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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특별기고

평창동계올림픽 반대하면 역적인가?

by anarchopists 2019. 12. 1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7/08 05:45]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는 2018년 동계 올림픽 평창 유치에 반대한다.

대통령까지 외국에 나가서 5천만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거국적인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서 내노라는 돈쟁이 3명(이건희 IOC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조양호 유치위원장)이 가세해 그 열기를 더하고 있는 이판에 무슨 돌 맞을 소린가? 목하 겉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전 국민이 평창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듯 하지만 제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다고 해서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닐테다.

그래서 나는 5천만 국민 중의 한 사람으로 그런 일에 자존심을 건 적도 없지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에서 발을 빼고자 한다. IOC란 조직은 이미 스포츠 정신보다는 돈에 의해 움직이는 부패한 집단이란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는 논외로 하고 평창 유치를 위해 뛰고 있고 뛰었던 한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 3인의 면모를 살펴보자.

이건희(삼성전자 회장)는
2009년 평창유치 3수를 위해 뛰라는 가카의 은총을 받아 역사상 유례없는 특혜 단독사면을 받았다. 그의 죄상은 밝혀진 바만 해도 엄청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증여, 검사 뇌물제공 X-파일, 불법 대선자금 등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이런 저런 명목으로 낸 벌금 및 벌금성 돈이 무려 1조2천억 원이었다. 경제사범 사상 세계 챔피언 감이었음에도 자비로운 우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고작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박용성(전 두산그룹 회장)도 분식회계와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평창유치(2수째)를 핑계로 사면을 받았던 이다. 조양호(한진그룹 회장)는 또 어떤가? 그는 1999년 세무조사서 1조 895억원의 탈루소득이 발각되어 당시로는 최대액수인 5416억 원의 추징세액을 물었고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으나 곧 사면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징3집5의 부정부패 계급장을 단 대한민국 IOC 위원들이(었)고 올림픽 유치를 핑계로 사면을 받은 자들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올림픽을 유치한다는 것도 부끄럽지만 설사 유치에 실패한다고 해서 알량한 자존심이 상할 국민이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닐까? 경제규모가 아직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게 큰 미국의 경우 경제사범에 대해 어떤 처벌을 가하는지 한번 보자. 2001년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엔론의 CEO 제프리 스킬링은 고작? 1조 5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고,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650억 불의 다단계 금융사기로 구속된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에겐 징역 150년형이 선고되었으며 2000년, 뉴욕의 사업가 숄람 와이스는 4억5000만불, 우리나라 돈 5000억 원도 안 되는 푼돈?을 사기했다가 845년형을 선고 받았고 공모자 케이스 파운드도 같은 사기 사건으로 740년형을 선고 받아 결국 감옥에서 인생을 종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올림픽 유치를 위한다는 웃기는 이유로 사면을 받았고(결과는 2번의 유치 실패였다) 특히 이건희는 사면 일성으로 우리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모든 가정에서 가훈으로 삼아야 할 말씀까지 주셨으니, 개 눈엔 똥만 보인다는 소린지 구린 돈벌레들의 희한한 선문답인지 모를 일이다. 나는 그런 자들에게 알량한 내 자존심을 맡긴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맡기기 싫다.

그렇다면 동계올림픽 평창유치를 성공하여 거창하게 대회를 치루기만 한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 특히 강원 도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空)떡이지 싶다. 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대형건설사를 가진 몇몇 재벌들과 경기장 및 숙박시설이 들어설 인근에 부동산을 소유한 땅 부자들(90% 이상이 이미 외지인 소유라고 한다)이고 인근의 몇몇 대형 숙박업소, 고급식당 등이 일시적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도 길어야 1달이나 될까?

과연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외국인은 고사하고 내국인들이라도 상시로 찾아와 시설을 이용하고 즐기며 강원도에 돈을 펑펑 뿌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겨울 스포츠 한판을 위해 지어질 대형 빙상장을 비롯한 여러 경기장과 시설들로 파괴될 자연은 차치 하고도 누구의 무슨 돈으로 건축물을 짓고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또 무슨 수로 그 시설들을 유지할까? 결국 강원도는 빚더미에 오르게 될 것이고 그는 곧 강원도민의 부담이요 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부산을 비롯한 지자체들이 대형 경기장을 지어놓고 그 유지 보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은 흑자대회를 치르려고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무슨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치루기만 하면 국민들의 배가 저절로 불러지고 주머니가 가득 채워지며 곧 선진국이 될듯 선전한다.
2010년, G20정상회의를 치루기만하면 최소 24조에서 최대 450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과대 선전했는데 과연 우리들 삶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가. G20 포스터에 고작 쥐새끼 한 마리를 그렸다고 끝까지 옹졸하게 처벌한 '쥐벽서사건' 외에는 아무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그 밖에도 작년에 영광에서 치룬 F1 자동차 경기 대회의 부실한 유치와 운영 등으로 85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전남도는 결국 빚더미에 올랐다. 겉만 번드르르한 유사한 대회나 경기들이 많이도 열렸고 그 때마다 꿈에 부풀게 한 청사진들의 반에 반만이라도 실현되었다면 우리는 이미 구름을 타고 다니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인기를 먹고 살며 재선을 노리는 자들임에 일정 부분은 포퓰리스트들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그들이 벌이는 인기성 정책이나 거창한 대회 유치 등에 무작정 휘둘려서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결국은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 그들과 재벌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팽배와 강대국들과의 FTA 타결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은 서민(=인민대중, 운영자 주)들이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선거를 하고 약자끼리 서로 돕고 사는 길 뿐이 아니겠는가.

지금 대다수 언론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우리의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과대선전을 벌리고 있음에 솔직히 맘아 편치 않다. 오뉴월 염천에도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힘겨운 신음 소리, 높은 곳에 올라 노사합의사항을 지키라며 6개월째 농성을 벌리는 사람의 소리, 미친 등록금을 벌려다 죽어가는 학생들의 비명 소리,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이 되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의 한숨 소리엔 귀 막고 있는 그들은 진정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부잣집 문어다리(별식을 준비하여 함께 나눠먹는 일의 경상도식 표현)에 개 눈깔 빠진다."는 옛말이 있다. 문어란 녀석은 뼈가 없으니 잘 삶으면 노소를 불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으니 행여 남은 찌꺼기라고 얻어먹으려고 문밖에서 입맛을 다시며 아무리 기다려 봐도 개에도 돌아갈 게 있기나 하겠는가?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겠다며 그들이 벌이는 굿거리를 날 새며 구경해 봐야 우리들 서민(인민대중)에게 돌아올 떡 부스러기는 거의 없지 싶다. 나는 문어 살점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개가 되기 싫다.(2011. 7.5, 만당)

예관수 선생님은
예관수님은,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토,건자재 판매업)을 한다. 현재 그의 삶은 주중에는 도시일을, 주말에는 거창으로 내려가 매실 등 농사를 짓고 있다.(주말 귀농 4년차, 5都2農 생활) 이후, 농사에 이력이 붙는 대로 완전 귀농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필자이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MKㄴ뉴스(위 사진)과 인터넷 네이버(아래사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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