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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구제역(口蹄疫)을 속으로 즐기지 마라

by anarchopists 2020. 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10 07:26]에 발행한 글입니다.


구제역(口蹄疫)이 구재역(救災役)이 안 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지난해 10월, 안동에서부터 발생한 구제역(口蹄疫)이 온 나라에 창궐하고 있다. 소를 생매장할 때, 소가 부패하면서 나오는 가스의 폭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소를 생매장하기 전에 소의 배를 낫으로 가른다고 한다. 배창자가 터져 나오면서 소의 울부짖는 소리는 차마 들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한다. 또 그냥 생매장한 돼지가 흙을 비집고 나오는 나오면 포크레인으로 눌러 다시 매장한다고 한다. 이때 꿀꿀대며 울부짖는 돼지의 비명소리는 인간에 대한 저주에 가깝게 들린다고 전해온다. 아무 생각 없이 어미를 따라 생매장 구덩이로 들어가는 어린 돼지새끼들의 모습은 인간의 잔인함을 적나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시간에 쫓긴 인부들이 돼지를 쇠파이프로 때려 죽여 생매장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돼지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는, “두고 보자 인간들아” 하는 부르짖음 같다고 한다. 인간의 잔인성이 폭로되는 순간이다.

벌써 100만 마리 이상을 땅에 생매장하였다고 한다. 구제역이 발생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밖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전시상황이다. 그리고 모든 차량들은 인근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의 어느 곳에서든지 강한 산성을 지닌 구제역방제를 위한 물대포를 연일 뒤집어쓰고 다닌다. 차량들이 구제역 방제약이 지니고 있는 강한 산성으로 부식되어 재산상 손실을 입고 있다. 구제역은 인간전염병이 아닌, 1종 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은 어떤 병을 말하는지 사전적 의미로 설명해 보자. 구제역은 우리 인간이 기르고 있는 발굽이 둘로 갈라진 짐승(소, 돼지, 양, 사슴, 염소)에서 감염되는 병으로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성이다. 한자 구제(口蹄)가 말해주듯이 가축의 입(口)과 발굽(蹄)에 주로 발생하는 병(疫)이라 해서 구제역이다. 병의 특징은 체온의 급격한 상승과 입과 발굽의 부위에 짓무르는(수포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가축들이 식욕상실을 일으킨다. 가축의 구제역은 인간의 신종폴로와 같은 독감과 같아서 공기나 간접접촉만으로도 전염이 되는 전염성이 강한 병이다.


글쓴이는 구제역에 대하여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인간들의 짓거리를 탓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찰하여도 야생의 가축(멧돼지, 산양)들은 구제역이 없는데 인간이 사육하는 소와 돼지에서 유독 구제역이 있느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이 기르는 짐승에서 구제역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원인은 자본주의가 주는 폐해 때문이다. 곧 돈 때문이다. 인간이 재배하고 있는 과일나무도 별의별 병들이 많다. 부패병, 갈반병, 그을음병, 탄저병 등. 그것은 왜 일까. 바로 돈을 벌기 위해 자본과 연결된 과수재배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축도 인간의 욕심이 빗어낸 결과이다. 곧 돈과 연결된 상업성 축산을 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반생명적인 공장형 집단사육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 인간들의 ‘과학적’이라는 미사어구로 위장된 식탁문화 때문이다. 근대화 이후, ‘과학적’을 빙자하여 서양과학이 인간의 상식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양 중심의 과학의학에서는 육식에 의한 단백질 공급을 과다하게 요구한다. 이 모두가 육식을 많이 필요로 하는 서양의 패스트푸드회사의 농간임을 모르고 말이다.

아무리 오늘날의 지구가 ‘세계화’ 또는 ‘하나의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인간은 자기가 사는 자연환경과 ‘역사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민족 속에서 개개인의 인간은 자기 환경에 맞는 세포조직과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가령 한국인의 조상은 추운 지방 키스피해에서 추운 기후를 피해 한반도로 이동해 온다. 때문에 한국의 선주민들이 살았던 자연환경(추위와 바람)에 알맞은 안면조건과 두개골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유전인자가 후손들에게 전달되어 오늘날 한국인의 독특한 안면형태와 두개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서양의 지중해성 온난기후와 광활한 초원에서 성장해 온 유럽인의 안면조건과 두개골형태는 다르다. 또 신체조건도 한반도의 농경민족과 유럽의 유목민족이 서로 다르다. 채식을 주로 하는 한국인들은 농경에 알맞는 신체조건(키가 작고, 땅딸하고 힘이 강한)을, 서양인은 육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신체조건(키가 크고, 힘이 약한)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근대화 이후 한국인이 서양 자본주의의 영향과 자본가들의 농간에 휘말려 모든 생활조건을 서양화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생활조건과 신체조건이 서양의 것과 맞지 않아서 한국인들이 병에 많이 걸리게 된다. 가축 또한 마찬가지다. 유목민족이 쓰고 있는 서양식 공장형 집단사육의 축산방식을 도입하다 보니 가축 또한 병이 많이 걸리게 된다. 인간도 인구가 적을 때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 많아지면서 병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세 번째 원인을 수입사료를 꼽을 수 있다. 우리 한국인도 김치, 된장 등 발효음식이 많은 전통음식을 먹을 때는 병에 잘 걸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소 돼지 등 가축들은 전통적인 사료를 먹을 때는 병이 없었다. 가축을 공장형 집단사육을 하다 보니, 사료가 부족하여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수입사료가 문제다. 수입사료는 모두가 배합사료이다. 그리고 단시간 내 고속성장을 위해 사료 속에 ‘성장호르몬제’를 섞는다. 이것이 전통적인 사육방식과 달리 짐승들의 면역내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우리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볏짚은 그대로 사료로 이용하였다. 그리고 콩대를 삶아서 먹였다. 그런 사육방식을 쓰고 있는 사육농가에서는 지금도 광우병이니, 콜레라니, 구제역이니 하는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고 있다. 볏짚에 납두균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콩대에는 자연 단백질인 아미노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낙네들은 메주를 쓰고 말리 때, 볏짚에 얹혀서 메주를 말린다, 바로 납두균에 의하여 메주가 잘 뜨고, 이 납두균이 항생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구제역의 원인에는 성장호로몬제가 들어있는 수입사료가 한 몫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점에서 사료를 수입하는 자본가들은 반성도 없이 반발하겠지.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현대 자본권력과 결탁된 정치권력들은 국가예산을 자기 돈 쓰듯이 쓴다. 바로 자기 돈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의 창궐로 국가 예산이 1조원 이상 투여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그 많은 돈은 결국 낭비되는 국가 돈이다. 만약 정부에서 결국에는 자연을 훼손하게 되는 4대강 개발에 매달리지만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4대강 개발을 통한 사적 이익보다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신경을 좀 쓰고, 가축사육업자에 대한 사전 교육과 계몽을 하였더라면 이렇게까지 구제역에 의한 가축의 떼죽음이라는 재앙은 오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다.

구제역의 후유증은 클 것이 뻔하다. 곧 자연의 재앙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땅에다 산 짐승들을 생매장하였으니, 지하수들이 오염될 게 뻔하다. 그 결과는 인간에게 돌아오리라. 또 하나 있다. 구제역의 간접원인이 된 4대강 개발이다. 4대강의 자연조건을 인위적으로 파괴하였으니 그 대가는 또 인간이 받으리라.

끝으로 구제역을 사전에 막지 못한 이명박 정부에게 바란다. 구제역을 구재역(救災役)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다시 말하면 구제역을 속으로 즐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란 말이다. 미국쇠고기를 수입하게 될 쾌거 말이다. 그 징조가 벌써 있지 않은가. 그리고 미국쇠고기 수입의 대가로 미국축산업자들로부터 선거자금과 개헌자금을 안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구제역 방제약을 맞아 차량의 부식을 가져와 재산상 손실을 보고 있는 차량소유자들에게는 보상을 해주었으면 한다.(2011. 1.10,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아주경제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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