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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개발, 우리 모두 역사에 죄인이 된다.

by anarchopists 2020. 1.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1/21 11:04]에 발행한 글입니다.


4대강 개발, 우리 모두 역사에 죄인이 된다
항간에서는 17대 대통령을 두고 비방하는 말이 많다. 상식과 교양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우리 사회는, 비교양인이 교양인을 이겨먹고, 비윤리적인 사람이 윤리적인 사람을 얕보고, 비상식적인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을 업신여기고, 비도덕적인 사람이 도덕적인 사람을 깔보는 그런 막돼먹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되먹지 못한 놈이 되먹은 사람을 능멸하는 그런 싸가지 없는 나라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환경파괴 사업을 녹색성장으로, 위험한 핵 산업을 청전 에너지산업으로, 강을 죽이는 사업을 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프레임(frame: 인식의 틀)을 바꾸면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작년에 지식인들은 이 나라 돌아가는 꼴을 방기곡경(旁岐曲逕: 그릇된 꼼수를 부린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서민대중들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표현했다. 조삼모사는 원숭이 조련사(豬公)인 대통령이 원숭이 국민을 우롱했다는 뜻이다. 현 권력자들이 국민의 인식을 호도하고 우롱하는 것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게 ‘4대강 개발사업’이다. 지금 개발독재자 이명박이 국민을 기만하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은 정말 위험천만의 일이다. 4대강은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금강과 영산강이다. 이들 강은 한반도 남단지역의 자연지세, 곧 백두대간의 바탕이며 영겁의 세월동안 민족이 살아온 터전이다. 따라서 역사유물의 보고(寶庫), 우리민족의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그곳에 묻혀 있다, 언제 어느 때 이들 강에서 세계문화유산급에 해당하는 보물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하자. 만약 해방 이후 이승만이 해방된 조국의 서울을 한강 이남인 지금의 잠실에다 ‘새 서울’을 건설하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은 신ㆍ구(新舊)도시가 공존하는 동아시아의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가 되었으리라 본다.  또 이명박이 청계천을 복원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 우리 후손들이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명박보다 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후배 정치인에 의하여 청계천은 살아있는 개천이 되어있으리라.

서울의 역사에서 청계천은 한양성곽ㆍ경복궁ㆍ종묘사직 등과 함께 조선 초의 4대 토목사업으로 평가된다. 청계천은 본래 자연하천이었다. 이것을 조선이 한양도읍을 건설하면서 도성의 성곽구조에 맞게 360여년의 세월 동안, 낮은 둑을 만들고 호안석축을 쌓고 남북의 왕래를 위하여 여러 개의 다리(石橋)도 놓았다.(태조~영조) ‘서두르지 않고 오랜 세월을 고심’하면서 만든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친환경적 하천이었다. 그런데 일제침략기, 일제는 침략적 권력을 이용하여 풍수설에 위한 문화침략을 해들어 왔다. 청계천 복개다. 그리고 해방 후 친일파 박정희는 풍수권력에 의존하여 일제가 시작한 청계천 복개를 마감하였다. 이렇게 해서 청계천과 관련한 서울의 역사문화는 일차로 파괴되었다. 그리고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풍수권력에 의존하고자, 역사ㆍ지리적 고증과 무관하게 복개를 걷어냄으로써 청계천 역사문화를 두 번째 파괴하였다. 이렇게 풍수권력에 의존한 세 명의 개발주의 편집증을 가진 환자들에 의해 복개와 환원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청계천은 청계천이 갖는 고유한 역사적 가치가 파괴당하였다. 그리고 자연생태계가 교란되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명박이 시작한 4대강 개발사업은, 한강(남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 주변의 땅 속에 매장되어 있는 역사유물은 하나도 남지 않고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이들 지역에 매장된 역사유물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하며 발굴해야 할 것들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큰 강가였기에 선사인류를 비롯한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리 조상의 삶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묻혀있다. 때문에 4대강이 통과되는 지역의 하천주변은 청계천과 비교도 안 되는 역사적ㆍ문화적ㆍ생태적 보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들이 시멘트로 멱살잡이를 당한다면, 역사유물은 더 이상 세상 빛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엄청난 역사문화가 갖는 자산의 손실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풍수도참적 국운융성’의 기치를 내걸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은 4대강 죽이기 사업이다. 그래서 역사에 죄인이 되는 사업이다. 이것을 말리지 못하면, 우리 국민 모두도 역사에 죄인이 된다. 역사문화유물은 경제적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공익적 가치를 갖는다. 4대강 유역에 매장되어 있을 유물은 미래의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문화민족으로서 한국인이 갖는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할 귀중한 보물들이다.

장차 중국ㆍ일본 등의 민족과 있을 역사전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민족적 원동력들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수자원 확보ㆍ고용창출ㆍ관광자원 창출이라는 사탕발림의 단기적 안목에서 4대강이 개발사업이 착수되었다. 이것은 미래의 한국인에게 치명적 손실이다. 비참함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독재적 개발권력에 압제를 당하여 고고학적 학문적 성과가 크게 후퇴 당해온 나라이다. 그런데도 또 다시 개발독재를 찬양하며 한국고고학의 지속적 학문발달을 저해하는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는 어리석음 그 자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를 방문하여 "4대강 사업은 시작할 때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반대자가 있었지만 완성하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인 지지자가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2010.1.19)고 한다. 이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이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저공아저씨의 발상이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이명박이 청계천을 판 것도 풍수가의 “청계천을 파면 대통령이 된다.”는 풍수권력에 유혹되어서 그랬다는 풍문이 있다. 이러한 풍문에 비추어 볼 때, 17대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4대강 개발을 밀어붙이는 데에도 풍수권력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4대강 개발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국운융성’이라는 도참설에 의지하여 집권당의 권력연장과 개인적 자본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하는 생각.

4대강 개발은 국가경제의 이익이나 ‘국운융성’의 기회보다는 영토의 가치훼손ㆍ환경생태의 파괴, 역사유물의 매몰ㆍ공익기능의 상실 등 오히려 ‘국운쇠망’의 위험성이 더 많이 도사리고 있다. 4대강 개발은 전체 국민과 국가이익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지, 개인적 이익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제 풍수도참에 의거, 풍수권력의 연장을 꾀하려는 음모와 문화유린 행위는 그만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가 썩고 있는 것은 건전한 신앙보다는 미신에 의존하는 정치인들의 정신세계 때문이다. (2010.1.21 재수정, 취래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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