제(천황제)를 말한다. ‘정체’는 일제하 한민족의 식민지정치체제를 말한다. 그리고 1조에서 말하는 국체와 정체의 변혁을 요구하고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는 자는 곧 사회주의자 및 공산주의자, 아니키스트를 말한다.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아나키스트들은 곧 당시의 ‘민족해방운동세력’이었다.

그러니까 민족적/계급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투쟁하는 해방세력을 모두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게 치안유지법이다. 그러면 이 나라의 국보법 제 2조를 보자,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나 집단으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단체를 구성 또는 가입” 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정부의 참칭’과 ‘국가변란’ 목적의 국내외의 결사나 단체는 밖으로 남쪽의 헌법상(제3조) 한반도의 영토를 불법점령하고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있는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을 말하며, 안으로는 이를 추종하는 남한 내의 세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일제의 치안유지법이나 남쪽의 국보법은 모두 그들을 반대하는 사회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 및 아나키스트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참칭’, ‘국가변란’ 목적’의 목적을 갖는 반국가단체가 전혀 될 수 없는 자들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아나키즘 이념만 가져도 처벌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법치주의의 가장 기초인 ‘죄형법정주의 원칙’(헌법 제12조 1항)에 크게 어긋난다. 따라서 국보법은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자유’를 하위법에서 반대하는 꼴이 된다. 이것은 분명 반법치주의며 헌법배반적이다.
둘째, 국보법이 갖는 ‘반국가단체’ 개념의 불명확성이다. 국보법 제1조에서는 국보법 제정의 목적이 반국가 활동의 규제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제2조에서는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국보법상 반국가단체는 북쪽 정부(북조선)를 가리키고 있다. 1948년 국보법이 만들어질 당시 한반도에는 엄연히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어 있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두 정부는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쌍방이 각각 이념을 달리하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쪽의 헌법(제3조)에서는 북의 지역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으로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며 이에 반하는 어떠한 주권적 실체도 부인된다.”로 규정함으로써 북의 민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반국가단체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강점된 미수복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보법상의 반국가단체가 북쪽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은 대법원의 엉터리 판결문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당국자의 명칭을 사용하고, 남북동포 간에 자유로운 왕래와 상호교류를 제의하였으며 남북 국회회담과 같은 회담을 병행하고 나아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다거나,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였다는 등의 사유가 있다 하여 북한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북을 반국가단체로 판결하고 있다. 반국가단체는 ‘북쪽 정부’ 이외 해외의 ‘재일조선인총연맹(조총련)’도 있다. 따라서 남한의 구성원이나 재일동포가 조총련과 관련된 친인척을 만나면 그것은 지령을 받거나 접촉이 되어 국보법상 제6조 잠입ㆍ탈출죄에 저촉되어 최고 사형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남쪽의 독재자들이 그들의 정권장악을 위하여 북쪽 정부나 조총련과 전혀 무관한데도 ‘반국가단체’로 지목된 단체/조직이 있다. 그것이 ‘전국민주주의학생연맹’(전민학련,1981), ‘아람회’(1981), 오송회(1981),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1991)’ 등이다. 그리고 지금도 반국가단체로 지목되어 수배(手配)를 받고있는(2017년부터 조금은 느즌하지만) 사회운동단체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1990년 출범)이 있고, 학생단체로는 한총련(1993년 출범)이 있다. 이렇게 국보법상 반국가단체는 정권이나 공안당국에 의하여 얼마든지 그들의 권력유지/장악의 필요성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양산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국보법의 제2조 ‘반국가단체’는 제7조 ‘고무․찬양죄’와 함께 국보법에서 악질적 양대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반국가단체의 중심개념을 이루는 “정부참칭”, “국가변란”은 명확한 정의를 확정짓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이다. 그리하여 공안당국에 의하여 얼마든지 자의적ㆍ악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악질적 독재권력에 저항한 수많은 정치적ㆍ사회적 반대세력들이 용공(容共)으로 조작되어 탄압을 받아왔다. ‘아람회사건’(1981)의 판결문을 보면 “계형식의 모임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아람회를 결성한 바.....목적, 임무에 관한 명시적 논의가 없어도...국가변란 목적의 불법비밀결사를 계 형식의 위장조직으로 구성”하였다고 판결하고 있다. 계모임조차 반국가단체로 둔갑(遁甲)될 수 있다. 이렇게 국가에 의하여 자의적ㆍ악의적으로 해석되고 조작되는 ‘반국가단체’를 ‘허상적 반국가단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은 미국 꽁무니에 매달려 북의 유엔가입을 적극 반대해 오다가 미국의 “두 개 한국”이라는 전술상 변화가 오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함께 유엔에 가입하였다.(1991.9.18.)그런데 유엔헌장(제4조 1항)에 보면 유엔가맹국의 자격조건은 “평화애호국”으로 되어있다. 즉 “평화애호국”이라 함은 평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단일의 국가’ 자체를 의미한다. 이렇게 남쪽이 북의 유엔 가입을 인정했다는 것은 한반도의 39도선 이북에 대한 통치권이 북쪽 정부에 있다는 것과 ‘주권을 가진 ‘사실상의 국가’ 임을 인정한 셈이 된다. 어쨌든 북은 한반도의 반 이상의 영토 위에 다수의 주민과 정부조직을 기초로 70여 년 통치행위를 해왔고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192개 국가 중 160개국과 수교 중이다(2016년 외무부 《외무백서》 현재, 한국은 190개 나라와 수교) 곧 한국과 비슷한 숫자의 나라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승인을 받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북조선은 실존적 국가이다. 그럼에도 국보법에서 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가권력의 횡포이자, ‘6.15남북공동선언’/‘10.4남북공동선언/4.27판문점선언/9.19평양공동선언의 시대’를 전면 부정하는 망나니법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국보법의 이중성이다. 국보법은 이미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북’에 대하여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법제화’하고 있다. 또 북쪽 정부는 인정될 수 없는 단체로서 협상과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진압하고 발본색원해야 할 조직적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북’을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시대적 오류요 억지춘향이다. <7.4남북공동성명>(1972)을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 이후락이 북에 밀행하여 김일성주석을 만난 사실, 노태우 집권기에 박철언이 북에 밀행한 사실, 노태우가 국보법상 반국가단체인 북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호칭한 점, 그리고 반국가단체의 최고통치자인 김일성에 대하여 “김일성 주석”이라고 부르며 국보법상 ‘회합’을 제의한 사실에 대하여 국보법은 입을 다물고 있다. 즉, 행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반국가단체’를 왕래하며 잠입ㆍ탈출하고, 북을 찬양하였음에도 국보법은 말이 없다. 그런데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돌아왔을 때 (1989.3.25~4.3) 국보법은 쌍칼을 빼들었다. 이것은 국보법이 얼마나 방자하게 제멋대로 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대중의 햇볕정책 이후, 인적/물적으로 남북교류가 증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국보법은 여전히 북을 파괴해야 할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으면 또 걷어치우고 하는 도깨비방망이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1990. 8. 1, 법률 제4239호, 줄임 협력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국보법과 협력법은 상호 모순된다. 곧, 협력법의 제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남북의 ‘왕래’는 국보법의 제6조 잠입탈출과 충돌하고, 협력법의 제12조 물자의 ‘교류’ 및 “반입반출‘은 국보법의 제5조 북에 자진(自進) 지원ㆍ금품(金品) 수수 및 동법 제9조 편의제공과 충돌하고, 협력법 제17조 이하의 협력사업은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 및 동법 제 8조의 회합통신과 충돌한다.

또 협력법은 제27조와 제29조 등에서 이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는 남북의 왕래ㆍ교류 등의 행위에 대한 독자적인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사전승인 없는 남북 사이의 접촉행위는 단순한 질서범(행정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형사정책상의 큰 전환을 가져왔다. 다시 말하면, 통일부장관ㆍ상공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장관ㆍ재무부(지금의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만 있으면 국보법도 무용지물화하는 엄청난 모순이다.(박원순, 1997) 그럼에도 수구세력들은 국보법 철폐 주장을 “제정신이냐” “재수 없는 발언”이라고 재수 없는 발언으로 주절되고 있다.

국보법은 국가권력 또는 그의 승인을 받은 자가 북과 접촉하면 합법이 되고, 그 외의 행위- 반정부적 행위는 불법이 된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이것은 국가권력의 폭력에 해당된다. 즉 국보법은 반정부/반미제 인사 및 통일운동세력은 처벌되고, 반통일 수구기득권세력은 문제가 안 되는 법이 되고 말았다. 이는 법에서 남쪽 사회의 구성원에 적용되는 평등주의와 반특권주의(헌법 제11조)에 국가권력이 정면으로 도전하는 ’폭력적 법치‘이다. ‘국가권위’와 ‘안보이데올로기’에 의해 유무죄가 결정되는 이중 잣대를 만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남북 당국은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줄임 합의서)를 채택하였다.(1991.12.12.) 합의서 제1조에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로 되어있고, 제2조에서는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정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라 하였다. 또 제4조에서는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로써 합의서의 법적 의의는 남북 존재의 상호인정, 상대방의 체제인정, 두 체제의 공존공영을 확인하였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합의서는 남북 상호체제의 인정과 존중의 법적 근거가 되었다. 따라서 국보법의 핵심논리인 ‘반국가단체’=북조선에 대한 적(敵) 개념은 완전히 부정되었다. 그런데도 남에는 시대에 역행하는 ‘철저한 냉전과 반북’을 전제로 하는 국보법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됨으로써 남쪽 사회는 탈냉전/반이념,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합의서’및 ‘6.15남북공동선언’/‘10.4남북공동선언/4.27판문점선언/9.19평양공동선언과 냉전이데올로기로 무장된 반평화/반통일적인 ‘국보법’이 대립하면서 병존하는 모순된 사회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보안법’이 갖는 모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결국 국보법은
첫째, 일제의 통치수단인 치안유지법을 계승하여 집권자의 권력유지에 이용하기 위하여 ‘행위의 실체가 없는 생각을 처벌하는 근대 시민형법의 근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순을 저질렀다.

둘째, 합의서 및 ‘6.15남북공동선언’/‘10.4남북공동선언/4.27판문점선언/9.19평양공동선언 등으로 국보법이 정한 반국가단체의 개념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되었다. 따라서 공안당국이 아직도 국보법에서 정한 공상적 반국가단체를 만들어서 정치적 민주세력과 민족적 통일운동세력을 ‘적’으로 몰아 죽일 수는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셋째 국보법은 권력자나 관료가 북에 가거나 그들 구성원과 접촉해도 일체 처벌하지 않다가, 다른 구성원이 북에 가서 그들과 접촉하면 처벌하는 모순된 법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남의 일반 민인들은 꿈속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악수를 해도 처벌된다.

2. 그러면 국보법은 왜 꼭 철폐되어야 하는지 그 필연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국보법 철폐운동은 철의 독재권력시기(박정희권력, 전두환권력)에도 있어왔지만, 본격적인 철폐운동은 소련의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의 세계정세, 북-미ㆍ북-일의 협상과 교류라는 탈냉전의 동북아 정세, 2002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으로 상징되는 화해와 통일이라는 남북정세에서 비롯되었다. 이제까지는 인권적 차원ㆍ헌법적 차원ㆍ통일적 차원에서 국보법 철폐운동이 있어 왔다. 그러나 헌법적 차원의 국보법철폐운동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남쪽이 근본적인 인권보장을 하지 않는 한 형법상의 양심적인 사상범, 정치범을 양산할 수 있는 법조문들이 존재하는 한, 국보법 대체입법이나 국보법 자체의 폐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통일적 차원과 인권적 차원에서 국보법 철폐의 필연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러면 먼저 인권적 차원에서 살펴보자,

국보법 철폐의 필연성이 대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보법이 인권탄압법이기 때문이다. 국보법의 남용시비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국보법 7조의 내용이다. 국보법 7조는 남쪽사회 전 구성원의 표현행위에 가해지는 공안적 제약이며 심리적 압박이다. 표현행위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에 이르게 된 목적을 문제 삼기 때문에 ‘내심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된다. 또 그 표현행위를 위해 구성하는 단체를 처벌하기 때문에 결사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된다. 즉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ㆍ예술의 자유, 집회ㆍ결사ㆍ시위의 자유를 전방위적으로 제약하는 ‘만능 법’이다. 이와 같이 ‘국보법 7조’는 ‘독재정권’ 방위법이고 나머지 조항들은 대공영역 즉 ‘반공국가’ 방위적 형법이다.(한인섭, 2000) 그러니까 국보법 7조는 반공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독재권력의 비판세력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조항 위반혐의로 구속되거나 처벌받은 자들이 최근에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1994))과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2000.1.12)에 의하여 ‘5.18민주유공자’ 및 ‘민주화운동관련자’로 명예회복된 것만 가지고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보법 7조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가지고 이를 발표할 권리”와 이 권리에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권리와 어떤 방도를 통해서나 국경의 제한을 받음이 없이 정보와 사상을 탐구, 입수ㆍ전달하는 자유”가 있음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제19조) 에 크게 어긋난다. 또 인간은 누구나 "간섭을 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선언한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1990년 남한이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이후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국보법이 국제인권기준에 맞지 않는다 하여 개정하거나 폐지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공존, 그리고 통일은 남북의 당국자들이 ‘통일의지’만 있다면 국보법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그 정치적으로 해결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인권존중의 부분은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보법은 남북의 평화공존과 미래의 통일을 위하여 꼭 폐지되어야 할 악법이지만 인권존엄과 가치 차원에서도 필연적으로 폐지되어야 할 악법이다. 다시 말하면 상위법인 남의 헌법에서 남쪽 구성원 모두의 인간존엄과 그 가치를 으뜸으로 하고 있는데도 하위법인 국보법은 인권탄압을 으뜸으로 하고 있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배반하고 있다. 국보법 철폐의 필연성도 여기에 있다.

다음은 통일적 차원에서 국보법 철폐의 필요성을 알아보자. 국내적으로 보았을 때 여순항쟁(1948.10.19)을 전후로 하여 국보법이 제정될 때의 상황과 지금은 시대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 당시는 남쪽 단독정부를 수립한 소위 친미반공 분단세력들이 극단적인 반공이데올로기를 채택하고 이에 의한 국보법을 제정하였다. 그 후 남(南)은 불행하게도 군부독재들이 등장하여 권력과 자본을 독점한 상태에서 국가안보 이데올로기를 채택하고 국보법을 강화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친일ㆍ친미반공세력이라는 점이다. 이들 친일/친미반공세력들은 1950에서 1980년대까지 남쪽사회에 미국(제국주의 성향의)를 반대하고,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좌익 무장지하세력이 조직적으로 대규모 존재한다고 허위선전하였다. 그리고 이 허위선전을 근거로 친일잔재와 친미부패세력을 청산하기보다는 애매한 남(南)의 인민들을 다그쳐 반정부적인 인사나 대중을 ‘빨갱이’로 몰아서 처형하였다. 이 때문에 이 사회의 수 많은 인재들이 관제 공산주의자가 되어 죽어나갔다.

이렇게 국보법이 위력을 크게 떨칠 수 있었던 까닭은 수구반공관료ㆍ만주의 친일군부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화세력과 그 후신인 한나라당, 뉴라이트세력, 반공언론지와 이들이 운영하는 종편방송 등 반(反)통일세력들이 정권을 뒷받침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공독재 군부권력이 무너지고 민주화세력이 등장한 이후, 남북은 국제사회에서 각각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고 있으며 남쪽 정부도 북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였다. 나아가 지금은 남북이 서로를 통일동반자로 인정하여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남과 북은 모두 ‘북진통일’, ‘적화통일’, ‘흡수통일’ 등의 통일전략을 버리고 ‘평화공존’의 통일전략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세계상황은 아직도 제국주의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미국를 제외하고 이념적 냉전논리를 폐기처분하였다. 그래서 탈냉전, 탈권위주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다원적 평등사회ㆍ다원주의 문화가 미래 인류사회의 지향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평화공존’, ‘사상의 자유’, ‘인류번영’, ‘대동사회 건설’이 민족공동의 소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의 변화는 구시대의 유물인 국보법의 철폐를 조속히 이행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1972년 반공논리로 독재권력을 유지해가던 박정희 독재조차 <7.4공동성명>에서 남북 사이에 대등한 지위가 부여됨으로써 국보법에서 규정한 북에 대한 ‘반국가단체성’은 ‘개념의 본질’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91년 합의서를 통해 더욱 현실화되었다. 제1조에 “(남북이)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라 하여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평화적 관계형성을 규정하고 있다. 또 제11조에 “남과 북의 불가침경계선과 국경을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활하여 온 구역”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합의서 서명란에 남한과 북조선의 정식 국호와 서명자의 공식 직함이 명시되었다. 이것은 남과 북이 상대방 체제에 대하여 실질적 ‘국가성’을 인정, 확인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북은 남과 대등한 존재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할 상대적 국가 곧 ‘체제’이다. (한인섭, 2000) 그런데도 국보법은 여전히 북을 ‘정부참칭’, ‘국가변란’의 목적을 지닌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의 인민을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내지는 추종세력으로 간주함으로써 북의 민인과 접촉을 막고 있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남북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민족통일을 제시해 주고 있다. 아직도 북을 통일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반통일적ㆍ반민족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남북화해와 통일, 그리고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국보법이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3. 이제까지 6.15선언/판문점선언과 관련하여 국보법의 변천과 국보법 자체가 갖는 모순을 살펴보고 국보법이 철폐되어야 하는 필연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80년대 말 ‘6월항쟁’을 통해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적어도 절차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었지만 ‘국보법폐지론’은 아직 전체 국민적 정서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일제에 빌붙고, 조국분단에 기생하며 독재정권의 수혜자인 ‘수구반통일세력’의 ‘북조선 무력침공’의 위협이 아직도 상존한다는 책동과 막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군사독재정권 등 분단세력들의 장기간 흑색선전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반공이데올로기로 국보법의 남용에 대한 거부반응을 희석(稀釋)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군부독재와 친일/친미권력들에게 뇌세포를 세뇌당한 수구/보수적 일부 지역의 무지한 무리들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재야법조계와 인권단체의 주장을 계속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상황이 변했다. 적화통일론도, 흡수통일론도 무의미한 주장이 된 시대이다. 더구나 빨갱이/친북좌빨이라는 용어도 무색해지는 세월이다. 오직 남과 북이 평화공존과 평화통일론만이 우리 사회/민족을 생존, 번영케 하는 방법이라는 사조가 오늘날, 이 땅 위에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면이 바뀐 시대상황에서는 국보법이 철폐된다고 해서 남한사회의 생존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국보법이 당장 철폐되면 남쪽사회가 적화되거나 당장 북에 동조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여 대체법을 만들자는 것도 한낱 기우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가 국보법 철폐를 주장해 왔던 주된 이유는 인권을 탄압하고 독재정권에 봉사해온 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국보법 철폐논의의 중심은 정치적 권력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민중/민인들 사이에서 줄기차게 벌여왔던 ‘인권과 민주주의’. ‘천부적 자유주의’ 입장에서 통일운동은 옮겨가야 한다. 국보법은 국가주의(자유한국당도 국가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실정에서) 색채를 강하게 가지면서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대체 입법할 가치조차 없는 반통일적 악법이다. 따라서 통일의 시대,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이 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러면 국보법 철폐와 관련하여 앞으로 우리가 줄기차게 전개해 나가야 할 과제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6.15선언과 판문점선언, 그리고 평양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여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다. 즉 북-미관계가 악화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을 문재인정부가 잘 진행시키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은 남북관계의 악화를 유지시키면서 남북관계의 악화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패권주의를 계속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제 미국도 북조선과 대화를 통하여 정전협정(停戰協定)을 종전(終戰)협정으로 바꾸고, 나아가 평화조약을 체결하여 북과 미국이 수교를 한다면 굳이 국보법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실천적 방안으로 정서적 반공주의자(재향군인회, 자유연맹, 보수기독교)와 논리적 반공주의자(신자유주의에 젖은 보수 청년층, 뉴라이트세력)를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2007.7.31. 씀, 2018.10.9.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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