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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

by anarchopists 2020. 6. 16.

다음은 인하대학교 "인문연구"지에 실린 "6.15공동선언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이라는 제목으로 쓴 논문 내용 중,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 부분만 뽑아 실었다.

그러면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6.15선언은 남과 북의 비적대적 모순과, 통일을 바라는 우리 민족과 통일을 바라지 않는 미국과의 적대적 모순이라는 이중적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된 회담이었다. 결과는 적대적 모순을 이기고 비적대적 모순이 서로 회담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협력함으로써 6.15선언이라는 통일이정표를 만들어낸 소중한 회담이었다.이 결과 조-미의 대결구도 속에서 미국을 한편으로 하고 남한, 북조선이 한편이 되고 중국, 일본, 러시아가 남한과 북조선을 편드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결국 6.15선언은 미국의 전략에 의하여 오래도록 남아 있던 동북아시아의 냉전질서를 해체시키고 이 지역에 평화와 친선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였다. 이후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북조선의 핵을 문제 삼아 북조선을 붕괴시키려는 전략도 6.15선언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동아시아의 새로운 외교질서에 불안을 느낀 미국의 비열한 전술에 불과하다.

둘째, 역사적으로 대립의 골이 깊었던 남한과 북조선이 적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북조선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6.15선언이 있은 그 날 바로 오찬에서

이번의 국방위원회 김정일 위원장과 김 대통령이 뜻깊은 상봉을 하시고 민족 앞에 북남선언을 천명해 통일의 이정표를 세운 것은 겨레의 기쁨과 희망을 던져주었습니다. 북남 사이에 형식적인 장벽이 있고, 군대가 대치하고, 총포도 겨누고 있는 엄혹한 정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천리혜안으로 민족이익을 첫째로 해, 민족이익과 자주권을 생명으로 지켜 두 분의 도량으로 민족 앞에 역사적 결단을 내려주었습니다.....북남선언을 성의있게, 신의있게 실천합시다.”라 한 것처럼 남북관계가 적대관계에서 신의관계로 전환하였다.

이렇듯 6.15선언은 남 북 두 정상간의 화해와 협력통일에 대한 합의로, 상호전쟁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에 의해 북한의 침략위협, 전쟁도발, 적화통일 음모라는 기만적인 반공논리와 친미사대정권의 친미노예적 성향을 근거로 자신들의 한국주둔 명목을 마련해 왔던 주한미군의 한국주둔 명분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남과 북이 자주적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유리하고 든든한 환경이 마련되었다.

셋째 6.15선언으로 남한의 정부당국이 명실상부하게 통일의 한 주체가 되었다. 그리고 민간통일운동이 합법화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정부당국이 통일문제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최소한의 분열주의 세력을 제외하고는 민족의 역량이 최대로 결집될 수 있다는 것이며 민간통일운동이 더욱 대중화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90년대 이적단체로 낙인찍인 <한총련>, <범민련>의 합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동안 이적시되었던 연방제가 인정됨으로써 국보법상 탄압의 근거가 무력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넷째, 6.15선언은 전통적인 한미외교관계에도 균열을 가져왔다. 비록 노무현 정권에 의하여 한미관계가 다시 노예적 정상관계로 회복되고 있는 느낌이 있지만 적어도 6.15선언 이후에 김대중 정권은 주체적으로 대북포용정책과 한반도 평화정착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1945년 이후 우리민족을 분열시켜놓고 북에 대해서는 고립압살정책을, 남에 대해서는 지배예속정책으로 일관해 오던 미국에게 매우 위험한 정책으로 인식되었다. 그 단적인 예로 김대중 정부가 2001년 푸틴의 방한 때 미국의 대외군사전략인 ‘MD정책에 어긋나는 ‘ABM협정유지에 찬성한 점과 남한 단독으로 대북전력지원계획, 남북평화선언계획을 추진하다가 미국에게 저지당한 점은 이것을 뒤받침 해주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의 마찰은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대리인일 수 없다는 한국의 주체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6.15선언으로 한국의 민중들은 반미정서가 비약적으로 확산, 발전되었다. 반미정서는 조-미 대립구도를 기본 전략으로 하면서 대북압살정책을 전술로 하는 통일의 훼방세력인 미국에 대하여 한민족의 민족자주화를 이루면서 민족통일운동의 주체적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 남한 인민의 반미정서는 우리 민족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에 대하여 전쟁반대, 조미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함으로써 민족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6.15선언으로 남과 북이 화해협력의 길, 통일의 새 시대로 들어선 오늘날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은 한국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왜곡된 인식으로부터 자국의 이익이라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깡패같은 존재,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주한미군, 615선언 이행의 훼방꾼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최대의 선결과제는 미국을 극복하는 일이다. 반미자주 없이는 평화도 없고 평화가 없으면 통일도 없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통일운동, 평화운동은 반미운동에서 출발해야한다.( 반미운동으로는 미군철수운동과 함께 쌀 수입 개방 저지 투쟁, 교육의료개방 저지투쟁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함께 병행될 때 성공적이라고 생각 된다.) 6.15선언은 이렇게 미국에 대한 거부감을 확산시켜 반미정서가 2001년에 21.7%에서 20034월에는 41.9%로 증가하였다.(한국일보, 2003.4.10) 반미의식의 반사적 영향으로 북조선에 대한 친근감도 급속히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청소년 90%가 북조선 주민을 가까운 친구’, ‘한동네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타났다.(중앙일보,2003.1.10) 그리고 2002613일 주한미군의 장갑차가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를 참혹하게 압살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에 대항하여 수십만 한국 인민이 2년에 걸쳐 집회와 촛불시위를 함으로써 적어도 미국에 당당한 나라”, “이제는 자주의 나라를 미국에 인식시켰다. 2002년 부시가 북조선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어서 2003년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야수적인 침략이 있었을 때 한국의 인민들은 반전평화운동을 일으켰다. 이렇듯 반미자주화 투쟁은 6.15선언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끝으로 6.15선언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종결짓는 분기점 역할을 하였다. 우선 분단 55년만에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났다는 데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식 서명 한 것은 두 개의 나라이름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직위를 명시한 셈이다. 이것은 남과 북의 정치적 실체를 두 개의 주권국가로 상호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민족 내부의 특수한 관계인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규정짓는 행위가 된다. 이렇게 해서 민족대단결을 막는 법적제도적 장벽인 반통일적 악법인 국보법이 6.15선언으로 사실상 사문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민간 통일운동의 통일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결국 6.15선언으로 반공반북이라는 분단 이데올로기가 붕괴되고 연공연북의 민족대단결의식이 발전하게 됨으로써 전민족의 통일역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7천만 민족 모두를 민족대단결과 조국통일의 광장으로 모아냄으로써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결정적 힘을 확보하였다.

참고로 6.15선언에 대하여 북에서 부여한 의미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민족끼리즉 남과 북, 그리고 해외민족까지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민족의 통일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을 선포한 민족자주선언이며, 우리민족의 공동의 이정표를 확인하고 남북이 함께 통일의 길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통일지향선언이다. 615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 자체의 주체적 역량에 의한 통일이라는 민족자주이념을 의미한다. 그리고 조국통일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며 나라의 통일에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이다.” 따라서 우리민족의 자주통일은 통일의 주인인 전체 조선민족의 대단결 과정이며 온 민족의 대단결은 북남 사이의 내왕과 접촉협력과 교류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6.15선언은 애국애족이다. “6.15선언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위력한 무기이다. 공동선언 전반에 관통되어 있는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은 이 땅에서 운명을 같이 해야 할 민족성원들이 사상과 제도 신앙과 정견의 차이를 초월하여 힘을 합치고 단결된 힘으로 외세의 전쟁책동을 짓부실 수 있게 하는 애국의 이념이다.”

셋째, 내외의 반통일, 분열세력의 책동에 맞서 우리민족의 통일의지를 과시하였다. 20세기의 민족사의 수난(사대와 망국, 외세의존과 민족분열)에 종지부를 찍고 새 세기 우리민족의 위대한 역사(조국통일과 민족번영)가 펼쳐진다는 것을 세계에 선포한 일대 역사적 선언이다. 즉 조국통일의 확고한 이정표를 마련하였다.

넷째, 새 세기에 우리 민족끼리 나라의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강을 마련하고 그 실현을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자주통일의 대강, 21세기 통일의 대강이 마련됨으로써 우리 민족은 외세와 반통일 세력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우리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을 앞당기자.

다섯째, 615공동선언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 진보적 인류가 이 공동선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성을 보여줌으로써 조국통일의 위업을 더 빨리 실현할 수 있는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였다. 북과 남 해외의 우리 민족이 자체의 힘으로 조국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선포한 역사적 선언이다.(함석헌평화연구소 연구위원 황보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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