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철학

함석헌과 이성의 해방

by anarchopists 2019. 10.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8/07/19 04:57]에 발행한 글입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말해야 하는 것들의 아픔들

1부 궁극적 물음 실재의 탈자본화와 실존적 종교
1장 종교이성의 해방과 무사유의 탈피
1. 종교적 장소의 탈신화화
2. 그리스도인, 제3의 인종(trion genos)
3. 건강한 종교적 자아론: 그리스도교는 동무의 종교다!
4. 초월자의 자기비움, 그의 언표와 현상학

2장 종교의 생명존재론
1. 예수 사건: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현실과 관념의 공속성
2. 부활, 생의 의미의 영속적 발생
3.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통한 종교적 생명윤리 구축
4. 새로운 종교적 생명담론, 생명은 곧 깨달음이다!

3장 종교의 아나키즘적 사유
1. 복음의 상업화와 자본화를 넘어서 복음의 아나키즘을 향하여
2. 내적 삶의 구원과 종교적 발화의 진정성
3. 종교의 난맥상과 한계
4. 종교적 세계의 몽롱한 경지

4장 함석헌의 무교회주의와 아나키즘
1. 함석헌의 무교회주의 특성과 교회론
2. 무교회주의와 조직화된 종교 비판
3. 종교적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본 신앙의 자유
4. 단독자로서의 다중인 무교회주의자

2부 함석헌의 인간 현존재에 대한 해명
1장 몸 주체성과 실존적 인간
1. 몸-나의 발화적 진정성
2. 환상 너머 공백과 꽉 찬 무
3. 세계에 저항하는 정신
4. 가상(假象)의 생철학적 기적과 실존적 의미 서사

2장 새로운 인간학과 현존재의 인격 서술
1. 자기 본성의 개조
2. 혁명의 토대로서의 자기 개조와 인격철학
3. 현존재의 자기의식의 귀속성
4. 냉소적인 실존적 인간론

3장 인간 현존재의 인문학적 의식의 암호 해명
1. 새로운 인간, 새로운 의식
2. 인문적 인간, 문답하는 인간
3. 개인의 인식과 자유, 그리고 의식의 혁명

4장 함석헌의 존재론적 인간 이해
1. 정치적 인간과 그 근본 기분으로서의 권태
2. 역사적 실존인 민중의 근본 기분으로서의 서러움과 초탈
3. 인간 실존의 유한성과 뜻을 떠맡은 역사적 실존
4. 인간의 실존적 상황과 과학기술문명 비판

5장 자본적 사유의 극복과 사유 가능성으로서의 인간
1. 희생양 메커니즘과 정의(正義) 사유(思惟)
2. 욕망 주체의 욕망, 그리고 정치적 정의(正義)와 봉사
3. 자본을 넘어 정신세계로의 상승과 이성의 시대
4. 남의 생각이 아니라 내 생각으로의 세계국가주의적 존재론

3부 물화된 생활세계 지평의 초탈
1장 민중의 철학적 의식과 비폭력적 미학
1. 민중, 씨-철학을 가진 자
2. 민중의 정치철학과 역사철학
3. 비폭력의 철학과 정치미학

2장 함석헌의 사회철학적 사유의 명법
1. 상호주관적 도덕 공동체의 시대적 참뜻-말-알
2. 민중 전체의 생각, 지금은 혁명 중
3. 혁명을 깨달은 자들의 노성(怒聲)

3장 정신 토대론에 입각한 기술전체주의 비판
1. 진정한 혁명 전사, 새 정신의 혁명
2. 함석헌의 초월론적 인간론
3. 생태적 존재론과 정치적 기술이기주의 비판

4장 민족통일을 위한 객관적 실존인식과 실천범주의 해석
1. 민족통일을 위한 정신적 진보와 과제 인식
2. 민족통일의 주체의식과 평화통일을 위한 조건
3. 민족통일의 인식과 상호인정주의

5장 함석헌의 여성인식과 미의식
1. 함석헌의 여성관과 미적 이념
2. 우주와 종교미학적 지평 안에서의 여성인식
3. 여성의 심성의 미학과 보편적 인간의 아름다움

에필로그: 후련한 앙금들, 잔여의 숙제들

참고 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종교적 장소의 신비는 마음의 자리와 인간 실존이 머무는 곳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종교 사건은 장소의 공속성,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현존한다는 의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른바 종교의 현존화하기(presencing)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는 자본적 성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종교 공동체의 체제, 교리, 조직 등의 상업적 전략을 넘어서 진정성이 담긴 삶과 언어를 배태해야 한다. 여기서 자기 진정성은 종교의 ‘본질’을 내면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성직자 중심의 신앙이 아니라 초월자 앞에서 단독자로서의 자기 주체적 신앙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함석헌이 말하는 ‘신앙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실존적 인간은 몸-주체성으로서의 몸적 타자에 대한 배려와 삶의 서사를 공유하면서 진리를 향한 열정으로 나아간다. 또한 인간은 자기 내면의 구조를 변혁함으로써 일상인(das Man)의 삶을 거부한다. 자기 본래성에 충실한 인간은 인격, 즉 인(仁)을 자기 바탈과 얼로 삼는다. 인격적 존재인 인간은 성스러움 그 자체를 만나려고 할 것이고, 그것은 인간의 초월지향적 성격, 곧 역사적이고 실존적인 죄의 구조를 타개하려는 몸부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세계 구조와 정신 세계를 바꾸어 나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특히 민중은 자신의 생명 구조, 인문 구조, 정신 구조를 꿰뚫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이런 층위적 구조가 혼융되는 상황과 삶의 구조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은 삶의 무늬를 형성시키는 생성철학을 체득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이 권태와 지루함의 삶의 구조를 간파하고 일상인이 아닌 ‘들사람’이 되어 삶의 생생함, 정치의 진지함, 정신의 살아 있음을 위해 혁명하는 역사적 실존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과학기술의 도구성으로 인해서 인간을 닦달하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힘에의 의지, 권력에의 의지를 욕망하도록 만든다. 인간 욕망의 대물림과 그에 대한 맹신, 그리고 우상 숭배는 도덕을 무시한 범죄적 정치학이 되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은 폭력적 국가주의를 넘어서 세계민중주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중은 정치의 주체이자 생각의 주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의식을 가지고 정신의 혁명을 함으로써 도덕적 정치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민중은 국가이성이 도덕이성에 기반이 되도록 하는 세계민중이성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남북의 통일은 비폭력이 되어야 하며 민중이성의 의사소통적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 더불어 민중은 개인의 실존을 중시하지만 세계 전체, 전체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전체를 생각하는 인간은 자아와 타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체철학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은 과학기술이성으로 인한 비이성적 실천을 지양하고 생명으로의 복귀, 생명이성으로의 복귀, 생명 공동체 안에서 상호 평화를 긍정한다. 자연과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지리적 일치의 과제 속에서 우선적으로 정신의 바탈의 성숙을 꾀해야 하며, 실용적 노선보다는 상호 인격적 자아의식이 확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나가 되려는 민족의 의지는 세계평화 관계 속에서 조망해야 한다. 또한 타자의 욕망을 무시한 채 자아의 욕망만 앞세워도 안 된다. 통일은 상호간의 욕망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태의 내면성을 강조하고 있는 함석헌의 주장은 사회미학적, 신체미학적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함석헌의 미인식은 형식적이거나 외형적인 데 있지 않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내면적인 인격, 도덕적인 선과 부합해야 한다. 이 아름다움은 바로 자연과 초월자와의 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여성은 어떤 대상의 모방이나 몸적 대상성으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라 미적 세계의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은 한국의 시대적 산물이다. 더욱이 그의 말법은 당대의 현실과 미래의 과제를 정확히 바라보게 하면서 이상세계를 지향하도록 만드는 관념론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체제나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무형식, 전체를 지향하지만 개인의 인격의 발전을 기대하는 생성적 주체철학의 성격,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독특한 철학과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