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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나도 종북좌빨인가?

by anarchopists 2019. 1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2/28 06:12]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도 종북좌빨인가? 걱정이다


어느 날(2014년 2월 초) 서울에 불일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양평에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을 만나 점심이나 할까 하고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점심 약속에 있어 양수리에 있는 음식점(순두부집)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지인이 또 동네 분(제3자 내외분이라고 하자)을 모시고 나왔다. 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거하게 점심상이 들어왔다. 밥상이 들어오자 제3자의 부인이 기도를 하자고 한다. 그리스도교(개신교)식 기도를 한다. 우리는 개신교 신자가 아닌데.. 그냥 묻어갔다. 우리는 가톨릭신자이다. 식사 때 웬만한 때가 아니면 결코 밥을 먹을 때 성호(聖號)를 긋지 않는다. 혹 내가 가톨릭신자임을 표시하고 다니면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나쁜 짓이라도 하게 되면 나 때문에 한국천주교가 욕을 먹지나 않을까 해서이다. 어쨌든 개신교 신자들의 분위기 파악 못하고 넘치는 행위(“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는 나와 나의 안해(태양과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내 안에 품은 태양이라는 뜻, 아내라고도 표현한다)에게는 불쾌하다.

낮 모르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얻어먹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이들이 식사 중 대화에서 사람상식에 있어서 우리와는 너무나 차이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이 예수님을 똑바로 섬기는 사람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종교(그리스도교)는 기적이 아니다. 그리고 내세를 위한 천당행 패스포드도 아니다. 반드시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교를 믿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자기에 맞는 종교(마음의 신)를 가지면 된다. 서로 배타되는 게 아니다. 종교는 서로 교감을 하는 동일한 진리를 가지고 있다. 자기 신앙만이 진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신앙도 참 신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종교는 현실을 바르게 살아가게 하는 나침판이며 양심이다. 종교를 전혀 엉뚱한 방향(천당으로 가는 지름길, 나만 잘 났다)으로 몰고 가는 어리석음으로 가져서는 안 된다. 이들이 여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지인(知人)의 배를 많이 팔아주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리가 식사를 대접해 드리려 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밥값을 냈다. 상당히 미안하면서 찜찜하다.

그렇지만 지인의 입장을 보아 부드럽게 그리고 분위기 좋게 식사를 하면서 인간사 다방면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런데 제3자 남자 되는 사람이 식사를 마치기 전인데 느닷없이 나에게 질문을 한다. ‘좌빨종북’에 대한 질문이다. 하여 내가 대답을 했다. 대한민국에 ‘좌빨종북’에 해당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종북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정부여당이 자기 편이 아니면 죄다 ‘종북좌빨’로 몰아붙여 생겨난 말이다. 제 편은 애국자이고 좌빨은 애국자가 아닌가. 둘 다 애국자이다. 다만 인생관(사회관 우주관 등 생각의 차이)이 다를 뿐이다. 내 편(정부 여당과 권력자편)은 모든 나라 이익을 자기들끼리만 나누어 가지려 하는 자들이고, 제 편(좌빨)은 국가이익을 나라사람이 모두 함께 나누어갖자는 사람들이다. 즉 국가이익을 어떻게 나누어 먹느냐(부자 중심이냐, 나라사람 함께냐)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애국자이다. 말을 바꾸면 내편은 이기적이고, 제 편은 이타적일뿐이다. 따라서 내편도, 제 편도 모두 단군의 후손이요 대한민국 사람이다. 그런데 무엇이 ‘종북’이며 무엇이 ‘안 종북’인가. 북한은 이미 국가존재가 유명무실(제대로 가는 나라가 아니다)해졌다. 대한민국이 존재한 이후, 아무도 북한을 추중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민족을 사랑했다. 대한민국의 부강(富强)을 생각했다. 그래서 북한과 화해하여 민족통일을 하자는 거다. 자본주의가 발달해 갈수록 국가경제는 인구수가 결정한다. 우리도 1억(반그시 인구가 많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은 되어야 나라밖의 경제사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립경제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무엇이 종북인가. 북한과 화해하여 민족통일을 이루고 영토통합을 하는 것은 종북이 아니고 화북(和北)이 아닌가.

그랬더니 이번에는 천안함사건을 들이댄다. 당신이 말하는 통일의 상대인 북한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거다. 하여 질문을 하였다. “천안함에 대하여 얼마만큼 아느냐.” 첫째 북한이 쏜 어뢰에 맞았다는 증거가 있는가. 둘째 천안함 발생 당시 긴급으로 첫 보도된 우리나라 방송(KBS, MBC)을 보았는가. 셋째, 사건 발생 바로 그 시각에 미군 헬리콥터가 바다에서 건져간 그 물건은 무엇이었나. 또 미군사령부 대변인이 말한 “북한소행이 아니다”라고 하는 발표문을 들었는가. 넷째, 한미연합 합동훈련장에 북한 잠수함이 들어올 수 있나. 그것은 국가안보에 구멍이 났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 책임자를 문책해야 되는데 문책 당한 군 책임자가 있는가. 다섯째, 어뢰의 공격거리가 얼마인가 알고 있나. 여섯째, 당시 생존장병들에 대한 즉각적 인터뷰를 왜 못하게 하고 며칠씩을 구금시켰는가.


그는 이에 대한 답변을 못했다. 민주주의사회는 누구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찬반(贊反)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은 다르다. 나와 반대되는 말을 한다고 하여 이념물이를 하고 있다. 종북좌빨논리가 그거다. 이념물이는 좋은 민주주의에서 할 짓이 아니다. 나쁜 공산주의사회에서나 할 짓이다. 나는 종북좌빨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북에서 공산당을 싫어하는 사람,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에 대하여 ‘반공분자’라고 낙인찍고 인민재판으로 처단하는 북한사회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에서 말하는 좌빨세력이라는 말은 북한의 반동분자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또 남에서 이들을 몰아세우는 언론풀레이는 북의 인민재판과 무엇이 다를 바 있는가. 대한민국 제도학교의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는 좋고 공산주의는 나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남 : 북=반동분자 : 종북좌빨, 남 : 북=인민재판 : 여론재판”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세상이라면, 민주주의가 좋고, 공산주의는 나쁘다는 증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참으로 애통하다. 민족통일, 영토통합을 해서 나라와 나라사람의 평화, 그리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도 좌빨종북인가? 나는 농사짓고 있는 농부로서 나라 걱정, 민족 걱정, 세계평화를 걱정하고 있을 뿐인데. 그저 입 닥치고 밥이나 처먹고 자빠지고 있으란 말인가(2014. 2.20 새벽)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 위는 세계일보 2011년 3월 4일자에서, 아래는 구굴에서 퍼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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