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19 08:06]에 발행한 글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도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은 기록상 공산제사회가 무너지고 사유제사회가 나타나는 청동기부터이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사유제사회로 이행은 생산력을 어느 특정 계급이 독점하면서부터이다. 생산력을 독점한 계급은 당연히 칼의 힘을 가진 지배 권력층으로 이들은 권력(칼의 힘)을 이용하여 그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복법(報復法, 이른바 관습법이라 하는)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의 ‘8조금법’이요, 부여의 ‘4조법’이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지역의 함무라비법전이다. 이들 관습법의 공통점은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권력층들이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그 물건을 훔치려 들어간 집의 노비로 삼는다”(相盜 男沒入爲其家奴 女子爲婢)하여 도둑을 노비로 만들었다. 부여도 마찬가지로 “남의 물건을 훔칠 때는 그 물건 값의 12배로 변상한다.”(竊盜一責十二)라 하여 도둑질 한 자를 노비로 전락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절도죄는 부유한 층이 가난한 자로부터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낸 보복법이였다. 바꾸어 말하면 도둑질이란 가난한 자가 먹고살기 위해 저지르는 생존방법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도둑질은 나쁜 게 아니다. 즉 권력에 의해 빼앗긴 내 것을 평화적 방법(몰래)으로 도로 찾아오는 행위다. 그런데 이것을 지배권력자들이 나쁜 개념으로 심어놓았다. 다시 말하면 권력을 동원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은 행위는 정당하고, 그 빼앗긴 재산을 소문 없이(몰래) 평화적으로 되찾아오는 행위는 부당하다는 논리를 세워놓았다. 결국 이러한 지배층 중심의 도둑개념에서 절도죄가 만들어졌다. 곧, 자기 재산을 도로 찾겠다는 정당한 정신은 나쁜 생각이고 그 행위는 나쁜 짓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그런데 시대가 내려오면서 ‘좋은 도둑님’이 ‘나쁜 도둑놈’으로 진짜 변하고 말았다.
이제 현대로 내려와 보자. 우리나라 1970~80년까지만 해도 도둑에게는 ‘도둑의 기본윤리’가 있었다.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려고 할 때, 주인이 이를 느끼고 가볍게 “흐흠”하면, 도둑은 주인이 안 자는가보다 하고는 조용히 그 집을 나오는 것이 상례였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도둑질은 주인이 눈치를 채면 안 훔쳐가는 기본 양식이 있었다. 쌀값이 비쌀 때는 가난한 자들이 남의 집의 쌀을 훔치는 것이 일반적 이였다. 그런데 도둑은 그 쌀을 몽땅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최소한 그 집의 식구들이 아침밥을 해먹을 수 있을 분량은 남겨두고 훔쳐갔다. 이른바 도둑질의 기본양식이었다. 또 돈을 훔쳐갈 때도 최소한도 그 집의 바깥주인이 내일아침 출근할 때 쓸 교통비 정도는 남겨두고 훔쳐갔다. 도둑의 기본양심이었다. 1970년대 연탄이 귀할 때 헛간에 쌓아둔 연탄을 도둑맞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 때 한밤에 연탄을 훔쳐간 도둑은 그 집에서 다음날 아침에 땔 연탄 1~2장은 남겨두고 가져갔다. 도둑의 기본소양이었다. 이렇게 도둑이 쌀이나 연탄, 돈, 옷 등을 가져갈 때 최소한 훔치려 들어간 그 집에서 당장 쓸 것은 남겨두고 가져가는 게 도둑의 도리였다는 말이다. 또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 들어간 그 집에 아이들만 있을 때는 아이들이 놀래지 않도록 마음도 썼다. 이게 도둑의 최소한 기본윤리였다. 이렇게 옛날의 도둑은 ‘도둑의 기본양식’, ‘도둑의 기본윤리’, ‘도둑의 기본소양’ 등 ‘도둑의 기본도리’만은 가지고 있었다. ‘괜찮은 도둑님’이라는 뜻이다.
요즈음은 이러한 ‘도둑의 기본윤리’, ‘기본소양’, ‘기본양식’. ‘기본양심’이 없다. 이렇듯 도둑은 가난한 자가 몰래(평화적 방법)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의 재물을 조금 가져나오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가난한 자의 도둑질은 먹고살기 위한 생명보존의 정당행위라는 말이다. 가난한 자의 도둑질은 법죄행위가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은 어찌된 세상인지 권력이 있고, 돈이 있는 자들이 도둑질 더 많이 한다. 곧 도둑놈이다. 그것도 드러내놓고 협박하여 강탈하다시피 해서 빼앗아가 버린다. 권력을 이용하여 도둑질하는 도둑놈도 생겼다. 이제는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때도 가리지 않는다. 벌건 대낮에 어디서고 도둑질을 한다. 그리고 도둑질의 목적도 변질되었다. 도둑질의 수단이 생계가 아니고, 생명보존의 정당행위에도 있지 않다. 권력 있고 돈께나 있는 자들은 권력연장을 위하여, 이를 보고 배운 젊은이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도둑질을 한다. 그래서 도둑놈이다. 도둑놈의 종류도 무척 많이 생겼다. 이제부터 도둑놈의 종류를 나열해 보자. 지난 이야기부터 하자.
대권(大權)이 눈앞에 왔다하여 아직 집지도 않은 대통령권력을 무기삼아, 그리고 이에 빌붙어서 콩고물 좀 얻어먹으려고 기업을 욱대겨서 차떼기로 수백억 원씩을 도둑질해 처먹은 도둑놈이 있었다. 그러고도 제 도둑질한 것은 덮어두고 뻔뻔스럽게 시민의 티만 나무라는 놈들이었다. 옛날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그랬다. 그 당시를 회상해 보면 가소롭다. 연일 대변인이 나와 지껄이는 것을 보면, 자기네는 잘못이 조금도 없단다.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다. 창피함도 없다. 이러한 도둑놈을 ‘추악한 도둑놈’이라 한다. 도독놈 중에 가장 더럽고 추한 도둑놈이다.
그 당시, 대권을 잡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한나라당의 아무개는 기업을 윽박질러 불법으로 대선자금을 축적했다. 그러면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하는데도 ‘생각해 줘서’ 감옥쯤 가주는 것처럼 독립군 행세를 했다. ‘교활한 도둑놈’이다. 그 당시 민주당의 정치인 중에 이런 놈도 있었다. 대통령선거 자금에 쓸 돈이라고 속여서 기업으로부터 거금(巨金)을 갈취했다. 그리고는 갈취한 거금을 선거자금으로 쓰지 않고 “어차피 노무현은 떨어질 후보”니까 나나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추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서 선거자금이라고 속인 돈을 자기 호주머리에 슬쩍 했다. 이런 도둑놈은 ‘비열한 도둑놈’이다. 최근에는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자기 친인척들에게 사전 정보를 주어 개발지역의 땅을 모조리 사들이게 한 다음, 국책사업을 벌여 엄청난 재산축재를 도모하는 도둑놈도 있다는 소문이다. ‘사악한 도둑놈’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죄다 더럽고, 교활하고, 비열하고, 사악한 도둑놈으로 득실거리다 보니 못난 서민 중에는 이를 본 따서 도둑질을 하는 별의 별 도둑놈들이 생겨났다. 옛날 도둑님들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거나 다치게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한 밤중에 술 취한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기절시킨 뒤 그 사람의 호주머리에서 지갑을 털어가는 치한이 있다. 이를 ‘치사한 도둑놈’이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약한 부녀자를 때려 뉘이고 돈을 강탈해가는 더러운 놈도 있다. 이를 ‘흉측한 도둑놈’이라 한다.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금전과 물건을 강탈해가는 도둑놈 말고 또 있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도덕이고 양심이고 다 팽개치고 달려들어 이익을 갈취해가는 도둑놈도 있다. 농민들이 1년 내내 농사지은 농산물을 훔쳐가는 악한도 있다. 농민의 생산물은 1년 생활비에 해당한다. 그 1년 생활비를 몽땅 떨어가면 그 농민은 어찌 하란 말인가. 이런 도둑놈은 ‘살인마 도둑놈’이다. 또 사람이 먹는 음식물을 가지고 온갖 기만적 방법으로 장난질하는 놈도 있다. 못 먹는 것을 먹는다고 속이는 놈, 몸에 나쁜 색소를 넣는 놈, 몸에 나쁜 사카린을 넣는 놈, 질이 나쁜 원료를 쓰는 놈, 농약덩어리가 범벅이 된 재료를 쓰는 놈. 이런 놈들은 ‘흡혈귀 도둑놈’이다. 또 있다. 노동자에게 갈 돈을 정치인에게 건네주고 국가로부터 금융특혜나 바라고 세무감찰을 피하려는 기업인이 있다. 이런 놈들을 ‘야비한 도둑놈’이라고 한다. 또 고생 끝에 연구원이 되어 멀리 남극의 해양연구소에 가서 고생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주검으로 돌아오는 그 날, 슬픔에 잠겨있는 연구원의 집안을 턴 놈도 있다. 이런 종류의 도둑놈은 ‘야비한 도둑놈’이다. 용돈이 필요한 데 용돈을 안 준다고 부모를 죽이고 부모 재산을 갈취하는 패륜아도 있다. ‘막가파 도둑놈’이다. 학교 가는 어린 학생들을 윽박지르고 때려서 돈을 갈취하는 나쁜 놈도 있다. ‘양아치 도둑놈’이다.
지금 온 세상이 이렇게 여러 종류의 도둑놈으로 득실거리고 있다. 이를 보면,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정치지도자, 교육지도자, 경제지도자, 종교지도자, 문화지도자 자리를 죄다 ‘더러운 도둑놈’들이 꿰차고 앉아있지나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새해예산 날치기 통과를 보면 도둑놈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내려오는 더러운 물은 아랫물을 맑게 하지 않는다. 도둑질을 하려고 한다면,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환경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남의 인권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도둑님의 기본윤리를 갖지 못한다면 그때는 '놈'이 된다. 대통령놈, 장관놈, 국장놈, 시장놈, 군수놈이 된다. 또 국회의장놈, 국회의원놈이 된다. 또 판사놈, 검사놈, 변호사놈이 된다. 또 회장놈, 사장놈이 된다. 또 대학총장놈, 교수놈이 된다. 여기에 추기경놈, 주교놈, 신부놈이 된다. 또 목사놈. 중놈이 된다. 그리고 교장놈, 선생놈이 된다. 이렇게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면 안 된다. 이런 ‘놈’들이 불신사회로 만드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도둑이 득실거리는 이 세상이라면, 그래도 ‘괜찮은 도둑님’이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3. 12. 16, 2010.12.19. 아침 다시 쓰다. 취래원농부)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괜찮은 도독님’과 ‘추악한 도둑놈’
이제 현대로 내려와 보자. 우리나라 1970~80년까지만 해도 도둑에게는 ‘도둑의 기본윤리’가 있었다.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려고 할 때, 주인이 이를 느끼고 가볍게 “흐흠”하면, 도둑은 주인이 안 자는가보다 하고는 조용히 그 집을 나오는 것이 상례였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도둑질은 주인이 눈치를 채면 안 훔쳐가는 기본 양식이 있었다. 쌀값이 비쌀 때는 가난한 자들이 남의 집의 쌀을 훔치는 것이 일반적 이였다. 그런데 도둑은 그 쌀을 몽땅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최소한 그 집의 식구들이 아침밥을 해먹을 수 있을 분량은 남겨두고 훔쳐갔다. 이른바 도둑질의 기본양식이었다. 또 돈을 훔쳐갈 때도 최소한도 그 집의 바깥주인이 내일아침 출근할 때 쓸 교통비 정도는 남겨두고 훔쳐갔다. 도둑의 기본양심이었다. 1970년대 연탄이 귀할 때 헛간에 쌓아둔 연탄을 도둑맞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 때 한밤에 연탄을 훔쳐간 도둑은 그 집에서 다음날 아침에 땔 연탄 1~2장은 남겨두고 가져갔다. 도둑의 기본소양이었다. 이렇게 도둑이 쌀이나 연탄, 돈, 옷 등을 가져갈 때 최소한 훔치려 들어간 그 집에서 당장 쓸 것은 남겨두고 가져가는 게 도둑의 도리였다는 말이다. 또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 들어간 그 집에 아이들만 있을 때는 아이들이 놀래지 않도록 마음도 썼다. 이게 도둑의 최소한 기본윤리였다. 이렇게 옛날의 도둑은 ‘도둑의 기본양식’, ‘도둑의 기본윤리’, ‘도둑의 기본소양’ 등 ‘도둑의 기본도리’만은 가지고 있었다. ‘괜찮은 도둑님’이라는 뜻이다.
요즈음은 이러한 ‘도둑의 기본윤리’, ‘기본소양’, ‘기본양식’. ‘기본양심’이 없다. 이렇듯 도둑은 가난한 자가 몰래(평화적 방법)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의 재물을 조금 가져나오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가난한 자의 도둑질은 먹고살기 위한 생명보존의 정당행위라는 말이다. 가난한 자의 도둑질은 법죄행위가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은 어찌된 세상인지 권력이 있고, 돈이 있는 자들이 도둑질 더 많이 한다. 곧 도둑놈이다. 그것도 드러내놓고 협박하여 강탈하다시피 해서 빼앗아가 버린다. 권력을 이용하여 도둑질하는 도둑놈도 생겼다. 이제는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때도 가리지 않는다. 벌건 대낮에 어디서고 도둑질을 한다. 그리고 도둑질의 목적도 변질되었다. 도둑질의 수단이 생계가 아니고, 생명보존의 정당행위에도 있지 않다. 권력 있고 돈께나 있는 자들은 권력연장을 위하여, 이를 보고 배운 젊은이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도둑질을 한다. 그래서 도둑놈이다. 도둑놈의 종류도 무척 많이 생겼다. 이제부터 도둑놈의 종류를 나열해 보자. 지난 이야기부터 하자.
대권(大權)이 눈앞에 왔다하여 아직 집지도 않은 대통령권력을 무기삼아, 그리고 이에 빌붙어서 콩고물 좀 얻어먹으려고 기업을 욱대겨서 차떼기로 수백억 원씩을 도둑질해 처먹은 도둑놈이 있었다. 그러고도 제 도둑질한 것은 덮어두고 뻔뻔스럽게 시민의 티만 나무라는 놈들이었다. 옛날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그랬다. 그 당시를 회상해 보면 가소롭다. 연일 대변인이 나와 지껄이는 것을 보면, 자기네는 잘못이 조금도 없단다.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다. 창피함도 없다. 이러한 도둑놈을 ‘추악한 도둑놈’이라 한다. 도독놈 중에 가장 더럽고 추한 도둑놈이다.
그 당시, 대권을 잡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한나라당의 아무개는 기업을 윽박질러 불법으로 대선자금을 축적했다. 그러면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하는데도 ‘생각해 줘서’ 감옥쯤 가주는 것처럼 독립군 행세를 했다. ‘교활한 도둑놈’이다. 그 당시 민주당의 정치인 중에 이런 놈도 있었다. 대통령선거 자금에 쓸 돈이라고 속여서 기업으로부터 거금(巨金)을 갈취했다. 그리고는 갈취한 거금을 선거자금으로 쓰지 않고 “어차피 노무현은 떨어질 후보”니까 나나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추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서 선거자금이라고 속인 돈을 자기 호주머리에 슬쩍 했다. 이런 도둑놈은 ‘비열한 도둑놈’이다. 최근에는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자기 친인척들에게 사전 정보를 주어 개발지역의 땅을 모조리 사들이게 한 다음, 국책사업을 벌여 엄청난 재산축재를 도모하는 도둑놈도 있다는 소문이다. ‘사악한 도둑놈’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죄다 더럽고, 교활하고, 비열하고, 사악한 도둑놈으로 득실거리다 보니 못난 서민 중에는 이를 본 따서 도둑질을 하는 별의 별 도둑놈들이 생겨났다. 옛날 도둑님들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거나 다치게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한 밤중에 술 취한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기절시킨 뒤 그 사람의 호주머리에서 지갑을 털어가는 치한이 있다. 이를 ‘치사한 도둑놈’이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약한 부녀자를 때려 뉘이고 돈을 강탈해가는 더러운 놈도 있다. 이를 ‘흉측한 도둑놈’이라 한다.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금전과 물건을 강탈해가는 도둑놈 말고 또 있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도덕이고 양심이고 다 팽개치고 달려들어 이익을 갈취해가는 도둑놈도 있다. 농민들이 1년 내내 농사지은 농산물을 훔쳐가는 악한도 있다. 농민의 생산물은 1년 생활비에 해당한다. 그 1년 생활비를 몽땅 떨어가면 그 농민은 어찌 하란 말인가. 이런 도둑놈은 ‘살인마 도둑놈’이다. 또 사람이 먹는 음식물을 가지고 온갖 기만적 방법으로 장난질하는 놈도 있다. 못 먹는 것을 먹는다고 속이는 놈, 몸에 나쁜 색소를 넣는 놈, 몸에 나쁜 사카린을 넣는 놈, 질이 나쁜 원료를 쓰는 놈, 농약덩어리가 범벅이 된 재료를 쓰는 놈. 이런 놈들은 ‘흡혈귀 도둑놈’이다. 또 있다. 노동자에게 갈 돈을 정치인에게 건네주고 국가로부터 금융특혜나 바라고 세무감찰을 피하려는 기업인이 있다. 이런 놈들을 ‘야비한 도둑놈’이라고 한다. 또 고생 끝에 연구원이 되어 멀리 남극의 해양연구소에 가서 고생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주검으로 돌아오는 그 날, 슬픔에 잠겨있는 연구원의 집안을 턴 놈도 있다. 이런 종류의 도둑놈은 ‘야비한 도둑놈’이다. 용돈이 필요한 데 용돈을 안 준다고 부모를 죽이고 부모 재산을 갈취하는 패륜아도 있다. ‘막가파 도둑놈’이다. 학교 가는 어린 학생들을 윽박지르고 때려서 돈을 갈취하는 나쁜 놈도 있다. ‘양아치 도둑놈’이다.
지금 온 세상이 이렇게 여러 종류의 도둑놈으로 득실거리고 있다. 이를 보면,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정치지도자, 교육지도자, 경제지도자, 종교지도자, 문화지도자 자리를 죄다 ‘더러운 도둑놈’들이 꿰차고 앉아있지나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새해예산 날치기 통과를 보면 도둑놈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내려오는 더러운 물은 아랫물을 맑게 하지 않는다. 도둑질을 하려고 한다면,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환경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남의 인권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도둑님의 기본윤리를 갖지 못한다면 그때는 '놈'이 된다. 대통령놈, 장관놈, 국장놈, 시장놈, 군수놈이 된다. 또 국회의장놈, 국회의원놈이 된다. 또 판사놈, 검사놈, 변호사놈이 된다. 또 회장놈, 사장놈이 된다. 또 대학총장놈, 교수놈이 된다. 여기에 추기경놈, 주교놈, 신부놈이 된다. 또 목사놈. 중놈이 된다. 그리고 교장놈, 선생놈이 된다. 이렇게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면 안 된다. 이런 ‘놈’들이 불신사회로 만드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도둑이 득실거리는 이 세상이라면, 그래도 ‘괜찮은 도둑님’이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3. 12. 16, 2010.12.19. 아침 다시 쓰다.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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