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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이제 '놈'자 대통령을 뽑지 말아야 할 때가 아닌가.

by anarchopists 2019. 11.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27 08:27]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  ‘놈’자 들어가는
대통령을 뽑지 말아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언어는 아주 옛날에 인간관계와 자연현상에서 지역별로 서로 다른 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이런 지역별로 갖는 고유한 말들이 이른바 문화의 교류, 접촉을 통하여 지역언어들이 통일성을 갖는 광역언어로 확대되면서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갖는 민족으로 발전하였다. 물론 우리 민족도 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문자를 갖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칼의 힘을 가진 자들이 부족사회를 강제 통합하여 이른바 국가사회(古代)를 만들고 지배층이 되면서 지역의 언어와 문자가 사라졌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지배층들이 그들 지배권력의 재창출수단으로 주변의 더 큰 나라와 정치적, 문화적 교류를 하였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주변국가 중 문화가 발달된 나라는 중국이었다.

한반도의 세 나라(고구려·백제·신라)는 경쟁적으로 중국과 문화접촉을 통하여 중국의 선진문화를 수입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는 옷(비단)과 책(문자)이었다.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지배층들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지역언어들을 강제 폐기하고 언어와 문자를 획일화하였다. 이들은 한반도인의 언어를 처음에는 한자로 표기하였다(나오는 소리를 한자로 표기하는 이두吏讀) 그러다가 아예 한자를 지배층의 문자로 정하였다. 고대인이 처음에 한자를 읽을 때는 거의 중국발음과 같았으나. 점차 세월이 가면서 중국발음은 한국발음화 되었다. 그리고 한국인의 언어(뜻)을 다는 오늘의 한반도인의 한자어(문자)가 되었다.

너무 서론이 길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른 데 있다. 즉, 옛 지배층이 쓰는 한자어에 상대방에 대해 붙이는 말 중 ‘놈’ 자(者)가 있다. 지배층이 쓰는 한자어 ‘자’는 점잖은 말로 ‘분’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 ‘분’이 낮춤말로 변할 때는 ‘놈’이 된다. 그런데 세종에 의하여 15세기 언문(諺文)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피지배층에 의하여 17, 18세기 경 한글화되면서 ‘놈’과 자(분)는 분명히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굳어지면서 오늘날에 와서는 ‘좋은 사람’를 의미하는 ‘자’로는 ‘님’과 ‘분’을 쓴다. 대통령님이 그렇다. 그리고 ‘나쁜 자’의 개념으로 ‘놈’자를 쓴다. 기업의 회장놈이 그렇다.

즉, 그릇되고 좋지 않는 사람에게는 ‘놈’자를 쓴다.
가장 흔한 말로 ‘도독 놈’, ‘나쁜 놈’, ‘더러운 놈’이 있다. 그러니까, 사회적 윤리상, 도덕적 양심상으로 타락하였거나 악질인 경우에 대개 ‘놈’자를 붙인다. 요즈음은 이 ‘놈’자가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붙이고 있다. 그 만큼 우리 시회가 양심적인 양질의 사회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예를 들면, 직업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씨알들은 분노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칭호로 ‘놈자’(者字)을 붙인다. 목사놈, 중놈, 신부놈의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사회적 윤리를 가장 잘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시민들은 분노의 표시로 놈자를 붙인다. 극회의원놈의 경우가 그렇다. 또 도덕적 양심에 충실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씨알들은 분노의 표시를 한다. 교수놈 판사놈 검사놈, 변호사놈 선생놈의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가장 바르고 정직한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밑의 직원들은 그들 상사에게 분노한다. 그래서 사장놈, 전무놈, 상무놈, 부장놈, 팀장놈한다.

그런데 2011년은, 이 ‘놈자’가 붙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도 너무 자주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잡고서부터로 생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 언제부터인가. 나라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하여 ‘쥐새끼’라는 애칭이 붙였다. 이때는 일부였다. 그리고 지난 해 G20 정상회의(2010. 11.11~12, 서울) 때 정부에서 내건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쥐새끼를 그려 넣었다가, 화가가 체포된 적이 있다. 그 후 2011년부터는 대통령이라는 호칭에 ‘놈’자를 붙여 대통령님이 아니고 대통령놈이라는 막말을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판사놈, 검사놈과 같은 맥락이다. ‘놈’자는 나라사람, 곧 씨알들의 분노의 표시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놈’이라는 말은 지금 씨알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다는 뜻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님'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씨알들이 실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양심을 가져야 하는데 씨알들이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양심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번 BBK와 관련하여 정봉주의 유죄판결과 감옥행이 그렇다. 대통령이 도덕적 양심을 숨겼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통일민족의 동반자 역할을 하였던 북조선의 김정일의 서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국가 차원에서 조문객을 보냈어야 옳았다. 이를 거부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양심이 적은 탓으로 본다. 4대강 괴물댐 건설로 차후, 나라 차원의 관리비가 엄청날 터인데 이를 외면하고 강행한 것은 대통령의 양심을 속인 지나친 교만과 욕심이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모든 나라사람들이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갖는다. 그런데 특정계층인 부자와 자본가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게 한 경제정책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릇된 양심에서 비롯된 정치철학으로 생각된다. 또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들을 잔뜩 해놓고는 그린녹색정책으로 포장한 것은 분명, 양심을 속인 대국민적 기만이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에서 벗어나 과거 대통령을 지낸 분들에게까지 이 ‘놈’자가 확대되고 있다. 민족분단세력으로 반공독재를 하였던 이승만에게는 대부분 사람들이 대통령각하라고 안 한다. 이승만 대통령놈이라고 한다.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짓밟고 인권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우리 사회를 자본적 극단사회로 만든 박정희에게도 대통령놈이라고 한다. 민주화의 꽃대를 꺾고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국가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에게도 대통령놈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명박에게 기대를 걸었던 서민들의 분노가 이명박의 정치적 족보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들에게까지 미치는 모양이다. 참으로 딱한 나라다. 왜 우리는 사회적 윤리, 정치적 양심, 도덕적 인격을 갖춘 대통령을 못 만나나. 함석헌의 말대로 우리 민족은 고난의 민족이기 때문인가.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시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던져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선거민주주의에서 나라사람들에게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가르쳐 주었다. 선거는 그야말로 선택이기 때문에다. 따라서 화려한 겉보기로 위장하여 양심을 속이는 대통령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대국민적 교훈을 던져주었다. 2012년 다시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나라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교훈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2011. 12.27,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 블로그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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