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통일이 가깝다" ?, 제2 연평도 사태를 우려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1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통일이 가깝다”는 MB 발언에 기겁하는 이유
- 제2의 연평도 사태를 우려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여 그곳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철벽같이 둘러싸여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제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부연설명 했단다.

이 발언이 ‘북한 붕괴론’적 인식에서 나온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제우월론적 통일관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무나 한가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즉 지나치게 안이한 정세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라 충격인 것이다.

주변국들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고, 중국의 특사가 방북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다. 북측의 고위 외교관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일정도 예정되어 있다. 미국의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역시 8번째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한반도 외교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리스크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서해에서 실시한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연평부대의 포사격훈련을 만류했던 데서 확인되었듯이 그리고 연평도 피격 당시 미군이 남측의 전투기 폭격을 만류했던 데서 확인되었듯이 미국은 한반도 군사적 충돌에 대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이 최근 최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중국에 보내 중국에 대한 대북 압박 즉 군사적 도발을 중단시키라는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것도 이 같은 전쟁 불안감 때문이었다.

따라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설령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면 그 전면전이 지속되기 보다는 ‘전투행위 중단’을 위한 가장 강력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의 극단적 결과까지 전망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판단과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는 엄존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은 대단히 취약한 존재’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따라서 북측의 행위는 크게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그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북측의 ‘연평도 공격 행위’에 담긴 메시지는 망각된다. 자신감에 도취한 나머지 확전을 제어하는 ‘한반도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사를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즉 남측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는 한미동맹구조에서 탈피하여 자위권이라는 명목으로 독자적인 군사행동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오인’이 ‘오판’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의 취임 일성은 그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자위권적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으며 고려 가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연평도 사격 훈련과 관련해 미국 측의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미국과는 관련 없다. 사격 당일 통보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영해에서 우리가 사격하는데 동의를 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물론 이는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국민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심각한 오판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발언과 접목시켜본다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통일은 됐어”라는 문익환 목사의 일성이 통일의 희망에 관한 메시지였다면 “통일은 멀지 않았다”는, 겉으로 보기엔 문익환 목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성은 통일의 절망에 대한 메시지인 셈이다. 통일의 절망에 대한 메시지는 한반도의 구조 상 전쟁을 부르는 메시지이다. 전쟁을 부르는 대통령, 전쟁을 재촉하는 대통령. ‘대통령’ 이명박은 우리나라 헌정사에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한 셈이다.(2010.12.10., 장창준)

* 본문 내용 중 그림사진은 다움 아고라에서 따온 것임
[#B_|1463|C|500|장창준 선생님은
_B#]

댓글