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장창준 선생 논단

제2의 베를린 선언은 나올 것인가?

by anarchopists 2019. 10. 3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3/2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제2의 베를린 선언은 나올 것인가?

3월 말 베를린 독트린 발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통일준비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에 이어 또 하나의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월 25~28일 독일 방문이 계획되어 있는데, 여기서 대북·통일 구상인 ‘베를린 독트린’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재건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며 “이 작업은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통일부와 외교부 의견을 수렴해 주도적으로 진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3호에서 밝혔듯이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베를린 선언이 어떤 내용으로 채택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특히 정부 관계자가 말한 ‘북한 재건 구상’이 북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의사를 의미하는 것인지, 북한 체제의 자유민주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다만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3월 9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고, 이것은 그 해 6월 정상회담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남북 관계 개선에 어떤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현 단계에서의 목표는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냉전종식과 평화 정착이다 ▷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 이를 위해 남북한 당국간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며, 남북 특사 교환을 제의한다 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베를린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역사적 과정을 통해 남북 관계의 진전은 북미 관계의 진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돋보기 2호에서 밝혔던 것처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입니다. 아니 남북 관계의 진전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월 5일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는 바로 그 순간 괌 전투기가 직도 훈련장에서 훈련을 감행함에 따라 자칫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변함없는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
미국이 북미 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확인됩니다. 2월 2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 가운데 하나”라고 발언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오바마 1기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였던 스티븐 보즈워스 역시 “오바마 정부가 (대북) 대화에 열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방부 역시 3월 5일 공개한 4개년 국방전략 검토보고서(QDR)에서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한국군과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독수리훈련 참가 차 미국의 해군함정 4척이 한반도에 들어왔습니다. 이지스 구축함과 미사일 순양함 등 미국 함정 4척이 우리나라 동·서·남해에 있는 목포와 평택, 동해항에 들어왔습니다. 동서남해 3개 항에 동시 입항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독수리훈련과 별개로 3월 하순에 진행되는 ‘쌍용훈련’에도 미 해병대 제3해병원정여단과 해군기동대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 훈련은 미 행병대 지상전투병력을 한국의 연대상륙팀과 함께 수륙양용 통합 원정여단으로 통합시켜내는 미군의 역량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매년 실시되지만 이번 훈련은 지난 해보다 큰 규모로 진행됩니다. 4월 초에도 한미공군의 공중종합 연합훈련인 ‘맥스썬더훈련’이 있고, 여기에도 미7공군 전력이 투입됩니다.

당연히 북한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은 3월 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는 한 조미(북미)사이에는 그 어떤 문제도 제대로 풀릴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3월 12일 논평을 내어 미7함대 함정 동시 입항은 “북한 위한 사전준비”라고 비난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3월 14일에도 논평을 내고 “쌍용훈련은 북침전쟁 개시 시 미제 침략군과 남조선군을 우리 측 해안에 상륙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평양과 나아가 공화국 북반부 전역에 대한 강점을 확대하자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재평가
한편 미국 군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재평가하는 발언이 이어져 주목을 끌었습니다. 미 본토 방어를 책임지는 찰스 저코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및 북부사령부 사령관은 3월 14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이론적인 것에서 실질적인 고려 대상이 됐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7월 27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 육군참모총장 역시 하루 전날인 13일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한반도에서 싸워야 한다면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이 맥락입니다. 물론 오디어노 육참총장은 “현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북한의) 오판”이라며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미군 고위 당국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확대, 과장하여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올 해 1월 29일 미 국가정보국(DNI)이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이 ……이 이미 실전배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 것까지 연결시킨다면 미국이 북한의 ICBM 능력을 잇달아 공식 언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이와 같은 평가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더욱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지, 대북 정책 변화에 계기점이 될지는 아직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라는 미국이 시간끌기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오바마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2014. 3. 20,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 글은 《통일돋보기》Ⅱ-4호(http://www.uppi.or.kr/bbs/tb.php )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