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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국가는 좌우를 모두 보호할 책임이 있다.

by anarchopists 2019. 1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12/04 06:31]에 발행한 글입니다.


국가는 좌우(左右)를
모두 보호할 책임이 있다.

1. 최근 천주교정위평회윈회 소속 전주교구에서 시국미사를 하였고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 이 있었다. 그 강론 내용을 가지고 대한민국 안에서는 시끌벅적하다. 겉은 박 신부가 종복세력이라는 것이고 속은 18대 대통령선거의 부정개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다. 이 문제를 놓고 보수단체가 박 신부를 국가보안법으로 공안당국 여러 곳에 고발장을 냈다. 참 우스운 나라다.

박 신부의 강론 전문을 읽어보았을 때, 구구절절 현상을 바르게 파악한 내용들이었다. 그 내용을 필자의 입장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국가권력은 평등해야 하는데 너무 부자와 자본 입장에서만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에서 미숙하다. 부자 중심의 정치보다는 농민 노동자도 사람 취급해 달라.

2) 세계가 평화주의로 나가고 세계인이 일체가 되는 시대에 민족분단에 안주하고 이를 이용하여 정치권력만 쥐고 있으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 북을 끌어안는 통일정책을 펴서 세계무대로 나가는 멋진 나라가 되어보자.

3)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이다 그러니 제발 민주주의 국가답게 민주주의 절차를 중시하자. 국가기관이 선거개입을 노골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 불거져 나오고 있는 국정원(이 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공안당국)에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그런 정황에서 박근혜님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 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책임과 함께 해명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만약 그렇지 못하겠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부정을 방임한 직무유기가 있었으니 구속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라는 취지의 글이다.


그런데 이런 성직자의 간절한 구국기도를 이 나라 국어사전에도 없는 종북(從北)으로 모는 수구세력(한국에서는 수구와 보수를 구별할 줄 몰라서 죄다 보수라고 부른다. 이 나라에는 보수세력은 사실상 없고 수구세력만 있다)들은 참으로 딱하다. 그래서 오늘은 “국가라는 존재는 좌우(左右)를 모두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는 주제로 한 마디 하련다.

2.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다. 누구나 비판할 자유가 있다. 누구나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어떤 글을 써도 좋다. 이게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다.(헌법19조, 21조, 22조, 37조) 이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의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대통령만 주장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니고 국민 모두가 주장할 자격이 있다. 때문에 국가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좌우세력 모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우(右)는 보수이고, 좌(左)는 진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수는 좋고, 진보는 나쁘다”는 발상을 세뇌(洗腦) 당하고 산다. 아주 보기도, 듣기도 흉한 사회현상이다.

국가가 누구는 보호하고 누구는 벌하는 양태(樣態)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국가권력의 폭력이다. 항간에서 보수세력과 이를 추중하는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공정하고 공평한 사고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의 나라형편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고 그런 사람을 좌익으로 몰고 종북=빨갱이=나쁜 놈=역적으로 몰아 죽이려 하고 있다. 이 나라가 언제까지 나라사람들에게 자꾸 좌와 우로 편을 가르고 “좌는 나쁘고 우는 옳다”는 세뇌를 시켜나갈 것인가. 자꾸 이렇게만 간다면 이 나라는 결국 파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늘 이야기해 왔지만 오늘 다시 한 번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일반적으로 그리스는 정적(政敵)에 대하여 탄압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집정관(統領)이 되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을 때, 자기를 부정하는 또는 반대하는 정적이 있어서 그가 거북스럽다고 여겨진다면, 그를 국외로 추방하고 그에 대한 생활비까지 대주었다. 그 추방행위의 의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있는 동안은 네 생각과 차이가 있으니 잠시 나가 있다가 내가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거든, 네가 와서 나와 다른 정치를 해 달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사람마다 생각과 방법이 달라서 정치이념도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곧, 내 이념으로도 정치를 할 수도 있고 네 이념으로도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느 게 옳은 것은 역사 속에서 평가 되는 것이지, 현실에서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이념이 다른 사람들도 국가에서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 자체는 곧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 정부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국가 자체인양 착각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 그릇된 생각이다. 국가는 나라사람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국가 안의 정부는 나라사람의 권익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국가를 이루는 기구로는 정부 이외에 의회도 있고 재판부도 있다. 따라서 의회와 재판부가 권력의 주변부라고 해서 그 역할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의화와 사법부는 권력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는 정부의 독재를 견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기구이지, 정부의 이념을 추중하라고 있는 시녀기구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들을 시녀기구로 전락시키고 국민을 정부의 이념에 추종하는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를 국민과 더불어 정부의 독주에 반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정부가 권력의 주변부에 있는 의회와 재판부를 오로지하려 들고 국가의 주인을 정부의 이념에 추종하도록 강요한다면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정부의 부속된, 그리고 정부를 추종케 하는 순종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그 국가는 진전한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만들어진 기구일 뿐 절대권력을 갖는 존재가 아니다.(역대 독재권력들은 국가=절대권력으로 생각해 왔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와 자치정부 수장 선거 때만 나라사람들에게 굽실거리고 정부에 들어가면 곧바로 귀족주의로 나간다. 고급 외제차가 대통령 전용차이고, 전용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고, 귀빈실을 들락거리고...이게 다 귀족주의다. 귀족주의는 민주주의 적이다. 대통령께서 이번에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해 달라”고 했다면(2013. 12. 3, 조선닷컴) 귀족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만약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귀족주의를 신봉하고 나라사람들의 자유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적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는 곧 나라사람들의 자유의지(말할 자유, 생각의 자유, 사고의 자유, 행동의 자유, 신념의 자유, 글쓸 자유 등등)를 존중하는 제도요, 사회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싶다.

아무리 정치이념이 다른 북과 대치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따라서 우리가 교육을 받은 대로 북한처럼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을 반동세력을 만들어 감옥에 가두고 못살게 한다면, 대한민국도 공산국가 북한과 무슨 다를 바가 있겠는가. 새로운 독재음모를 경계한다. “우는 옳고 좌는 나쁘다”는 식의 발상은 민족의 장래와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위험하다.

우익과 좌익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사람을 보자. 왼팔이 있으면 오른팔이 있다. 새를 보자. 왼쪽 날개가 있으면 오른 쪽 날개가 있다. 다시 말하면, 오른쪽(右)도 왼쪽(左)도 나쁜 존재가 아니고 꼭 필요한 존재들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영희 선생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찌했던 대통령이 되셨으니 그 직분을 다 하되, 다시는 선거독재가 없도록 방지하는 대책을 제시하는 한편 막중한 대통령선거에서 직무유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재판하여 시비를 가리고, 박창신 신부의 강론(설법)을 귀담아 주었으면 한다.

중국 청나라시대 지어진 한시(漢詩)를 소개하면서 마무리 말을 대신할까 한다. “一年兩地平分住 南北征途不肯休/ 我是南人畵南雁 瀟湘一段水雲秋: 이를 의역하면 다음과 같다. 태양은 온누리를 두루 비추고 있는데, 인간들이 남과 북으로 땅을 가르고 전쟁을 멈추지 않네, 남쪽 사람은 북쪽 기러기 날아와야만 북쪽에 추운 겨울이 왔다는 것을 그제사 아네.(2013. 12. 3 새벽,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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