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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개헌시나리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by anarchopists 2020. 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0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개헌시나리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2010년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자랑스럽게 떠벌이던 G20정상회의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국내에는 시끄러운 문제들이 2011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개혁정치의 후퇴와 수구권력의 독재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이명박의 수구권력은 대부분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4대강과 고향의 강 개발 강행에 따른 서민경제의 위축, 부자감세정책에 따른 사회안전망 취약, 개혁ㆍ진보세력에 대한 민간사찰, 청와대 대포폰 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시도, 정(政)·검(檢) 갈등의 격화. 또 있다. 친미편향적 외교정책, 통일단체에 대한 공안탄압과 반발, 좌빨ㆍ우보로 편 가르기 등 양극단의 한반도 정국 조성, 미완의 천안함 사건, 한미FTA의 밀실타협과 농산물 수입문제 등이다. 이러한 한국현실에 놓여있는 정치적 갈등과 시끄러운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것이 이병박 정권이 짊어지고 있는 딜레마였다. 국내의 시끄러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메가톤급 문제라야 한다. 이 메가톤급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은 개헌(改憲)이다. 그냥 개헌은 안 된다. 바로 체제를 바꾸는 개헌이어야 한다. 메가톤급 개헌만이 국내의 시끄럽고 골치 아픈 문제를 한꺼번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블랙홀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권력연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권력 연장의 수단으로 개헌을 모색한다는 항간의 떠도는 말이 있어왔다. 이에 따르면, 권력연장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어떻게 모색할까, 하고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천안함 사건과 11.23연평도피격사태(이하, 11.23사태라 함)이다. 이 기회를 틈타 이명박 정부는 패권주의국가 미국과 합심하여 한반도에 긴장고조를 만들었다. 이승만과 박정희 권력에 세뇌되어 아직도 낡은 우상인 반공이념을 주된 사상으로 무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이다. 11.23 사태에 대한 대북 강경정책은 국민의 반공심리를 불러일으킨다. 성공이다. 보수국민들의 인기를 등에 업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권력연장의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한 두 번째 전술을 폈다. 2010년 마지막 예산국회에서이다. 보수국민들의 결집 아래서는 4대강 개발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날치기 통과를 강행해도 국민들의 저항이 적으리라는 전술이다. 이 전술도 성공했다. 이제 권력연장을 위한 마지막 전술만 남았다. 개헌전술이다. 그래서 개헌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개헌을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시나리오 형식을 통하여 상상해 보자.

먼저 개헌의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치제제의 전환과 국회의 개혁이다. 앞의 것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일이다. 뒤의 것은, 의원선거방식을 대선구제에서 중선구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내각제 추진과 국회를 개혁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를 상상해 본다. 세 가지로 요약이 된다.

첫째, 내각제 개헌 추진의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는 물러나되, 정치적 실권은 그대로 쥐고 있자는 시나리오다. 곧 국무총리제로 개헌을 하고 러시아의 푸틴처럼 내각수반이 되자는 의도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누가 되던 실권은 자신이 계속 갖게 된다.

지금 여권에서는 대통령 출마를 둘러싸고 박근혜, 오세훈 그리고 이재오, 김문수가 물밑 각축을 벌이고 있다.(박근혜은 이미 판을 벌리고 있지만) 그리고 야권에서는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등이 대통령 후보 각축을 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 배우 문성근이 ‘100만 민란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만약 문성근이 추진하고 있는 ‘100만 국민명령’이 성공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1997년 12월과 2002년 12월, 진보세력의 혁명적 선거기운이 다시 일게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꼭 내각책임제의 개헌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여권 및 야권후보에 대한 말고삐를 쥐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와 밀실타협을 해야 한다. 즉, 대통령직을 여권이나 야권 누구에게 주더라도 내각총리직은 자신이 갖자는 시나리오다. 곧, 개헌쿠데타다.

둘째, 개헌의 배경에는, 이명박이 대통령직 퇴임 후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국회 청문회를 막자는 시나리오다. 이명박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정치권은 국민여론에 편승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및 고향의 강 개발 사업, 가족과 권력실세 중심의 예산편성으로 발생한 국고의 편중운영과 서민복지경제의 파탄을 추궁하는 청문회를 열게 되리라는 추측이다. 여기서 잘못하면, 전두환과 노태우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이명박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치적 실권을 계속 장악해야만 자신에 대한 청문회를 막고 정치적 망명 내지는 귀양살이를 면할 수 있다.

셋째, 개헌의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레임덕의 기간을 단축해 보다는 시나리오다. 개헌문제가 거론되면, 정치권은 필연적으로 삼삼오오 분열된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심중에는 여당 내 대권주자들의 고삐를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쥐자는 심산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차기 대통령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 곧 의원내각제에서 총리직 장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임기 내내 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개헌의 마지막 시나리오는 내각책임제 하에서 이명박이 내각수반이 되기 위한 국회의 개혁이다. 현재의 선거구를 그대로 두면서 여당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전략이다. 곧 중선거제의 채택이다.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면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명박이 내각수반이 되는 것은 누워 떡먹기다. 현재 여당이 다수당인 이상 내각제와 국회의원 중선거구제 개헌이 통과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미래 내각수반이 될 이명박은 차기 국정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할까.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한국 최초로 여성대통령으로 박근혜를 만드는 일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야당 대통령을 만드는 일이다. 야권에서 내각제 개헌을 지지하는 후보가 나타나면 이명박은 대통령직을 이용하여 개헌지지를 위한 밀실타협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야당후보가 개헌을 지지하면, 야당 대통령에, 여당 내각수반을 만드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그러면 이명박이 선택할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는 누구일까. 유시민이나 정동영보다는 손학규가 점쳐진다.

이렇게 현 정권은 개헌시나리오를 통하여 권력구조의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개헌은 누가 주도할까, 물론 청와대이다. 그러나 그 멍에는 청와대가 아닌 이재오 특임장관이 메리라는 추측이다. 이번 2010 마지막 예산국회에서 날치기를 할 때, 90도 숙인허리가 수직으로 펴진 허리처럼 말이다. 그러면, 개헌문제를 가시적으로 던지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점유하고 있는 2011년 3~4월 중에는 개헌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명박 측이 내거는 개헌발의의 명분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친이계(親李係)가 방송에 나와 밝힌(11.19) 바와 같이,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거다. 바로 이 점이 개헌의 명분이다. 다시 말하면, 권력 분산의 속뜻은 이명박이 권력의 끈을 놓지 말자는 말로 해석된다. 국외문제는 대통령이 갖고 국내문제는 내각수반이 갖자는 의미 말이다. 그래서 국내문제에서 내각수반이 될 이명박이 여전히 실세로 군림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 발상도 중앙집권적 국가주의 사고에서 나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시대는 국가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이왕 개헌을 할 것이라면 권력 나누어 먹기식 개헌이 아닌 국민복지와 참다운 지역자치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곧 권력의 중앙집권시스템에서, 지역자치시스템으로, 에너지 관리의 중앙통제에서, 지역관리로, 자유와 사상의 통제에서 자유와 사상의 해방으로 개헌을 하자는 말이다. 지금 권력자들이 권력 장악이나 세습을 목적으로 한 개헌음모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2010. 11.15 아침 초안, 2011. 01.09 아침 수정,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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