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국가경제 발전보다 나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다.

by anarchopists 2020. 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0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는 행복지수(GNH)다

“주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그 정보를 공공 정책을 세우는 데 사용하는 것은 불경기에서 회복하고 영국국민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단계가 된다. 그것은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서 재검토하고, 나중에는, 핵심적인 것만이 아니고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도 초점을 더 맞추는 정부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수상의 11월 25일 연설문)

근래 세계적으로 전개, 파급되고 있는 운동의 하나가 ‘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설정 운동이다. 총생산지수나 소득지수(GNP, GDP)만으로는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올바로 측정하기가 힘들다고 보고 ‘행복’과 복리(well-being)를 가리키는 지수가 기준이 되어야한다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히말라야산맥 아래 작은 나라 부탄에서 시작되었다. 1972년 당시 부탄 왕이 이 용어를 창안하고 불교국가로서 불교의 영적 가치에 근거한 독특한 부탄 문화에 맞는 경제를 건설하고자 했다. 이후 다년간에 걸쳐 유엔 개발계획의 지원을 받아 개념을 실천해서 GDP보다 더 전체론적이고 심리적인 용어로 삶의 질이나 사회발전을 측정해왔다. 왕이 앞장서서 행복지수 결정 요인 중의 하나인 통치체제(governance)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체조차 왕정을 헌정(憲政)으로 바꾸기로 계획하고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실현했다.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개념이지만 행복지수는 충분히 객관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포함된다. 개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한 정도를 표시하여 평균치를 내는 국가별 조사와는 다르다. 행복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는 아리스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복은 육체나 물질 소유에서 오는 즐거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GNH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즉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 자기문화의 보전과 진흥, 환경보존, 좋은 관리체제의 증진”이다. 경제적 복지와 번영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상호보완적인 네 가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일부 부탄 사람들은 경제발전이 없이는 환경 및 문화 보존이 불가능하다고 볼만큼 주요한 요소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다른 세 요인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경제번영은 네 가지 요인들 가운데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단지 하나의 열쇠일 뿐이다.

이에 반해 GDP는 경제성장에 의한 복지의 증가를 목표로 할 뿐 환경보존, 문화증진, 좋은 통치체제를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GDP는 공평하고 평등한 분배, 미지불된 노동, 취업, 건강 및 교육 같은 사회권역 지표, 개인의 힘든 노동,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반영하지 않는다. GDP는 번영하기를 바라는 나머지 생산이 환경과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2세기 동안의 자본주의 산업경제 발전은 ‘경제성장’의 초점을 벗어난 어떤 논의도 ‘경제효율’에 반대된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성장 모델은 사회와 자연에 영향을 주는 많은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GNH는 GDP에서 존재하는 효율적인 경제성장과 사회 및 환경 사이의 ‘맞바꾸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GNH는 행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네 축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부탄은 이 네 축의 균형을 깰 수 있는 국제지원을 거절했다.

부탄학 연구소(Center for Bhutan Studies)는 GNH의 정책개발을 위한 네 축을 임시 작업구조로 설정하고 분석해오다가 나아가서 9개의 연구영역을 분리시켜 그에 대한 경험적 자료를 수집하였다. 9개 영역은 사실상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더 구체적인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은 1. 심리적 복리 2. 건강 3. 시간 사용 및 균형 4. 교육 5. 문화적 다양성 및 탄력 6. 좋은 통치(관리)체제 7. 공동체 활력 8. 환경의 다양성 및 탄력 9. 생활수준. 이에 대한 자료수집 조사가 2006-7 년간 실시되었다. 제1차 국제회의(2004)는 부탄에서 2차(2005)는 캐나다에서 동서 여러 나라의 각계인사들이 참여(400명 정도씩)했다. 제3차(2007)는 태국 방콕에서, 제4차(2008)는 다시 부탄에서 열렸다.

필자는 방콕 회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고 몇몇 서방 국가에서는 민간 운동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영국, 프랑스가 채택하고, 캐나다 등 국가들이 채택하려는 단계에 있을 만큼 놀라운 발전은 예상할 수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대만의 한 교수가 임박한 총통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가 GNH에 관심을 갖도록 작업했다는 이야기를 한 걸 보면 지금쯤 채택되었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2007년 말 대선 과정에서 만나게 된 한 후보에게 관련 자료를 직접 넘겨주고 정책 반영을 촉구한 바도 있다. 한 신문에도 제보하였지만 관심이 없었다. 사회발전을 위하여 정치와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영국보다 먼저 프랑스가 행복지수를 채택하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미 지난 9월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부가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온 낙진 이후 경제발전을 측정할 때 행복과 복리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르코지는 “대 혁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서 다른 나라도 뒤따르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 복리와 경제발전을 측정하는 대안을 연구하도록 노벨 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그리츠와 아마르티아 센 교수에게 위탁하고 정부는 이들의 건의를 고려중이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스티그리츠 위원회 보고서는 정부가 주관적안 복리에 더 관심을 갖도록 건의하였다.
행복 경제는 캐나다에서도 연구소들과 정부 쪽이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 채택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 행복도 조사에 의하면 캐나다인의 91%가 자기 삶에 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세계에서 5위에 들어간다. 미국 경제학자가 한 1970년도 조사에 의하면, 일정한 ‘포화점’을 넘어서면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이 주목할 대목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탄의 한 여학생

미국 쪽에서 행복론을 다루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에서도 행복을 주제로 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교과서 편찬을 준비하는 연구집단도 있다. 자살율, 특히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행복보다 더 나은 측정도구가 없을 것이다. 우리도 추세를 뒤따라가서 나쁠 것이 없다. 국가 정책뿐만 아니라 가정생활, 교육, 종교생활의 기준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 이제부터 행복이다. 나 스스로가, 당신은, 행복한가, 서로 행복을 묻고 구가하자. (2011. 01.05, 김영호)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