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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장창준 선생 논단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관계 변하나

by anarchopists 2019. 12. 1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7/20 05:05]에 발행한 글입니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상수가 아니다
-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신중 모드 속에 숨은 그들의 반통일적 논리 -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고 정치권에서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언론들의 논조가 재미있다. 일단 보수언론들도 대놓고 남북공동개최 반대를 주장하지 않는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무슨 남북 공동개최냐?” 이런 류의 자극적인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상황의 반영인 듯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평창 개최 성공을 계기로 국정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통일부 장관 교체 등 대북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대중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보수언론의 논조는 ‘반대’가 아니라 ‘신중’이다. 국민일보는 “전제조건은 신뢰 회복”이라는 원론적인 주장만 하고 있고, 동아일보는 “한상의 단일팀… 탁구-축구 단 두번뿐”이라며 “북한의 겨울 스포츠 전력이 약해 전략 하향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제 “버릇 누구 못 준다”고 기사 안에는 ‘그들의 북한 시각’이 그대로 베어있다. “남한의 차기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5년 동안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군사적 모험주의로 흘러 국지전 등 돌발상황이 벌어질 개연성”과 “나아가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들은 북한의 모든 것을 상수로 설정한다. 권력재편이 일어나면 군사적 모험주의가 등장할 것이며, 후계체제가 실패하면 급변사태로 이어진다는 판에 박은 논리를 재등장시킨다. 이같은 논리의 허술함을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상수가 아니다. 학술적으로 세련되게 말하면 강제전략이고 정치적으로 거칠게 말하면 모험주의. 북한에게는 분명 그것이 있다. 핵실험도 그렇고, 연평도 포격사건도 그렇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상수도 아니고 권력재편에 따른 변수도 아니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미국과의 외교 혹은 대결 과정(그 연장선에서 남측과의 관계로 확장되기도 한다)에서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한다.

북미 핵공방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의 ‘강제적 요구’에 맞서 NPT 탈퇴, 노동미사일 실험이라는 ‘군사적 모험’을 했다. 그러나 제네바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사라졌다. 1998년 금창리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북미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북측은 ‘인공위성 발사체’를 쏘아올려 ‘군사적 모험’을 했다. 그러나 북미 미사일 회담이 재개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미국 혹은 남측과의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등장했다. 따라서 이를 학술적으로 강제외교라 한다. ‘상대방이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전술’이 ‘군사적 모험주의’이다. 이는 북측의 권력재편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둘째, 후계체계가 실패하면 급변사태로 이어진다는 논리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이들은 후계체계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급변사태 논리를 접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도, 저럴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변수가 될 수 없다. “북한은 어떤 경우이건 근본적으로 체제가 붕괴될 것이다”라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설, 김정은으로의 권력재편이라는 최근의 상황을 적용시켜 마치 권력재편이 급변사태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된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남북 공동 개최가 무산된다고 해서 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견해에 대한 반대 논리 속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모든 국제관계가 그러하듯이 남북관계 역시 자신만의 논리 속에 함몰되어 있다면 어떠한 진전도 보기 어렵다. 아니 진전을 위한 기회마저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상수가 아니다. 남북 관계는 과거 유행했던 CF의 카피처럼 “하기 나름이다”. (2011.7.18.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한국일보에서 따온 것임,
* 위 내용은 민노당 기관지 <통일돋보기> 77호에서 다시 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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