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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부 논단

함석헌이 말하는 이 나라 민족성

by anarchopists 2019. 11.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2/05 05:34]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이 말하는 이 나라 민족성

함석헌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구시대의 유물로 보고, 이것은 권력자나 정치가들이 우상으로 삼은 이데올로기임을 강조하였다. 함석헌은 이데올로기적 개념으로서 민족주의가 아닌 우리 민족의 민족성에 대하여서 일찍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일우사, 1962)에서 지적하였다. 이에 의하면 우리 민족성의 긍정적 측면으로 착함(仁), 예의(禮), 평화(和), 날쌤(勇), 인자(恕) 등 다섯 가지로 보았고 부정적 측면으로는 1) 약아빠진 민족, 2) 철학이 없는 민족, 3) 자존심 4) 확신이 없는 민족성을 들었다.


1) 철학 없는 민족성: 함석헌은 우리 민족을 철학이 없는 민족으로 보았다. “우리 민족은 자기발견을 못했습니다. 우리는 철학이 없는 민족입니다. 제 철학을 말 할 줄 모르는 민족입니다. 문화는 자기 나타냄입니다. 부끄러움을 면하려면 우리 고전을 연구해야 합니다.”(《함석헌저작집》 13권, 61쪽) “자기를 찾지 못하고 남의 나라 앞선 문화에 눌리고 휩쓸려 들어가 제 정신을 왼통 잃고 제 가졌던 모든 보배를 도둑당한 것이 우리 역사입니다. 엄청난 뜻으로는 우리는 문화의 말을 가지지 못한 민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앞의 책, 60쪽) 여기서 함석헌이 우리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 문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은 우리말, 곧 우리말을 통한 우리 철학을 갖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즉, “우리말이란 곧 우리의 혼이 나타난 것입니다. 말을 하지 않고는 혼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우리 문화 말이 없으니) 천만번 망해 마땅한 민족입니다.”(앞의 책, 60쪽) 곧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혼이 담긴 우리말로 된 ‘문화언어’가 없다고 지적한다. “(일제시대) 긴상 , 리상 하다니 그 입에 침도 마르기 전에 이젠 미스 김, 미스터 리가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학자도 문인도 종교가도 무식쟁이도 미스터, 미스로 미처 돌아가는데 참 살 마음 없어집니다.”(앞의 책, 61쪽) 우리의 문화언어가 없음을 개탄하고 있다. 이렇게 문화언어가 없기 때문에 우리 혼도 없고 얼도 없다고 보았다. 얼이 없으니 또한 철학도 없다고 말한다.

2) 자존심 없는 민족성: 함석헌은 또 우리 민족이 자존심이 없는 민족이라고 했다. “우리는 참 자아주장이 약한 민족입니다.”(앞의 책, 81쪽) 그리고 우리 민족을 속이 없는 민족으로 보았다. 더 심하게 근본을 모르는 민족으로 보고 있다. “일제를 왜놈이라 해서 사람으로 알지도 않던 일본이 무력으로 강해져서 거기 정복을 당하고 보면, 불과 36년 만에 다다미·사시미·벤또·오차가 벌써 우리 살림으로 돼버렸지요. 그것이 또 3년이 못 가서 인제는 파티· 캬바레 하고 정신을 잃고 돌아가니, 대체 속이 있는 민족인가 없는 민족인가.”(앞의 책, 81) 더 나아가 함석헌은 우리민족이 자존심이 없기 때문에 사대주의적 민족성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책마다 잡지마다 보면, 그저 ‘모럴’ 이요, ‘휴머니즘’이요, ‘레지스탕스’요. 그거 왜 그러는 것입니까. 누구보고 하는 말입니까. 그들의 머리는 아직 끼리끼리 살자던 귀족주의를 못 벗어났습니다.”(앞의 책, 98쪽) 그래서 함석헌은 우리 민족을 “자주적이지 못한 주체성이 없는 민족”이라고 하였다.(《씨알의 소리》 1971년 9월호 10쪽)

3) 약아빠진 민족성: 함석헌은 우리 민족성의 부정적 측면 중 하나가 약아빠진 민족성이라고 보았다. “세상에 우리나라 사람같이 약아빠진 백성이 어디 또 있습니까. 이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너무 민중을 속였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속을 땐 속고 실수할 때는 더러 실수를 하더라도 엉큼한 데가 있고 무엇을 해보자는 생각이 있어야 나라를 할 수 있지. 약아빠져서 제 발부리 앞만 보려고 정말 속의 생각을 한번 내놔보려 하지 않은 사람들을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앞의 책, 110쪽) 이렇게 약한 빠진 민족성을 갖게 된 배경으로 함석헌은 정치인의 기만적 정치수단을 들고 있다. 또 약아빠진 민족성을 갖게 된 배경으로 “정치 잘 하는 것은 백성으로 하여금 스스
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상을 가진 국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은 될수록 백성을 눌러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앞의 책, 109쪽;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 1983, 127쪽)라 하여 정치하는 사람들이 제 나라사람들을 억누른 결과 제 스스로 생각하고 제 뜻을 펼 수 없게 되었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국민적 이상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 바람에 남의 눈치만 살피는 약아빠진 그런 민족이 되었다는 거다. “(얄타협정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똑똑해서) [아무에게도 끌리지 않는다. 차라리 이대로 있다가 나라가 없어지면 없어졌지 남한테 끌려가겠냐 소련의 위성국가도 될 맘이 없고 미국의 위성국가도 될 맘이 없다. 우리는 흥하든지 망하든지 하나가 되지 한 민족이 갈라질 수 없다] 그럴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단 말이야”(앞의 책, 198쪽)라고 심각성이 부족한 약아빠진 민족성 때문에 나라가 커지지 못하고 분단의 비극을 맞았다고 한탄한다.

4) 확신이 없는 민족성: 함석헌은 우리 민족성 중 나쁜 것은 확신이 없는 거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같이 확신이 없는 민족에게 “하면 된다.”고 가르쳐 주는 건 좋습니다.(앞의 책, 282쪽) “사람을 자꾸 죽이면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세상에 우리 같이 어리석은 민족은 없습니다.”(앞의 책, 302쪽) 우리 민족이 어리석은 것은 “양반정치의 때를 벗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앞의 책, 302)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당하는 나라 안, 나라 밖의 모든 어려움은 결국 그릇이 크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라 할 것인데, 그것은 결국 이씨네 500년의 나쁜 전통에서 내려오는 타성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앞의 책, 302쪽)라 하여, 우리가 이렇게 확신이 없는 민족이 된 것은 조선봉건시대 양반들의 이기적인 정치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발췌 글, 2013.1.18., 황보윤식)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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