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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10.4공동선언, 그리고 국가보안법

by anarchopists 2019. 12.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04 06:14]에 발행한 글입니다.


10.4남북공동선언과
국가보안법의 관계

1. 우리 사회의 뉴라이트를 포함하는 수구·보수세력들의 여론적 방해공작과 부정적 우려(통일기피증)에도 불구하고 2007남북수뇌회담(10.2~10.4)의 성공적인 성과에 한반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두 수뇌에게 감사를 드린다.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의 <6.15남북공동선언>(이하, 6.15선언)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선언)이 징검다리처럼 하나씩 놓여가는 데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수구·보수세력과 언론권력의 “북한 핵은 외면하고 NLL은 양보했다”(한나라당) “10.4 남북 공동선언 경협에 10조원이 필요하다”(동아일보)는 등의 터무니없는 억지와는 성질을 달리하면서도 10.4선언의 실천효율성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남북 내부의 법률적 방해요소들 때문이다. 즉 반민족적ㆍ반역사적ㆍ반통일적 내용을 담고 있는 제도와 법률들이다. 이 중 남쪽사회에서 조국통일의 가장 큰 훼방(毁謗) 존재는 안으로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이고 밖으로 미국패권주의다. 이제 10.4선언의 내용을 보안법과 관련하여 분석적으로 살펴봄으로서 보안법이 이번 10.4선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먼저 ‘10.4선언’은, ‘6.15선언’의 계승구현(1항), 남북관계의 상호 존중과 신뢰구축(2항), 군사적 긴장관계의 완화(3항),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4항), 경제협력사업 확대발전(5항),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발전(6항), 동포애에 따른 상부상조(7항), 이산가족의 상봉확대(8항) 등 8개항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각각 서명하였다. 10.4선언의 내용으로 볼 때, 1ㆍ2ㆍ3ㆍ4항은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해결로 충분하다. 그러나 5항의 통신의 문제, 제6항의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 제7항의 영상편지 교환, 남북의 상부상조 제8항의 해외동포의 권익과 이익을 위한 협력은 현 대한민국의 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실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여기서 ‘10.4선언’의 내용을 보안법의 법조문과 연관시켜 살펴보자. 보안법의 제1조는 법 제정의 목적이 반국가활동의 규제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제2조는 북을 “정부참칭”, “국가변란” 목적의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안법 제1조와 제2조에 의하면, 남쪽지역 구성원 누구도 북과 관련된 어떤 활동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본법인 헌법 제3조에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기함으로써 북한을 “반국가단체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강점된 미수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북과 관련되어 해외동포들이 만든 어떤 단체도 반국가단체에 속한다. 따라서 10.4선언의 제8항 해외동포의 권익과 이익을 위한 협력도 북과 관련된 해외동포일 경우는 반국가단체와 접선한 결과가 된다.

그리고 10.4선언의 6항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은 보안법 제6조 잠입ㆍ탈출죄와 충돌한다. 그리고 10.4선언의 7항의 “동포애에 따른 상부상조”는 보안법 제5조의 “자진지원ㆍ금품수수” 및 동법 제9조의 “편의제공”과 충동한다. 또 10.4선언 7항 “영상편지의 교환, 통신ㆍ통행ㆍ통관은 보안법 제8조의 회합통신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 보안법상 회합ㆍ탈출죄는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  보안법의 양대 핵심논리는 제2조 ‘반국가단체’의 규정과 제7조 시민의 자유(양심ㆍ표현ㆍ정신ㆍ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무ㆍ찬양죄에 대한 규정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북을 반국가단체(主敵)로 규정하여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류를 원칙적으로 가로 막고 있는 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의 어떠한 정치적 노력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우려를 가지고 있다.

3. 이상과 같이 보안법과 10.4선언의 관계를 보았을 때, 남북의 화해와 군사적 평화공존은 보안법과 관계없이 남북 정치세력들의 통일의지에 의하여 정치적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적ㆍ물적ㆍ문화적 남북교류는 남의 보안법에 의하여 그 실천이 불투명해 진다. 그리고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법적용이 가능한 보안법의 생리상, 정권이 바뀌면 자신의 집권이념과 생각을 달리하는 남북협력ㆍ통일운동 인사들을 보안법 저촉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그 동안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등 수구적 반공독제권력들이 허구적으로 만든 공상적 개념으로, 소수자의 권력지배와 자본독점 등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대한민국 다수의 자유와 권익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합의서ㆍ6.15선언ㆍ10.4선언 등으로 통일의 징검다리가 놓여가고 있는 이때 ‘공상적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보안법은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10.4선언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했으며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각기 법률적ㆍ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남북이 그동안 이념적 체제구축을 위하여 제정하고 활용해 왔던 내부의 통일방해적 법률과 제도를 어떻게ㆍ언제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시한과 방법들에 대하여 합의는 도출해내지 못하였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북과는 달리, 남은 정당정치ㆍ정권교체ㆍ다수결원칙을 본질로 하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통일전략을 달리하는 정당에서 정권을 잡았을 경우 이에 대한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박정희 독재권력처럼, 6.15선언과 10.4선언도 한낱 선언적ㆍ추상적 정치쇼에 지나지 않게 된다. 노무현이 이끌었던 정부에서 이명박 권력으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대외적으로 이념적 냉전논리가 사리지고 미국제국주의를 제외한 모든 국제사회가 탈냉전ㆍ탈권위주의 세계를 지향해 가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평등한 다원적 평등사회’를 미래 인류사회의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한반도 내부에서도 평화공존ㆍ사상의 자유ㆍ삶의 질(복지)의 향상ㆍ대동사회의 건설이 민족공동체의 소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오늘의 역사는 ‘역사의 정의시간’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구시대의 유물인 보안법이 10.4선언의 발목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2007. 10.7, 2011. 10.4, 다시 씀,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뉴시스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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