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국민을 다른 용어로 바꾸자.”

by anarchopists 2021. 1. 21.

[알립니다]

오늘부터 함석헌평화연구소에서는 [함석헌의 날마다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함석헌의 말씀을 오늘에 되살려 씨알이 진정한 참자유를 되찾고, 탈권력, 탈권위, 무폭력의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을 서고자 합니다. 일단 필진은 두 사람이지만 점차 여러 사람이 동참하게 되리라 봅니다

함석헌

함석헌이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세계는 하나의 세계일 것을 생각하고 그 세계의 주인은 민民일 것을 생각하고, 이 교육에서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을 찾아본다면 무엇인가? 학교 이름부터 국민학교란 것을 떼어버리고 유산, 무산을 가릴 것 없이 적령이 된 아이는 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국민학교란 이름은 지난날 일본이 전제주의의 독재정치를 민중 위에 씌우려 할 때에 붙인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지상주의/ 민족숭배사상이 들어 있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는 세계의 시민일 터인데 그런 것을 붙여 인간성을 고의로 치우치게 하면 그것은 나아가는 역사 진행에 공연한 마찰만 일으키는 일이다.”( 새나라 꿈틀거림, 1959)

씨ᄋᆞᆯ여러분, 함석헌의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말씀을 드려 봅니다. 일제병탄기인 1945년 미국의 음모와 함정에 의하여 우리 땅에 ‘분단형 해방’ 왔습니다. 그리고 분단 조국의 북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 1948, 9.9, 북조선), 남에는 대한민국(大韓民國,1948. 8. 15, 남한)이 건국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구성원을 남에서는 국민, 북에서는 인민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에서는 국민여러분, 국민國民학교, 국방군, 북에서는 인민여러분, 인민학교, 인민군이 되었습니다.

인민과 국민의 뜻은 엄청난 차이를 갖습니다. 일단 국민학교라는 말이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었으니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은 상하이대한민국임시정부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정의 헌법 제2조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나라구성원의 명칭을 국민이 아닌 인민으로 했어야 옳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민이라는 용어가 이념의 반대국인 북조선에서 쓰고 있다고 해서 남한에서 못 쓰게 한 것은 이승만 반공독재의 억지였습니다. 인민(원래느 민인民人이 맞다)이라는 말은, 역사의 주체요, 나라의 주역으로서 나라가 잘못되면, 혁명으로 새 나라를 건설하는 항상 주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국민이라는 말은,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피지배계급”이라는 뜻입니다. 즉 국가에 대한 의무를 강요받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국민이라는 용어는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는 시기는 일제강점기 전체주의 독재정치를 민중 위에 씌우려고 붙인 이름입니다. 유럽에서는 제국주의들이 만든 민족국가/국민국가와 함께 국민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됩니다. 따라서 제국주의 국민국가에서 국민은, 정치적 권리를 갖는, 그리고 문화적 주체로서 국민이 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피동적 제국주의 국민의 개념을 일제가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수용하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국민이라는 말은 일제 왕에게 충성하는 제국의 국민이라는 뜻입니다.

이 통치계급에 충성하는 제국의 국민이란 말을 자신을 대한왕국의 왕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이승만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백성이라는 개념에서 인민이 아닌 국민(사실은 백성의 뜻)이라는 용어를 헌법에 넣게 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은 자유와 권리의 주체로서 민인民人이 갖는 주체성이 약화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노예성 국민으로 성질이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즉 국가에 대한 의무를 강요(납세, 병역, 교육, 근로)받는 존재의 국민입니다. 이에 1960년대부터, 이 나라의 진보적 지식인과 사회개혁운동가들은 북의 계급투쟁의 인민의 성격도 아니고 남의 독재권력에 희생되는 국민의 성격도 아닌 새로운 개념을 찾아 나섰습니다. 곧 신채호가 ‘조선혁면선언’ 등에서 즐겨 썼던 ‘민중民衆’(인민대중의 뜻)이라는 용어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국민이 아닌 남한의 민중은 대한민국 역사의 주체요 사회발전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배출되는 나라 사람들은 국민이 아닙니다. 민인民人입니다. 주민住民입니다, 자유민自由民입니다. 그래서 헌법에서도 이제는 국민이라는 말 대신에 초등교육을 통해 사회로 나오는 자유민/민인/주민이라는 말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2020. 1.15, 함석헌평화연구소, 風士堂)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